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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Jeung Nov 16. 2020

'왕자'를 기다리지 않는 여성들

멕시코 여성들이 강인한 이유는?


'코코'를 TV에서 다시 보다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엑토르한테는 자식이 딸인 코코 단 한명뿐이었는데 왜 미겔은 리베라 성씨를 그대로 물려받았을까? 알고보니 코코의 남편, 즉 미겔의 증조할아버지가 데릴사위였다. 

그러고 보면 리베라 집안의 가업을 주도하고 최고 결정권을 가진 인물도 '여성'인 할머니다. 


이런 비슷한 그림은 라우라 에스키벨의 소설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에서도 볼 수 있다. 

티타의 어머니는 집안의 독재자로 군림하며, 로사우라와 결혼한 페드로는 처가살이를 한다. 

그럼 멕시코는 모계사회인가? 잉카제국 시절이야 모르겠지만 적어도 스페인 침략 후인 근현대에는 아니다.

오히려 가부장제가 강하게 뿌리박고 있으며 가톨릭 율법을 중시하는 탓에 이곳 여성들은 임신중절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미국에 괜히 나이어린 히스패닉 싱글맘이 많은 게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의 멕시코 여성이 강인하게 살아가는 이유는 바로 이 가부장적인 문화 탓이다.

가부장제 하에서는 남성이 집안을 이끌고 책임지....는게 원칙이지만 이동네 남자들은 그나마 책임감도 없다.

하기야 이들의 조상이 본국에선 시정잡배였다가 새로운 땅에서 개척한답시고 양아치질 하던 애들이니 그놈의 유전자가 어디로 갔겠는가. 남편이 데킬라에 쩔어 빈둥빈둥 노는 동안 식솔들을 건사해야 했던 여성들이 강해지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생각해 보면 그래도 가족에게 돌아가기를 택한 엑토르는 천사다...ㅠㅠ)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의 남주 페드로도 왕자님 캐릭터와는 거리가 있다. 티타가 그렇게 좋으면 둘이 야반도주할 일이지 언니와 결혼한다는 정신나간 생각을 한 것부터가.... 그래놓고 "너랑 있고 싶어서 니네 언니랑 결혼까지 해줬잖아!" 할 때는 어이상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타는 자신에게 헌신적인 의사 존을 버리고 끝까지 페드로 곁에 남는다. 그러고 보니 남편한테 끊임없이 배신을 당하고(심지어 친동생이랑 바람...) 그의 그림자로 살아야만 했던 프리다 칼로도 평생 디에고를 떠나지 못한다. 


다만 이런 씁쓸함과 인내가 현실에서 여성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야 하는 대안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첫사랑에게 배신당하고 재벌2세가 자신을 구원해주는 일은 어디까지나 드라마 속 이야기일 뿐이다. 나홀로 행복할 수 있는 존재여야만 누군가와 함께여도 행복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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