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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Jeung Mar 18. 2020

'플롯시'는 영국 소녀였다..

지경사 시리즈의 추억

80~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여성이라면 아마 한번쯤은 듣거나 읽어봤을 지경사 시리즈.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자면 말괄량이 쌍둥이와 플롯시의 꿈꾸는 데이트가 떠오른다.

어느날 갑자기 플롯시 생각이 나서 구글링을 해봤는데 일단 작품은 영국 작가가 쓴게 맞다. 


문제는 주인공 가족의 성인 '티이케키....'. 당시엔 그냥 발음이 특이하구나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영어 원문을 보니 이 요상한 성씨의 정체는 티이케키가 아니라 Teacake였다.....헐....

그러니까 당시 편집자들이 영어로 된 원문은 보지도 않고 일본 책을 그대로 가져와 베꼈단 소리다.

(오죽하면 파티셰들 보는 책에는 불어 제과용어 옆에 일본식 발음을 따로 병기해 놨을 정도다.

이런거 보면 새삼 우리가 세종대왕님께 얼마나 감사해야 하는지 실감이 난다는..)  


아무튼 이 책에도 음식 이야기가 꽤 나오고 주인공 플롯시는 나이가 나이인지라 전형적인 초딩입맛이다.

간요리와 샐러드라면 질색을 하고 좋아하는 음식은 비스킷과 리베나, 포테이토칩 등이다. 

이름도 낯선 리베나라는 음료의 실물을 접한 것은 몇 년전 짧은 홍콩 여행에서이다. 

블랙커런트 향이 나는 주스인데 생과일주스처럼 진하지는 않다. 가볍게 마시기 딱 좋은 맛. 


이 작품에서 제일 흥미진진한 에피소드 중 하나는 어른으로 변신한 플롯시가 언니 대신 패스트푸드점

알바를 뛰는 장면이다. 그녀는 시작부터 포테이토칩을 여섯 봉지나 뚝딱 하는 패기를 보여준다.

다만 이 포테이토칩은 우리가 알고 있는 포카칩, 프링글스 같은 형태가 아니라 프렌치 프라이에 가깝다.

맞다. 영국 하면 떠오르는 '피시 앤 칩스'의 바로 그 '칩스'인것. 그녀는 더운 주방에서 변신용 코트를 입고

일하자니 고생스러워 밀크 셰이크 담당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는데 여기서 초딩입맛의 활약이 빛난다.


플롯시는 6종류인 밀크 셰이크를 7종으로 늘리는 시도를 하는데 하필 먹던 포테이토칩...으로...

손님 입맛이 별난건지 영국음식스러운 괴조합이 먹힌 건지 칩스 셰이크는 호평을 받고, 고무된 

플롯시는 벌꿀과 밤, 당밀, 마말레이드 밀크셰이크에 이어 달걀과 토마토를 넣은 오믈렛 밀크셰이크...

까지 만들어낸다. (뭔가 발상이 매우 영국답다는 생각이 든건 나중의 일이다.) 


내 나이 또래 플롯시의 활약을 지켜보던 초딩은 어느새 중년 아줌마가 돼 있다. 

어른의 세계를 미리 체험해본 플롯시의 미래는 어땠을까. 

이미 겪어 봤기 때문에 시시해하며 오히려 지루한 생활을 하지는 않을까. 

나도 모험을 꽤나 좋아하는 성격이지만 밀크셰이크에 감자튀김을 넣을 용기까지는 없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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