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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Jeung May 25. 2023

타파스, 타파스, 타파스~!!

스페인 요리의 꽃은 뭐라 해도 역시 '타파스'라 할 수 있다. 사실 타파스란 명칭은 특정 음식을 가리킨다기보다는 우리나라의 '반찬', 혹은 '백반'처럼 식사의 한 형태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직접 스페인 본토에서 체험한 타파스의 매력은 종류와 재료가 무궁무진해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점이다. 또한 각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메뉴가 많으며 선술집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어 애주가들에게는 아주 찰떡이다. 

감자 토르티아와 닭고기 요리

로마에서 그리말디 호를 타고 꼬박 하루가 걸려 도착한 바르셀로나에서의 첫 끼는 바로 사진 왼쪽 감자 토르티아였다. 이 요리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은..."이게 왜 맛있지?"였다. 다른 재료 없이 달걀, 감자에 소금만 넣고 부쳐낸 오믈렛이 말도 안되게 맛있는 것이다. 아마도 질좋은 재료와 막 만들었을 때의 온기가 핵심인 듯 하다. 옆에 있는건 인도풍 향신료 양념을 한 닭고기. 아무리 봐도 그냥 살코기 부분인데 전혀 퍽퍽하지 않고 부드럽다. 비교적 큰 닭의 허벅지살 등을 이용한게 아닌가 추측됨. 별거 없어 보이는데 핵맛이었던 메뉴를 꼽자면 이 두 가지가 있다. 

치즈와 잼을 얹은 카나페 타입과 새우 꼬치요리

바르셀로나 중심가에 있는 꽤 유명한 타파스 가게가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웨이팅이 너무 길어서 바로 옆 가게에 자리를 잡았다. 빵 위에 염소치즈와 파프리카 잼을 올린 게 왼쪽 메뉴다. 채소로 잼을? 하며 반신반의했으나 입에 넣자마자 의혹은 사라졌다. 파프리카의 톡 쏘는 듯한 맛에 달콤함이 어우러져 생각지 못한 시너지를 낸다. 여기에 녹진한 치즈의 고소함까지...먹다 보면 정신없이 와인을 비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옆에 있는 새우꼬치는 예상 가능한 맛일거라 생각했는데신선한 올리브유와 토마토, 아이올리가 탱탱한 새우살의 감칠맛을 한층 끌어올려 준다. 

발렌시아에서 맛본 타파스

비교적 심플한 타입의 타파스. 위 사진은 구운 파프리카를 올리브유와 식초 등을 포함한 양념에 절인 것인데 달콤하고 촉촉한 맛이 입맛을 돋워준다. 아래 사진은 토마토 조각에 앤초비와 올리브유를 올리고 옆에 야채를 곁들여 먹는다. 우리나라 토마토보다 훨씬 진한 맛 덕분인지 단순한 재료 구성에도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꼴뚜기를 소테해 감자 퓌레와 곁들인 것

발렌시아에서 맛본 타파스 중 단연 최고였던 메뉴. 영어 메뉴판에는 Baby Squid 라고 돼 있는데 꼴뚜기인지 요즘 유행한다는 총알오징어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살짝 소테해 식감을 살린 꼴뚜기에서는 육즙이 팡팡 나오고 밑에 깔린 부드러운 감자 퓌레가 감칠맛을 더하게 한다. 호불호 안갈리고 누구나 좋아할 듯한 맛..

만체고 치즈를 이용한 타파스

스페인은 의외로 치즈의 종류가 많지 않다. 목축을 하기엔 다소 더운 기후 탓이라고 하는데 이곳에도 별미 치즈는 존재한다. 그 대표주자가 바로 만체고. 돈키호테의 고향 라만차가 주산지로, 겉면의 빗살무늬는 풀로 짠 바구니에 담아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생겨난다고 한다. 양젖을 사용해 부드럽고 크리미하며 향이 강하지 않아 견과류나 혹은 앤초비 같은 재료와도 잘 어울린다. 역시 와인안주로 강추.

