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4일 @건명원
안녕하십니까!
지난 한 해 2기의 반장역할을 맡았던 김세진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음에 영광되고 감사합니다.
12월 중순 우리 2기의 수료식이 끝나고 벌써 3월이 됐습니다. 모두들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론 건명원에서의 배움을 뱉어내보기도 하고, 다시 곱씹으며 깊은 잠수에 빠져 있었습니다. 여전히 스스로에 대해 모자람을 느끼지만 그런 만큼 용기 있게 저의 길을 가고자 합니다.
오늘 이 자리 모인 우리가 잊어선 안 될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평생토록 서로를 모를 뻔 했던 우리를 이렇게 엮어 준 것은, 오롯이 오정택 이사장님의 의지와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사장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부모자식의 인연보다 진하고 깊은 사제의 인연으로 저희와 맺어진 최진석 원장님, 배철현 교수님, 김개천 교수님, 김대식 교수님을 비롯한 다른 교수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건명원에는 산소와 물 같은 존재, 홍동영 실장님과 하연지 간사님이 계십니다. 반장역할을 맡으며, 우리 2기를 위해서라도 많이 도와드리려 노력했지만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방면으로 힘써주시고 챙겨주시는 두 분께도 특별히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 자리에 서니 1년 전 풍경과 공기가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38명의 동료들과 서먹서먹하게 첫 인사를 나누고, TV와 책, 신문으로 알아왔던 교수님들을 직접 뵈며 신기해하고, 새로운 배움을 앞두고 설레던 그 때.
입학식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라틴어, 도덕경 수업을 비롯한 건명원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수업이 끝나곤 한데 모여 열 띈 모습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걷기명상 수업을 통해 함께 땀 흘리고, 다양한 전시와 공연을 함께 보러가고, 많은 정보를 서로 나누며 교학상장(敎學相長)해 온 우리입니다. 그렇게 1년여를 지내며 우리는 어느새 건명원 식구가 됐습니다. 지난 시간 함께 보내온 2기 원생 여러분, 고맙습니다. 어느새 다가온 졸업에 어안이 벙벙하기까지 합니다. 우리의 입학식 때 “순간이 영원이 되는 마술 같은 일이 있다.”라고 말씀하시던 배철현 교수님의 감격어린 표정이 떠오릅니다. 어쩌면 2016년은 우리 각자의 삶에서 ‘영원으로 기억될 마법’으로 남을 것입니다.
지난 1기 선배들의 입학식에서 이사장님께서는 “반역자”가 되어 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저는 진정한 반역이란 다른 누구도, 그 어떤 것도 아닌 자기 스스로를 반역하는 것이라고 감히 정의내립니다. 나를 부정하고, 나를 죽이고, 그럼으로써 진정한 내가 되는 것이야 말로 참된‘반역’일 것입니다.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 곳곳에 참된 반역이 절실히 요구되는 지금, 두 발 딛고 선 이 땅에 망조를 넘어 전운마저 감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냉혹한 겨울, 깊은 밤 어딘가에서 꽃은 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꽃은 여기 모인 바로 우리, 여러분, 제 자신임을 믿습니다.
1년 전 건명원 마당의 작은 정원에는 흙만 남아있었습니다. 계절을 더해가며 이끼, 풀, 꽃들이 자라나고, 다시 무의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오늘도 그때와 같은 모습이지만, 지금의 저 흙은 이미 차원이 다른 존재입니다. 이곳을 오가며 재잘대던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고스란히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작은 정원의 변화를 3기 여러분들과 함께 바라볼 수 있게 되어 행복합니다. 그리고 점점 두터워질 건명원의 내일을 기대하게 됩니다.
이 시대에 필요한 변화는 어느 누구도 아닌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운명, 숙명 그리고 천명과도 같습니다. 건명원의 씨앗을 품은 우리가 사회 곳곳에서 변화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펼쳐질 배움의 길, 애틋한 추억으로 가득할 건명원 3기 생활을 마음껏 즐기십시오. 우리 2기는 보이는 곳에서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응원하며 함께 하겠습니다.
건명원 여러분!
따로 또 같이, 각자의 길을 용감하게 걸어갑시다.
그 길에서 서로를 향해 밝게 웃을 수 있기를,
아름다운 삶이었노라, 스스로에게 외칠 수 있기를,
그리고,
말보단 실천으로 증명하는 참된 삶이기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