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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Jeung Sep 26. 2015

마오가 상징하는 대륙의 매운맛

마오쩌둥의 사상과 화끈한 후난요리의 매력

매운 맛을 좋아하기로 유명한 한국인들이지만 외국 여행을 하다 보면 같은 매운맛인데도 입에 맞지 않다고 느끼는 음식들이 많다. 


한국 요리의 매운 맛은 고추와 마늘 생강을 듬뿍 써서 만든 ‘뜨거운 매운맛’에 속한다. 매우면서도 성질이 평한 와사비라던가 차가운 민트향 등은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맛이 아니다. 


그리고 같은 고추라도 우리나라 고추는 매운맛과 단맛을 함께 지니고 있어 일본산 다카노쓰메 고추나 멕시코의 칠리와는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외국 음식 중에서 가장 한국인의 매운맛에 가까운 음식을 꼽자면 혁명가 마오쩌둥의 고향 후난 요리가 있다. 


사천요리가 ‘화자오’라고 불리는 산초를 듬뿍 이용해 얼얼하면서 매운 맛을 내는 반면, 후난요리는 고추를 주로 쓰기 때문에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편이다. 후난식 매운맛은 ‘솬라(산라탕의 그 산라 맞다)’라고 해서 맵고 시고 짠 맛이 함께 있다.     


매운 요리를 좋아하는 나라 사람들은 성격이 급하다는 속설이 있다. 후난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중국에서는 “후난 사람과는 싸움을 하지 마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일까? 후난 출신인 마오쩌둥의 정치행보는 매우 급진적이었으며,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 또한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 


1893년 후난성 샹탄현 사오산에서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마오쩌둥은 1911년 10월 신해혁명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혁명가의 길에 발을 들여 놓는다. 


이후 중국공산당의 요직에서 활동하다가 중앙 제7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연합정부론을 발표했으며, 장제스와의 내전에 승리하고 1949년 베이징에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세웠다. 


그러나 58년 3면홍기 운동의 실패로 주석을 사임했다가 1966년 홍위병을 앞세운 문화대혁명을 통해 다시 권력을 잡게 됐으며, 1976년 천안문 사태 도중 사망했다.   


항일운동에 앞서는 등 외세로부터 중국을 지키고, 국토를 통일했다는 면에서 마오쩌둥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반면 대약진 운동의 실패와 문화대혁명으로 인한 전통 문화 파괴는 실정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서구권에서는 문화대혁명을 마치 중국의 ‘흑역사’ 쯤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마오쩌둥은 “매운 고추를 즐겨 먹는 사람은 혁명적이다”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쓰촨 요리에 비해 존재감은 약하나 후난 요리 역시 적지 않은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중국 매운맛의 본산은 후난이라고 할 법 하다. 


실제로 후난성에서 매년 생산되는 고추는 약 30만톤에 이르며 외지에서 들어온 분량까지 합치면 1인당 연간 고추 소비량이 10kg을 넘는다. 우리나라 1인당 소비량 3.75kg을 가뿐하게 넘어가는 수치이다. 


후난 사람들이 고추를 많이 먹는 이유는 연교차가 크고 습한 기후 때문이다. 특히 매운맛의 종류도 여러 가지인데 큰 붉은 고추를 단지에 넣고 밀봉한 쏸라, 산초와 통마늘을 넣은 마라, 다진 고추에 소금을 넣어 발효시킨 셴라등으로 나뉜다.

  

후난 지역은 여러 개의 호수를 끼고 있으며 농업이 발달한 곳이어서 음식에 쓰이는 재료 또한 다양하다. 그 중에서 사랑받는 메뉴로는 잉어과의 민물고기 ‘용위’의 머리로 만든 샹강식 생선 요리가 있다. 중독성 있는 매운맛에 부드러운 식감의 생선살이 조화를 이룬 별미이다.


양꼬치에도 쓰이는 향신료 ‘즈란’을 듬뿍 얹은 돼지갈비 역시 인기 메뉴다. 후난 요리를 맛본 이들의 ‘인증샷’으로도 많이 쓰이는 이 요리는 값은 다소 비싸지만 부드러운 육질에 익숙한 향을 지니고 있다. 


철판 냄비에 국물 없이 볶아 조리하는 ‘깐궈’란 요리도 있는데 다양한 재료로 취향에 따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그밖에도 후난식 달걀 요리와 짭조롬한 양념의 새우꼬치, 달큰한 연근요리 등도 후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요리들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정통 스타일의 후난 요리를 맛보기 힘들지만, 후난식의 매운 맛은 (마치 마오쩌둥의 사상처럼) 중국 전역에서 사랑받고 있으니 여행을 할 일이 있다면 한번쯤 맛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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