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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Jeung Jul 04. 2015

바다의 어르신, 새우 이야기

새우깡부터 포티드 쉬림프까지...새우의 모든 것

얼마 전 후배 하나가 이자카야에 가서 맛있는 새우깡 안주를 먹었다길래 순간 의아했다. 'X심에서 나온 그 새우깡이 이자카야에?'... 물론 내 짐작과는 달리 안주용 새우깡은 작은 민물 새우를 튀긴 과자 타입의 안주였다. 이자카야에서 직접 맛보고는 꽤 괜찮길래 집에서 만들어 보았다. 냉동실에 몇달째 잠자고 있던 말린 새우에 부침가루, 그리고 맥주 약간으로 반죽해서 튀겨냈더니 제법 그럴듯하게 나왔다(사진은 하단). 짭짤하니 맛있기는 한데 왠지 멈춰지질 않아서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에게는 쥐약이 될수도...


그러고 보면 새우란 참 변화무쌍한 존재다. 이렇게 과자나 가벼운 술안주로 쓰이는가 하면 마늘종과 볶아내면 밥반찬이, 소금에 절이면 젓갈이 되기도 한다. 또 이렇게 담근 새우젓은 집에서 김치를 담글 때 빠질 수 없는 필수 재료이다. 돼지고기, 특히 족발에 곁들인 새우젓은 맛을 더해줄 뿐만 아니라 소화도 도와주는 찰떡궁합 양념이기도 하다. 이렇게 새우의 응용범위가 다양한 것은 우선 종류가 상당히 많은데다 거의 대부분이 식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새우를 '벌레'의 일종으로 취급해 먹지 않는다는 몽골이나 갑각류 자체가 금기인 이스라엘(사실 성서 레위기를 보면 먹으라는 것보다 먹지 말라는 게 훨씬 많긴 하다)정도를 제외한다면, 새우는 거의 전 세계 문화권에서 사랑받고, 고급으로 대접받는 식재료이다. 그 중에서도 큼직한 대하는 임금님의 신선로에 들어가는가 하면, 잣즙과 죽순, 갖은 야채를 넣은 호화로운 대하찜의 재료가 된다. (잣과 새우, 죽순은 한식 중에서도 완전 '고급진' 조합이다. 요리에 자신 있는 분들은 꼭 시도해 보시길..)


일본에서도 새우는 설날 먹는 이세치 요리의 주 재료로 쓰이며, 드라마 같은 데서는 축하할 일이 있을 때 반드시 새우튀김이 등장한다는 클리셰가 있다. 참고로 일본어로 새우는 '에비(海老)', 즉 바다의 노인이라는 뜻이다. 굽은 허리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지만 수명이 길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실제로 새우의 수명은 약 70년으로 인간 수명에 맞먹는다. 이렇게 귀하고, 오래 사는 새우인만큼 잔치나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요리 재료로 상징적 의미가 깊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새우 요리를 꼽자면 어린 시절 횟집에서 먹은 산 보리새우가 떠오른다. 말 그대로 팔딱팔딱 뛰는 새우를 소쿠리에 담아 오는데 잡으려다 미끄러져 놓치고, 딱딱한 껍질에 혀를 찔리기도 하지만 상당히 '스릴'이 있는데다 맛도 바다의 향기를 머금은 달큰하면서도 살아있는 듯한 맛이 그만이었다. 이렇게 새우 회를 발라 먹으면 따로 구워다 주는 머리가 또 별미이다. 


영화 '남극의 셰프'에서는 대원들이 집에서 해주던 새우튀김이 먹고 싶다며 압력을 넣는 바람에 회로 먹어야 제맛인 닭새우를 통째로 튀겨 버리는 장면이 있다. 새우튀김이 그렇게 먹고 싶었으면 살부터 발라 먹고 나머지를 튀길 것이지.. 스크린 너머로 보이는 커다란 새우가 매우 처량하게 느껴졌다.


또 새우를 먹을 때 머리를 아예 버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딱딱하고 먹기 어렵기 때문인 듯 한데 사실 이건 게를 먹을 때 등딱지를 그냥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까운 일이다. 머리만을 똑 떼어 빨아먹듯 먹으면 응축된 새우의 맛이 입안에 흘러든다. 새우 뿐 아니라 갑각류에서 가장 짙은 맛을 느낄 수 있는 부위는 바로 내장이 몰린 머리, 혹은 몸통이다. 


요리만화 '신중화일미'에서는 주인공이 요리사 형제와 새우 교자를 두고 경쟁하는 장면이 나온다. 두 팀 모두  똑같은 메뉴를 내놨지만 주인공이 이겼던 결정적 이유는 새우 머릿 속의 내장을 교자에 넣어 감칠맛을 더했기 때문이다. 재미있게도 일본인들은 갑각류의 내장을 된장이라는 의미의 '미소'라고 부른다. 갑각류 내장의 모양과 맛을 생각하면 나름 그럴듯하다. 


중국의 대표적인 새우 요리 하면 '취하'가 있다. 드라마 대장금에도 등장한 적이 있는 취하는 팔딱팔딱 뛰는 민물 새우에 독주를 부어 취하게 만든 후, 새우가  꽐라 더 이상 움직이지 않으면 불을 붙여 요리하는 것이다. 신선한 새우에 술의 향이 스며들어 묘한 맛을 내는 이 요리는 그러나, 서구인들에게는 괴식이나 혐오식품으로 꼽힌다. 왜냐 하면 새우가 고통을 느낄 줄 아는 동물이기 때문이라고....(그럴거면 애초에 육식은 왜 하는건지..)


새우 요리 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이 동남아이다. 새우를 가루 내어 만든 과자는 필리핀 등지에서 흔하게 팔리며 인도네시아에서는 말린 새우를 발효시켜 마치 메주 모양으로 만든 '테라시'라는 일종의 조미료를 마치 우리의 된장처럼  활용한다. 각종 팟타이나 국수, 볶음밥 등에도 새우는 다양하게 활용되며 특히 육수에 새우를 넣고 새콤한 레몬 그라스와 라임잎, 태국 고추 등으로 간을 한 똠얌꿍은 세계 3대 수프 중 하나에 속하는 별미이다. 국물 요리에 신 맛이라는 조합이 처음 먹어보는 이들에게는 낯설지만, 한 번 맛을 들이면 자꾸 찾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 


그밖에 페루에서는 신선한 생선회와 새우, 갖은 해산물을 레몬즙에 절인 '세비체'라는 샐러드 요리가, 서구권에서는 새우의 농후한 맛을 녹여낸 '비스크'라는 수프가 유명하다. 매콤한 소스를 곁들인 칵테일 새우도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메뉴이다. 또 영국에는 바닷물에 삶은 새우를 살만 발라 버터에 넣어 봉한 '포티드 쉬림프'라는 스프레드 타입의 요리가 있다. 찝찔한 바다 향이 나는 이 메뉴는 샌드위치에 버터 대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요즘 뜨는 새우요리 중에 '간장새우장'이라는 것도 있다. 말 그대로 간장게장의 게장을 새우로 대체한 것. 맛은 있지만 밖에서 파는 것은 좀 많이 단 편이어서 집에서 직접 간장을 끓여 만든다. 다만 이럴 때는 반드시 회로 먹어도 좋을 신선한 새우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자가제작 새우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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