고추튀김과 달팽이 타파스

이 두 메뉴는 아마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할 것 같다. 아삭한 고추를 바삭하게 튀겨내 매콤함과 고소함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다만 튀긴 음식이라 그런지 먹다보면 좀 많다는 느낌이..ㅠㅠ) 오른쪽 테라코타 그릇에 담긴건 달팽이인데 토마토와 고추, 마늘 등을 사용한 매운 양념이 딱 한국인 취향이다. 다슬기 빼먹듯 속살을 쏙쏙 발라먹은 후 남은 소스를 빵에 찍어 먹으면 별미~

말라가 재래시장의 타파스

스페인에서는 거의 매일 재래시장을 찾았는데, 시장마다 조금씩 분위기가 다르고 취급하는 메뉴도 다르기 때문이다. 감자에 고추, 하몽, 달걀 프라이를 푸짐하게 얹은 타파스는 아침 식사로도 제격이다. 감자와 미트볼 타파스는 속이 든든하고, 토마토와 문어를 곁들인 샐러드 타입의 타파스는 가벼운 술안주로 추천한다.  

세비야의 퓨전 스타일 타파스

세비야에서는 프랑스나 이탈리아 느낌이 나는 타파스 메뉴를 맛봤다. 아티초크에 다진 하몽, 마늘을 뿌리고 올리브유와 셰리주로 맛을 낸 것이 위쪽 사진이다. 아티초크의 은은한 단맛과 하몽의 강한 풍미가 이채로운 조화를 이룬다. 아래 왼쪽은 감자와 파인애플 위에 오리고기 소테를 올린 것. 어느 부위인지는 모르겠는데 감처럼 진한 풍미가 인상적이었다. 오른쪽은 이탈리아 느낌이 드는 크림소스 뇨키. 

하몽 치즈말이 크로켓

널찍한 하몽에 스페인의 유명 블루치즈 카브랄레스를 넣고 돌돌 말아 튀긴 크로켓이다. 튀김이지만 생각보다 느끼하지 않고 강렬한 카브랄레스의 맛이 달콤한 와인과 잘 어울린다. 

대구알과 돼지간을 이용한 타파스

이 두 메뉴는 사실 원래 아는 맛..이라고 할 법 하다. 대구알을 구워서 아이올리와 낸 것인데 좀 바짝 구워져서 식감은 다소 퍽퍽한 편. 명란젓을 생각하고 엄청 짤거라 생각했는데 짠맛은 거의 안난다. 돼지간은 우리나라 분식집 순대와 그닥 다르지 않은 맛이다. 한국식 술안주가 생각난다면 시켜볼만한 메뉴임. 

빌바오의 이색적인 타파스 메뉴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역의 도시 빌바오는 이전부터 부유한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대서양과 인접한 지역이면서 문화가 다른 민족(바스크족)이 사는 곳이다 보니 다른 지역의 타파스와는 꽤 다른 모습을 보인다. 뭔가 고급스러운 재료들이 많이 쓰였는데 왼쪽은 생선회 세비체와 염소치즈 카나페이고, 오른쪽은 아몬드로 만드는 아호 블랑코 수프 안에 메추리알과 다양한 부재료가 들어갔다. 풍미는 의외로 자극적이지 않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든다. 

스페인 북단, 프랑스와의 국경 지대에 위치한 빌바오의 음식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크림이나 치즈 등의 비중이 높아 보였다. 맨위 사진은 참치와 다진 야채를 끼워 넣은 코니숑 피클+올리브 꼬치와 베샤멜 소스에 하몽을 다져 넣은 키쉬다. 언뜻 보면 프랑스 요리 같기도 하다. 아랫쪽은 장어 치어와 메추리알 프라이, 멤브리요와 치즈 등을 곁들인 핀초이다. 

같은 스페인 안에서도 지역마다 특색이 있고(물론 스페인 땅이 엄청 넓고 민족 구성도 다양하긴 하지만..)이용하는 재료의 폭도 넓어서 타파스 바에 가면 메뉴 선택이 어렵고도 즐거웠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해조류나 김치 같은, 외국 식재료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양 적은 메뉴를 와인을 곁들여 두개, 세개씩 시키다 보면 나도 모르게 폭식을 하게 돼서 문제였지만...ㅠㅠ 마치 아시아의 딤섬집처럼 여럿이 다양한 메뉴를 주문해 나눠먹는 것도 요령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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