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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Jeung Aug 18. 2020

음식계의 쓸데없는 혼종

정체불명 지역 명물(?)음식에 대한 유감


이미지 출처:한국일보

무라카미 하루키는 수필집에서 본인은 카레도 우동도 좋아하지만 '카레우동'은 질색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왜 그냥 먹어도 될 음식에 쓸데없는 것들을 넣냐며, 이러다가 미트 소스 차즈케 같은 것까지 나오는게 

아니냐고 한탄한다. 


비슷한 이유로 내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음식 중 하나가 바로 피자 위 고구마무스다. 

파인애플까지는 참아주겠는데, 짭짤한 맛으로 먹는 피자에 굳이 고구마를 올려 달게 만드는 건지 이해불가..

하긴 예전엔 쿠키 도우에 초콜릿 피자까지 있었으니 고구마무스 정도면 양호한(?)수준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괴조합을 수없이 보게 되는 대표적인 장소가 관광지 지역특산물 코너이다. 

가령 통영꿀빵이나 충무김밥 같은 경우 충분히 역사도 있고 관광객을 끌기에 손색이 없는 상품이다.

(일부 가격거품만 없다면 말이다....)


그런데 지자체들이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면서 듣도보도못한 괴조합 관광지 음식들이 

지역 이색 별미라며 끊임없이 전파를 타고 마치 그곳의 전통 음식인 양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대표적인 예가 강릉 주문진의 오징어먹물 아이스크림. 막상 오징어먹물 풍미는 거의 안나고 

그냥 아이스크림 맛이다. 시커먼 색이 눈에 띌 뿐 오징어먹물의 각종 영양성분이 든 제품은 더더욱 아니다. 

만주 느낌의 커피빵도 있는데 맛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정작 강릉 사람들도 강릉이 커피의 도시가

된 유래를 잘 모르고 있으며, 왜 이런 특산품이 갑톡튀했는지 아는 이들은 더욱 적다. 


이런 괴조합이 특히 많이 쓰이는 음식이 바로 빵 종류다. 속초 대게빵...이란걸 백화점 식품코너에서 

먹어본 적이 있는데, 말 그대로 풀빵에다 게맛살 넣은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맛이 난다.

코로나 창궐 직전인 올해 초, 전주 한옥마을에서는 정체불명의 '비빔빵'이란걸 팔고 있었는데

희한한 발상이 낯설어서인지 그다지 큰 인기는 끌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가 하면 남해 어느 지역에는 해초가 들어간 '해초라떼'라는 메뉴도 있다고 한다....


물론 사람의 입맛이란 건 다양하고 개중에는 '얻어걸려서' 꽤 괜찮은 맛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다.

(당장 음식의 역사만 봐도 실수로 뭔가를 망치고->아까워서 심폐소생술을 해봤더니->

의외로 맛있더라...이런 예를 수없이 찾아볼 수 있다. ex) 와플, 가나슈, 취두부 등등...)


하지만 특산품 홍보를 위해 굳이 이런 무리한 조합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지역경제 발전에 정말 필요한 것은 억지로 만들어낸 관광상품이 아니라 자연환경 보호와 함께 

전통적인 지역색, 그리고 고유 문화를 지켜내려는 노력에 달려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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