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오조니, 니엔까오 이야기
사실 나는 '떡'이라는 음식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다.
딱히 싫은 점이 있는 건 아니지만 왠지 잘 안먹게 된달까...
그래서인지 설날에 떡국이 나오면 거의 만두만 먹게 된다.
정석을 따르자면 전통적으로 떡국에는 떡만 들어가고 만두를
넣게 된 건 6.25 이후 이북 출신 실향민들이 퍼뜨린 것이라고 한다.
어쨌든 새해 음식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은 모두 쌀로 빚은 떡을 먹는다.
필리핀 등 동남아 일부 지역에서도 새해를 맞이하는 음식은 떡이다.
새해에 떡을 먹는 것은 풍요를 기원하는 농경민족의 전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B형의 조상은 유목민족이라 그런지, 난 아무래도 떡보다는
고기나 우유에 더 관심이 많이 간다. (믿거나 말거나...)
나와 달리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리 조카는 별명이 떡순이일 정도로
떡이라면 환장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것저것 고명이 들어간
시루떡이나 단맛이 강한 떡은 싫어하고 오로지 흰떡만 좋아한다는 거다.
흰떡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쌀 향이 좋다나...(역시 살 안찌는 애들은 이유가 있다..)
한중일 모두 쌀을 숭상하는 농경민족이다 보니 떡은 자연스럽게
축제의 음식으로 자리잡게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양과 맛은 각기 다른데, 가령 우리나라 떡국만 해도
지역별로 국물 내는 방식이며 양념 등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개성 지역의 조랭이떡은 '이성계의 목을 친다'는 의미로
떡 가운데 칼집을 내어 눈사람 모양으로 만든다.
일본에도 '오조니'라는 이름의 떡국이 있는데 우리나라 떡국과 달리
찹쌀로 빚은 떡을 구워서 맨 마지막에 올린다.
국물은 보통 닭고기를 많이 쓰지만 생선뼈를 우려서 쓰기도 하고
새우와 어묵, 연어알, 김가루, 유자껍질 등등...고명도 엄청 다양하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떡국에 비해 깔끔하고 좀 심심한 맛을 낸다.
딱딱한 찹쌀모찌는 국물에 넣으면 신기하게 다시 쫀득해진다.
근데 재료가 끈기 많은 찹쌀이다보니 설날에 떡국 먹다가
골로 가시는 어르신들이 매년 신문 사회면을 장식한다.
이럴땐 하임리히법으로 등을 탁 쳐서 뱉어내게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과거 어느 가정에서는 진공청소기로 떡을 빨아냈다는 이야기도 있다.
떡국과는 별도로 일본에서는 낫토와 갓 찧은 떡을
함께 먹거나 무 간 것, 간장을 곁들여 먹는다.
'떡에다가 무?'라며 의아했었는데 구운 인절미에 간 무를
곁들여보니 의외로 달달하니 궁합이 잘 맞는 것이다.
무를 함께 넣으면 소화도 잘 돼서 좋고, 김에 싸먹어도 맛있다.
참,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떡국 육수 재료는 원래 꿩이었다고 한다.
야생 꿩을 사냥하기 십지 않다 보니 닭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도 바로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중국의 니엔까오는 한국, 일본과는 달리 디저트 개념의 떡이다.
찹쌀가루에 흑설탕 등을 넣고 쫀득하게 쪄서 먹는다고 한다.
찹쌀을 쓰는 이유는 불화를 일으키지 않도록 '입을 봉한다'는 의미라고..
이젠 나도 나이가 든 건지, 설날엔 만두만 주구장창 먹다가
요즘은 떡국 안에 동그란 떡이 없으면 왠지 심심하다고 느낀다.
동전 모양으로 썬 떡은 재운을 상징한다니 올해는 많이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