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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Pak Nov 28. 2016

20161128 일기

실내온도 11도.


1. 실내온도 11도.

  오늘 난방기가 고장 난 영어실의 실내 온도다. 지난주부터 상태가 안 좋아 보이더니 오늘은 아예 작동이 안 되었다. 학교용 후리스에 토끼털 목도리까지 했지만 코에서는 추운 콧바람이 핑핑 나왔다. 1, 2교시까진 버텼지만 결국 3, 4교시에는 교실을 옮겨야 했다. 문득 난로를 피웠던 옛날 학교가 생각났다. 학교 뒤편 창고에서 기름 묻은 땔감을 가져오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 애들이 이런 얘기 들으면 나를 6.25 전쟁에서 살아남은 세대로 알겠지.


2. 변신

  이번 주 독서모임 선정도서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예전에  이 책을 읽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주인공 그레고리 잠자를 가족 모두가 외면할 때였다. 한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던 그레고리가 흉측한 벌레로 변한 뒤, 변신한 그의 모습을 혐오하듯 바라보던 가족의 시선을 보며 은혜도 모르는 짐승만도 못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성실한 그레고리가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한 모습에 그에 대한 측은심이 컸던 건 말할 것도 없고.

  그런데 직장인이 되고 나서 읽으니 인상 깊은 부분이 소설의 앞부분으로 바뀌었다. 주인공이 잠에서 눈을 뜨고  5시 기차를 탔어야 했는데 알람시계가 이미 6시 45분에 있는 것을 보며 놀랐을 때, 내 마음도 덜컥했다. 하 내가 저 상황이었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먼저 대충 씻고 교통카드랑 핸드폰 챙겨서 나가면서 부장님과 교감선생님께 연락하고 연신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을 하면서 면목없이 학교에 도착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20년 뒤에 다시 읽어보고 싶다.


3. 휴직? 복직?

  휴직을 연장하거나 복직 신청하는 선생님들이 서류를 내기 위해 학교에 오셨다. 거의 3년 만에 뵙는 분도 있었고 1년 만에 뵌 분도 있었다. 오랜만에 뵌 분은 안면 인식하는 데 버퍼링이 좀 걸렸다. 아기가 어리면 휴직을 하는 게 어쩔 수 없나 보다. 짧게 휴직을 하고 복직하려고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연장하신 분이 많다. 그나마 휴직이라도 해서 육아를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하나? 우리나라에서 복지가 최고라고 하는 곳에서도 육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다른 직종은 얼마나 힘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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