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jin Jeung Nov 23. 2020

작지만 알찬 미니 게의 맛

우리 고모부는 '땅끝마을'로도 불리는 전라남도 해남 출신이다. 

어린시절 가끔 고모네 놀러가면 우리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기한 음식들이 종종 있었다.

지금은 흔해졌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시중에서 보기 어려웠던 무화과가 대표적이고,

거무튀튀한 빛깔에 중간중간 딱딱한 알갱이가 씹히는 정체불명의 장을 먹은 적도 있다.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맛의 이 음식은 화랑게라고도 불리는 칠게를 갈아 만든 장이다. 

바로 요렇게 생긴 녀석이다. 크기는 대략 2~3cm 정도 일식집에선 통째로 튀겨서도 나온다. 

한동안 키토산이 몸에 좋다고 유행하던 무렵, 껍데기째 섭취할 수 있는 이 게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도 한번 노량진에서 칠게를 한봉다리 사서 강정처럼 만들어봤는데, 결과물은 의외로 넘 딱딱해

아작아작 씹어먹다 치아가 아작날 것 같은 느낌이다. 기름에 살짝 튀기면 그나마 좀 연해지는 듯..


한편 제주도에서는 칠게를 '방게'라고도 부르며 해녀들의 보양식으로 활용한다. 

사시사철 차가운 바닷물에서 물질을 하니 조금만 나이가 들어도 뼈마디가 시큰해지는 건 당연지사.

몸보신을 위해 해녀들은 방게를 절구에 찧어 죽을 끓여 먹었는데 이게 바로 '깅이죽'이다. 

뿐만 아니라 술로 담가 먹기도 했다는데 몇 안되는 동물성 재료로 만든 술이라 맛이 궁금해진다.


그리고 얼마 전....나는 한 유튜브를 통해 칠게의 또 다른 면모?를 보게 됐다. 

https://www.youtube.com/watch?v=jznVIYxsBPk&t=135s

미니 포레스트라는 채널인데 작은 식재료를 활용, 깨알 같은 디테일을 살려내는 솜씨가 예술이다.

돈까스에 모닝롤, 장칼국수 등 정말 온갖 요리들을 소재로 했고 최근에는 게장까지 등장했다!!

이 요술 같은 요리의 주인공은(어찌보면 자연스럽지만) 바로 칠게였고, 뚜껑을 열어보니 

보통 게와 마찬가지로 노란 알과 내장이 제대로 갖춰져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작다고 무시해서 미안하다....칠게야....ㅠㅠ)

영상을 보니 이번주엔 다시 노량진을 찾아 칠게의 새로운 맛을 찾아보고 싶어진다. 


작가의 이전글 '왕자'를 기다리지 않는 여성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