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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Jeung Nov 04. 2015

로큰롤 제왕의 소울푸드는?

샌드위치와 1960년대 미국 음식문화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 검프는 어린 시절 집에 종종 놀러오던 ‘동네 형’ 이야기를 한다. 이 동네 형은 나중에.. 로큰롤 황제로 불리는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였다는 것이 밝혀진다. 


이처럼 세계적인 스타들도 그 시작은 평범했을 것이다. 그들의 운명을 돌려놓은 것은 바로 예술에 대한 열정이 아닐까...


엘비스 프레슬리가 평범한 동네 형 시절부터 세계적인 로큰롤 스타가 되고 난 후에도 한결 같이 사랑했던 메뉴가 있다. 바로 땅콩버터 샌드위치이다.        


미국 어린이들이 도시락 하면 떠올린다는 메뉴가 땅콩버터 샌드위치라고 한다. 땅콩버터에 잼을 겹쳐 바른 이 샌드위치는 지극히 미국적인 식문화를 나타내는 것들 중 하나로 꼽힌다. 


공연을 하기 위한 에너지가 필요했던 것인지 엘비스 프레슬리는 상당히 대식가였다고 전해지는데 그가 즐겨먹은 샌드위치 역시 ‘비범한’ 면이 있었다. 


큼직한 빵 덩어리에 땅콩버터 한 통, 포도잼 한통, 버터 덩어리가 통째로 들어가는 ‘풀스 골드’는 그가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메뉴 중 하나이다. 많이 먹기 대회에서나 나올 것 같은 이 거대 샌드위치의 칼로리는 무려 5530칼로리.  


풀스 골드 샌드위치는 영화 ‘왓 이프’에서 두 주인공 월레스와 샨트리를 이어 주는 음식으로도 등장한다. 


또한 엘비스의 고향 멤피스에서는 지금도, 그가 좋아했다는 ‘엘비스 샌드위치’라는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이 샌드위치는 빵에 땅콩버터를 바르고 바나나 조각을 얹은 다음, 옵션으로 구운 베이컨을 올린다. 프라이팬에 바삭하게 지져내 토스트처럼 먹어도 맛있다.    


그러고 보니 이 샌드위치, 뭔가 낯설지 않다. 바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백주부’ 백종원씨가 소개한 칼로리 폭탄 토스트와 비슷한 레시피인 것이다. 


백주부는 여기에 화이트 초콜릿과 모짜렐라 치즈를 추가하고 버터를 듬뿍 바른 팬에 토스트를 구워낸다. 기미작가의 감탄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크고 아름다운’ 맛과 칼로리를 자랑한다. 


엘비스가 활동했던 50~60년대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이 휩쓸고 간 후 풍요와 번영의 시기를 맞았다. 미국인들의 식생활이 크게 바뀌게 된 시점도 바로 이 때이다.


빵과 주스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던 이들의 식탁에는 기름지고 영양가가 풍부한 베이컨이 더해졌고, 달걀 프라이는 필수 메뉴가 됐다. 


오늘날 ‘건강의 적’으로 손가락질 받는 패스트푸드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것도 이 시기이다. 짭짤한 맛에 약간의 단맛을 가미한 햄버거는 중독성 있는 맛으로 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콜라와 프렌치 프라이 역시 미국의 식문화를 상징하는 대표 아이템으로 떠오르게 된다. 


1953년, 자비로 음반을 낸 백인 청년 엘비스는 ‘That's all Right'라는 곡으로 단숨에 스타로 떠오르게 된다. 그의 노래가 라디오 전파를 탄 54년 7월 10일 밤, 멤피스의 작은 방송국에는 청취자들의 전화가 폭주했다고 한다.      


1956년 초 ‘Heartbreak Hotel'이 빌보드 1위를 차지한 후 ’Hound Dong', 'Love me Tender'등의 히트곡들이 연속으로 대박을 터뜨렸고, 그는 마치 패스트푸드가 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듯, 로큰롤의 왕으로 떠오르게 된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던가. 1960년 군복무를 마친 후 엘비스의 인기는 조금씩 시들어가기 시작한다.  최신 트랜드에 맞춰가기 위해 그는 노래 스타일에 변화를 주기도 했으나 대중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이때부터 그는 음악보다는 영화에 전념했으며, 퇴물 스타로 잊혀져간다. 마치 한때 인기를 끌었던 패스트푸드가 싸구려 음식으로 전락하듯 말이다. 


그러나 엘비스는 혼신의 힘을 다해 재기를 준비했고 1968년 공연에서 다시 주목을 받았다. 또한 1973년에는 하와이에서 인공위성 생중계 공연을 갖는 등 투혼을 발휘한다. 


각성제 복용으로 인해 몸이 극도로 망가지고 있었음에도, 엘비스는 죽음의 순간에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가시나무 새처럼, 대중음악사에 잊혀지지 않을 발자취를 남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인간의 문화는 거의 대부분이 돌고 돈다. 특히 대중예술은 그 주기가 더 빠르다. 따라서 대중예술에서 시대를 초월한 스타로 남으려면 개성과 함께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가져야만 한다. 


음식도 마찬가지이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김치의 형태가 완성된 것은 불과 백여년 전이다. 터키의 케밥, 중국의 베이징 카오야도 역사를 따져보면 생각보다 길지 않다. 다만 오랫동안 사랑받는 요리에는 친숙함과 포근함이 있다. 


로큰롤의 제왕이 가장 좋아한 음식이 평범한 샌드위치였다는 것은 얼핏 들으면 모순적이지만, 그의 음악이 추구한 바를 떠올려 보면 잘 어울리는 궁합이다. 로큰롤과 샌드위치는 바로 풍요로운 시절의 미국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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