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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Jeung Sep 25. 2015

소피아 로렌의 몸매관리 비결은?

이탈리아 국민요리 파스타

한 시대를 풍미한 여배우들 중에는 자신의 나이든 모습을 숨기려고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이들이 있다. 특히 완벽주의자 기질이 강했던 비비안 리는 만년에 은둔생활을 하며 칩거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이 든 모습을 자연스럽게 내보이며 당당함을 잃지 않는 배우들도 상당수 있다. 죽음을 맞기 전까지 선행과 봉사활동을 이어간 오드리 햅번이 그렇고, 72세의 나이로 달력 모델을 하며 이탈리아 국민들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소피아 로렌도 그 중 하나이다.


아마 20대 이하 젊은 세대들에게 소피아 로렌은 낯선 이름일 것이다. 그녀의 전성기가 1950년대 말~60년대에 집중돼 있는 탓이다.


1934년 로마에서 싱글맘의 딸로 출생한 로렌은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어렵게 자랐다고 하며, 14살에 나폴리에서 나이를 속이고 미인대회에 출전해 배우의 길을 가게 된다.     


16세때 영화 ‘쿼바디스’의 노예 소녀 역으로 데뷔한 그녀는 1953년 영화 ‘아이다’에서 타이틀 롤을 맡으며 주목받았다.


소피아 로렌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은 헐리우드 진출 이후이다. 로렌은 캐리 그랜트와 함께 출연한 1958년작 ‘하우스 보트’부터 67년에 말론 브란도와 호흡을 맞춘 ‘홍콩의 백작부인’까지 헐리우드의 수많은 남성 스타와 함께 연기했다.


그러다 1960년 영화 ‘두 여인’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면서 그녀는 이탈리아의 자랑일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사랑을 받는 스타로 거듭난다.


소피아 로렌은 또한 로마 교황청을 굴복시킨 러브스토리로도 유명하다.  


그녀는 자신을 스타로 키운 영화 제작자 겸 감독 카를로 폰와 사랑에 빠졌으며 22세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했다. 그러나 문제는 유부남이었던 폰티가 본처를 버리고 로렌을 택한 것.


이혼을 엄격히 금지한 로마 교황청은 이들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로렌과 폰티 부부는 마치 망명객처럼 유럽 곳곳을 떠돌다 결국에는 교황청의 ‘항복’을 받아낸다.


두 사람은 폰티가 지난 2007년 사망할 때까지 50년간이나 해로했다고 한다.   


한편 이탈리아에는 스타의 아름다움을 측정하는 기준을 나타내는 ‘마조라테 피지체’라는 단어가 있다. 이는 바로 소피아 로렌을 지칭한 말로 풍만한 글래머 스타일의 몸매를 가리킨다.  


이런 그녀의 몸매 비결은 바로 고향 음식인 ‘파스타’이다. 로렌은 파스타에 대한 책까지 저술할 정도로 파스타 마니아라고 한다.  


그녀가 가장 즐겨 먹는 파스타는 바로 조개로 맛을 낸 봉골레이다. 크림이나 고기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칼로리가 낮으며, 올리브 오일과 마늘 역시 여성의 미용에 좋은 식품이다.


한국에서 스파게티 하면 살찌는 음식의 대명사처럼 알려져 있지만 이는 한국에서 주로 팔리는 파스타가 대부분 미국식으로 크림소스를 듬뿍 넣거나 치즈 등 부재료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본토, 특히 남부 지역의 파스타는 맛이 아주 깔끔하며 해산물을 듬뿍 사용해 신선한 바다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느끼하기로 이름난 까르보나라도 오리지널은 생크림을 사용하지 않고 베이컨으로 맛을 낸 다음 달걀 노른자와 치즈를 더한 정도다.


국물이 흥건한 스파게티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너무 심플하다고 생각하겠지만 한 번 맛을 들이면 오히려 단순한 재료로 깊은 맛을 낸 이탈리아식 파스타에 빠지게 될 것이다.     


 드라마 '파스타'에 힘입어 인기를 얻은 알리오올리오는 올리브유에 마늘, 파르마 치즈만으로 만든다. 재료가 심플하다 보니 오히려 요리사의 솜씨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성게 같은, 서구권에서는 잘 먹지 않을 것 같은 재료를 사용한 파스타도 남부 지방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드물게 성게 파스타를 파는 곳이 있으나 대부분 성게는 조금만 넣고 크림소스로 접시를 채운다.


이에 비해 이탈리아 사르디니아풍 성게 파스타는 크림 없이 성게와 작은 이탈리아 고추 페페론치노 맛을 내 훨씬 담백하다.


오징어 먹물로 만든 세피아 스파게티도 별미이다. 오징어 한 마리의 먹물 양이 한줌밖에 되지 않다보니 값이 비싼 편이며, 감칠맛이 있으나 먹고 나면 치아가 새까매지므로 데이트를 할 때는 먹지 않을 것을 권한다.


얼마 전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는 최현석 셰프의 어란 파스타가 주목을 받았다. 약간 변형이 가해지긴 했으나 본토에도 비슷한 파스타가 있다. “이탈리아에서 어란?하면 의아하겠지만 ‘보타르가’라고 부르는 말린 숭어알은 우리의 어란만큼 귀한 식재료로 대접받으며, 갈아서 파스타에 뿌려 먹는다고 한다.    


몸은 헐리우드에 있었으나 마음은 한시도 조국 이탈리아를 떠나지 않은 소피아 로렌. 그녀의 파스타 사랑은 몸매 관리 뿐 아니라 고향을 머릿속에서 지우지 않기 위한 이유도 있지 않았을까.


비록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로렌은 나이가 들어서까지도 “나폴리적인 생각이란 삶에 대해 낙천적인 시선을 가진다는 뜻“이라고 말할 만큼 고국에 대한 애착을 나타냈다.


소피아 로렌이 80이 넘은 나이에도 아름다운 원로 배우로 남은 것은 영혼을 채워 준 파스타의 역할도 있었겠지만, 이런 긍정적인 생각의 힘도 크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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