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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Jeung Mar 01. 2023

유럽의 해산물-시칠리아편

시칠리아에서 1순위로 들러야 할 곳으로 나는 재래시장을 꼽고 싶다. 맛있는 음식이 말 그대로 하나가득~인데 특히 지중해의 풍부한 해산물이 별미다. 서양인들이 일반적으로 먹지 않는 오징어, 문어 등도 흔하고 대부분 간을 심플하게 하다 보니 신선한 해물 자체의 맛이 살아있다. 시칠리아에서 일주일간 나는 여러 시장을 돌며 다양한 음식들을 맛봤는데 팔레르모에는 카포, 발라로, 부차리아 시장이 유명하고 카타니아에는 중앙역 부근에 생선 마켓이 있다. 무엇보다, 소량씩 타파스처럼 골라 먹는 메뉴들이 많아 혼밥을 즐기기에도 좋다. 

카타니아 수산시장의 생선들. 진열된 모양이 특이하다.

대부분의 재래시장들은 오후가 되면 물건이 줄어들고 손님도 끊긴다. 아예 점심 이후 문을 닫는 곳들도 있어 시장투어는 아침 일찍 다리품을 팔아야 한다. 카타니아에선 시장이나 맛집이 모인 곳에 꼭 저런 색색가지 우산을 걸어 놓는 모습이 특이하다. 생선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휘어진 모양으로 진열해 놓고 있따. 어종을 살펴보니 고등어, 갈치, 아귀 등 은근 한국과 비슷한 것들이 많다. 

카포 시장에서. 부위별로 파는 참치와 생굴, 새우, 즉석 봉골레 맛집

참치를 부위별로 해체해 놓은 모습을 보니 왠지 일본의 츠키지 시장이 떠오른다. 물론 회로는 먹지 않고 참다랑어보다는 황새치를 더 흔하게 먹는 듯하다. 다만 겉만 익힌 타다키는 거부감이 덜한 것인지 레스토랑 같은 데서 자주 볼 수 있다. (참고로 참치와 연어회가 들어간 포케도 요즘 건강식으로 뜨고 있단다) 즉석에서 마늘과 올리브유에 조개를 볶아 파스타를 만들어 주는 길거리 맛집들이 즐비하다. 얼음에 채운 생굴은 1개에 2유로. 한국 굴 값 생각하면 꽤 비싼 가격이지만 비린 맛 한점 없이 신선하다. 올리브유, 후추에 살짝 버무린 생새우도 별미.  


링귀니 면에 조개와 토마토 등을 넣은 봉골레, 오징어먹물 성게 파스타

이탈리아까지 왔으니 파스타 성지순례를 안해볼 수 없다. 왼쪽 링귀니는 카타니아에서, 먹물 파스타는 팔레르모 시장에서 각각 맛보았다. 딱 알맞은 정도로 익힌 면에 살짝 들어간 보타르가가 감칠맛을 더해준다. (시장에서 샀어야 했는데 ㅠㅠ 깜빡 잊고 있다가 로마 시내 마트를 뒤졌으나 찾지 못했다. 제대로 만든 보타르가는 한국 어란만큼이나 비싸지만 가루 제품은 비교적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오징어 먹물 파스타는 성게 뿐 아니라 면에도 간이 돼 있어서인지 짠맛이 좀 강했다.   

카타니아에서 먹은 해산물 한접시 요리들. 크로켓, 샐러드, 생선튀김 등등..

첫 번째 요리는 팔레르모 시장서 먹은 전채 모듬? 같은 것이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토마토 샐러드, 감자, 아티초크, 구운 가지 등이 있고 정어리를 돌돌 말아 안에 빵가루를 채운 요리도 별미다. 해물도 맛있지만 시칠리아는 특히 야채가 정말정말 맛있다. 연중 건조한 기후에 뜨거운 태양을 받아서인지 별 양념 없이도 달고 풍미가 진하다. 지중해 식단이 건강식으로 불리는 이유가 사실은 채소가 맛있어서가 아닐까 생각됨... 

두 번째부터는 카타니아의 한 레스토랑에서 먹은 것들이다. 속 채운 정어리와 홍합, 치어 크로켓은 기대 안하고 시킨건데(어묵을 별로 안좋아하다 보니) 살짝 들어간 블루치즈가 치트키였다. 그라탕처럼 만든 홍합이 특히 맛있었다. 양파와 토마토, 샐러리가 들어간 샐러드는 산뜻한 맛이고 작은 치어와 새우 등을 튀긴 메뉴는 짭짤한 것이 맥주 안주로 딱이다. 시칠리아를 돌아다니다 보면 말 그대로 태양과 바다의 기운을 꽉 채워넣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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