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jin Jeung Jun 21. 2023

미드소마와 시메사바

낯선 잔칫상에 올라온 왠지 익숙한 '물고기'

작년쯤이었나....이케아 팝업 광고에서 '미드소마 축제'라는 단어에 왠지 섬뜩해진 적이 있다. 

북유럽 하지축제 미드소마는 사실 평범한 세시풍속인데, 아래 영화 때문에 미묘한 기분이 들게 된 것....

(글고보니 미드소마를 한국 추석에 비유한 밈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호르가 마을 사람들이 이방인들에게 대접하는 음식은 전형적인 하지축제 식단이다. 

스웨덴에서는 하지 무렵에 제철을 맞는 포슬포슬 감자와 신선한 각종 베리류를 상에 올린다. 

딱딱한 호밀빵과 연어, 삶은 달걀, 과일 브랜디 슈납스도 나오는데 개중 특이한 메뉴는 '청어 절임'이다.

대니가 한입 먹고 뱉어 버리는 청어절임은 익히지 않은 날 생선을 소금과 식초에 절인 것이다. 

이렇게 하면 청어의 보존성이 높아지며, 네덜란드와 북유럽에서는 이를 숙취해소용으로 즐긴다고.

노천시장에 가면 사람들이 청어 꼬리를 잡고 고개를 젖힌 채 먹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시큼한 식초와 양파, 딜 허브가 청어의 비린맛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방송을 통해 잘 알려진 수르스트뢰밍은 같은 청어 요리이긴 하지만 북유럽 현지인들도 

모르는 이들이 많을 정도로 마이너한 메뉴라고 한다. 한국으로 치면 삭힌 홍어 정도...?

이 청어 통조림이 지독한 악취를 풍기는 이유는 보존 방식 때문이다. 발트해 연안의 주민들은

소금이 부족해 염도가 낮은 바닷물로 생선을 절였고 발효 과정 중 각종 박테리아가 생성되는 것.

아무튼 절인 청어라고 하니 아시아에서도 비슷한 음식이 있다. 

일본에서는 비린내가 강하고 상하기 쉬운 등푸른생선을 처리하는 데 식초를 처리했다. 

위 사진은 청어 초절임에 쌀과 각종 채소를 넣은 보존식품이다. 

일본식 청어절임과 비슷하면서 조금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메뉴를 꼽자면....

 

최근들어 이자카야 등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고등어 봉초밥과 시메사바가 있다. 

재료는 반드시 고등어를 쓸 필요는 없고 청어, 전갱이 등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마치 과메기 재료가 청어에서 꽁치로 넘어간 것과 비슷....)

한때는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었지만 숙성회가 한국에서도 유행하면서 흔해졌다. 

비린 맛이 꺼려진다면 향이 강한 시소잎이나 깻잎, 다진생강 등을 곁들이면 먹기 편하다. 


인간의 미각 중 '신맛'은 부패한 음식에서 자주 발견되다 보니 거부감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인류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부패의 맛'을 독특한 풍미로 발전시켜 왔다. 

특히 각종 식재료를 보존하기 위해 생겨난 식초는 더운 날씨로 잃어버린 입맛을 돋우는 한편

인체의 밸런스를 맞춰주는 등 여러 가지 이로운 역할을 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타파스, 타파스, 타파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