나는 여전히 표류 중이다

by 이세진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2025년을 야심차게 계획했는데, 벌써 한 해의 절반 이상이 지나왔다. 2달간 짧은 백수 생활을 마치고, 지금은 잠시 캐드 설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쉬고 있는 중이다. 트레이너를 하다가 왜 갑자기 다른 일을 하게 되었냐면, 처음엔 운동이 좋았고, 사람들을 가르치는 데서 오는 행복감이 컸다. 하지만 전 직장에서의 불화를 겪으면서 점점 자신감이 사라졌다.


"이런 성격으로는 트레이너 하기가 힘들겠다"는 말을 몇 번 듣기도 했고, 사람들 앞에서 밝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점점 버겁게 느껴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와도 어떻게든 버텼는데, 올해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 자체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일하기로 했던 헬스장도 하루 출근하고 그만두게 되었다.


그래도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집에서 가까운 곳에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동네 마트에 취직했다. 출퇴근 시간을 아껴 그 시간을 내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이러다 나이만 먹고 커리어는 아무것도 안 쌓이겠다는 불안감이 몰려왔다. 이런 상태로는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았고, 결국 마트 일도 이틀 만에 그만두었다. 그러다 운 좋게 대기업 프로젝트 설계팀의 캐드 단기 아르바이트에 최종 합격했고, 커리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마음으로 입사하게 되었다.


이제 내 나이는 서른둘.
20대 중후반엔 회사를 다니면서도 트레이너라는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려왔는데, 막상 현실에선 내 성격적인 한계에 자꾸만 부딪혔다.한 군데에 오래 정착해서 경력을 쌓아왔다면 지금쯤 상황이 좀 달라졌을까? 예전엔 나 스스로가 다재다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나의 애매한 포지션이 불안하다.


당분간 캐드 설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잠깐 숨 돌리는 시간을 갖고 싶다.

조급해하지 않고, 내 속도를 지키면서,다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꺼내보고 싶다.

그게 글이든, 운동이든, 아니면 전혀 다른 무언가이든

지금의 이 표류가 언젠가 방향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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