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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Jeung Mar 30. 2023

유럽의 해산물-스페인편

스페인은 남부 이탈리아 못지 않게 다양한 해산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종류도 훨씬 다양해서 갑오징어나 아귀 같은, 유럽인들은 먹지 않을 것 같은 식재료도 흔하다. 이곳에서 나는 한국에서도 정작 먹어보지 못했던 맛조개와 거북손 등을 처음으로 맛볼 수 있었다. 가는 곳마다 재래시장을 찾아 열심히 돌아다녔는데 바르셀로나에서는 보께리아 시장이, 발렌시아에서는 발렌시아 중앙시장이 특히 인상적인 곳이었다. 

보께리아 시장의 다양한 해산물
발렌시아 중앙시장

특히 발렌시아 중앙시장은 숙소 바로 근처에 있어서 꽤 여러번 들락거렸다. 무려 100년의 역사를 지녔다고 하며 아르누보 양식의 외관이 시장이 아니라 유적 같은 느낌인데, 특히 돔 형태의 천장이 압도적이다. 스페인에서도 특히 크고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한 이곳은 관광객보다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오렌지로 유명한 발렌시아 답게 오렌지 등 각종 과일, 채소가 풍부하고 다채로운 간식거리가 눈길을 잡아끈다. 오랫동안 무슬림 지배를 받아온 지역인만큼 중동풍의 과자도 상당히 많다. 

여기는 건어물? 코너...숭어알 보타르가와 우리나라 명란 비스무리한 염장 대구알이 있다. 오른쪽은 스페인 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바칼라오.

스페인에서 해산물 요리를 즐기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우리나라 수산시장에서처럼 재료를 선택하면 즉석에서 조리해주는 방식이고, 또 하나는 타파스 전문점을 찾는 것. 위 사진은 바르셀로나의 유명 타파스 가게다. 맛조개는 razor clam이라고 하는데 맛은 괜찮았지만 해감이 덜된건지 모래가 씹혔다. 

오른쪽 위 사진은 대구살을 튀기듯 조리해 흰콩, 마늘을 곁들인 요리인데 왠지 우리나라 동태전하고 비스무리한, 익숙한 맛이 난다. 

왼쪽 아래 파스타처럼 생긴건 장어 치어를 채썬 감자와 함께 센 불에 볶아낸 것이다. 마늘 고추 양념이 들어가 매콤한 것이 의외로 한국인 입에 잘 맞는다. 문호 헤밍웨이가 스페인에 머물 당시 즐겨 먹었다고. 스페인 슈퍼마켓에 가면 냉장보관한 장어 치어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내가 꼽는 베스트 메뉴는 오른쪽 아래, 다진 토마토를 바른 빵 위에 정어리 초절임을 얹고 연어알로 가니쉬한 것. 새콤달콤하고 짭짤한 맛이 일품인데 상큼한 토마토가 생선의 비린맛을 잡아준다. 등푸른 생선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맛봐야 할 메뉴다. 

여기는 말라가의 수산시장에서 맛본 메뉴들이다. 거북손이 작은 접시 하나에 14유로나 해서 망설였지만....이럴때 아니면 언제 먹어보나 해서 시킴. 별다른 양념 없이 삶아내는데 자체의 육즙에서 감칠맛이 넘친다. 딱딱한 껍질 부분을 살살 돌려서 까 먹는데 잘못하면 물이 발사되니 주의해야 한다. 

가리비 구이는 예상할 수 있는 맛....이긴 한데 올리브유와 매운 고추 양념이 아주 찰떡이다. 올리브유가 품질이 좋은 것인지, 소스만 자꾸 먹고 싶은 생각이 든다. 

마지막 앤초비 비니거 절임은 다소 호불호가 갈릴듯 하다. 신맛이 상당히 강한데 그 신맛과 와인의 궁합이 상당히 좋다. 초절임으로 탱탱해진 멸치살의 식감에 올리브유, 마늘 프레이크의 조화가 이색적이다.

마지막 소개할 메뉴는 빌바오에서 먹었던 문어 요리다. 대서양을 끼고 있는 바스크 연안은 수온이 차가워 특히 문어나 대구 맛이 각별하다고 한다. 문어가 이렇게 당당히 메인으로 나올 수 있는 것도 그만큼 맛이 훌륭하기 때문. 올리브유, 허브로 풍미를 살리고 여기에 더해진 숯불향이충족감을 준다. 가나시로 나온 작은 알감자를 곁들여 먹는다. 

스페인에서 만난 해산물들은 조리법은 한국과 상당히 다르지만 그 종류가 다양하고, 우리에게 익숙한 어패류도 많다. 지구 반대편, 비슷한 듯 다른 미식의 세계는 여행의 색다른 즐거움을 더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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