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3년 차 초보 트레이너다. 주변에서는 직원으로 들어가 최대한 다양한 회원님들을 만나며 영업 능력과 레슨 경험을 늘려야 한다고 말해준다. 하지만 사실 그리 내키지 않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조직생활이 나와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체생활에서는 내 ‘멋’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매출 달성, 당직 근무, 주간 회의와 청소, 워크숍 등 단체 시스템 안에 나를 끼워 넣다 보면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점점 멀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잠깐 직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눈치를 보고 위축되었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더욱 조직생활이 꺼려진다.
대형 센터 근무 경험이 없어서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생각일 수도 있다. 그래도 지금만큼은 백지 위에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래서 당장 눈앞의 매출과 이윤을 좇는 활동보다는 운동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지난달에는 센터 두 곳의 면접을 다녀왔다.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트레이닝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았다. 예전부터 바디 쉐입(힙 라인, 얇은 허리, 역삼각형 등)과 기능성 트레이닝을 좋아했다. 그래서 내 수업에는 필라테스, 웨이트, 맨몸 운동을 적절히 녹여내고 싶다.
그 고민 끝에 여성 전용 퍼블릭 헬스장을 선택했다. 남녀 공용 헬스장은 머신의 무게가 무겁거나 프리웨이트 존의 비중이 높아, 지금 내가 추구하는 운동 방향성과는 거리가 있다고 느꼈다. 머신에 익숙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손이 잘 가지 않기도 한다. 내가 잘 다룰 수 있는 기구인지, 소도구나 맨몸 운동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 있는지도 꼼꼼히 확인했다.
예전부터 “회사라는 간판이 사라져도 내 이름 석 자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평생 굶어 죽을 일은 없겠다”라고 자신해왔다. 하지만 동시에 모든 책임을 100% 내가 져야 한다는 사실이 어깨를 무겁게 한다. 사실 많이 불안했다. 그런데 ‘프리랜서는 불안을 동력으로 움직인다’라는 말을 듣고 조금은 위안을 얻었다. 지금은 내 인생의 비수기일지라도, 언젠가 다시 찾아올 성수기를 위해 멈추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가려 한다.
그동안 생계를 유지할 만큼 기반을 다지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론과 실기를 내 것으로 체화해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았다. 그리고 단순히 운동만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과거의 내 트레이닝에는 WHY와 HOW가 없었다. 마치 백과사전을 나열하듯 뒤죽박죽 가르쳤던 기억이 떠올라 부끄럽다. 회원님의 불편함은 무엇인지, 원하는 니즈는 무엇인지 충분히 소통했어야 했는데, 사람을 대하는 일이 어렵다 보니 질문을 피하기도 했다. 서비스적인 부분이 많이 부족했고, 그래서 떠나보낸 회원님도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는 자신감을 갖기 위해 잠시 내려놓았던 해부학 스터디와 운동 생리학을 다시 시작하고, 그동안 배웠던 교육들을 리마인드하며 전문성을 더 단단히 다질 생각이다. 이제는 내 50분 수업 안에 WHY와 HOW를 담아 스토리텔링을 하고 싶다. 바디 쉐입과 기능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수업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