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과 불합격 그 사이

다시 만난 나의 열아홉

by 최선

지난주 수요일을 끝으로 수시 최종 결과 발표가 마무리되었다. 총 6개를 지원하는 대학 수시 제도에 따라 6개의 원서 모두 합격의 기쁨을 누린 학생도 있는 반면, 6개 혹은 그 이상의 전문대 원서마저도 모두 불합격한 학생이 생겨났다. 하지만 인생이 0과 1로 나누어지는 2진수의 세상이 아니듯, 대입도 마찬가지였다. 합격과 불합격의 중간에서 최선과 차악 그 어딘가를 택해야 하는 학생들이 대다수였다.


보통 수시 원서의 경우 과학기술원이나 전문대학을 제외하고 일반 대학 6장의 원서를 쓴다. 그 6장은 모두 내가 희망하는 대학이긴 하지만, 상향과 적정 그리고 하향 지원 대학으로 나누어 전략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그래서 학생들은 내가 가장 원하는 대학과 내가 최소한 가야만 하는 대학 사이에서 그나마 나은 현실을 택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스무 살의 고개 앞에서 아이들이 마주하는 첫 아쉬움의 고배가 아닐 수 없다. 스무 살 이후의 어른으로서의 삶이 주로 그러하듯이.


나 또한 아이들의 수시 원서 상담, 수능 원서 접수, 대입 면접 특강 등 여러 업무를 병행하며 많이 지쳐 있었다. 고3 담임을 담당한다는 것은 수업에서는 다소 멀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사실상 올 한 해 동안 가르치는 사람이라기보다 보내는 사람에 가까웠다. 그 과정은 나를 꽤나 권태롭게 만들었고 지치게 했다. 그간의 결과를 정리해서 소수점 두 자릿수까지 나오는 성적으로 대입을 마주하는 학생들의 표정처럼 나 또한 점차 현실적인 시각으로 건조해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문득 나의 열아홉을 마주하게 된 순간이 있다.




수시 기간 동안 아이들의 면접 특강을 지도 강사를 맡았다. 면접 특강 전반을 담당했던 나는 계열별로 학생들과 선생님을 배정한 후 교육 계열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의 특강을 담당했다. 면접 특강 첫 시간에는 총 다섯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준비해 오도록 했다.


첫째, 자신을 간단히 소개해 보시오.

둘째, 이 대학에 지원한 동기를 말하시오.

셋째, 리더십을 발휘한 경험을 말하시오.

넷째,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소개하시오.

다섯째, 자신의 성격상 장단점을 이야기하시오.


위 질문들은 단순해 보이지만 면접관을 사로잡을 키워드가 있고, 생기부와 적절히 연관되어야 하며, 논리 정연하게 구조화된 답변을 요구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첫 번째 질문부터 다양한 비유를 들어 자신을 소개하고, 교직에 대한 꿈을 꾸게 된 자신만의 이야기를 준비해 왔다.


실제 면접처럼 꾸며진 교실에서의 상황은 아이들이 긴장하고 굳어버리기에 충분했다. 평소에는 잘만 장난치던 아이들도 면접관과 면접자로서 나를 마주하자 말을 더듬고 떨기 시작했다. 그런 아이들이 한 마디 한 마디 조심스럽게 내뱉은 자기소개에 문득 나는 나의 열아홉이 떠올랐다. 미숙하고 서툴렀던 나의 열아홉.


나는 고등학교 2학년 시절까지 의사라는 장래희망을 가져왔다. 아픈 사람을 치료해 주는 의사의 기적 같은 능력을 동경했고, 사명감으로 헌신하는 그 직업정신을 존경했으며 어린 시선으로 솔직하게도 그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능력을 갈망했다. 그렇다고 단순히 돈을 많이 벌어서, 사회적으로 명예로운 직업이라는 이유보다는 시골에서 조용히 어르신들을 위한 병원을 차리고 싶을 만큼 의사라는 꿈을 사랑했다.


다만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현재에도 메디컬 계열로 한 해에 수십 명을 보낼 만큼 유명한 고등학교였고, 그런 학교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의 전성기를 맞았던 시기에 내신 성적으로 대학을 가기란 쉽지 않았다. 또 재수를 하기에는 여러 가지 환경이 허락되지 않아서, 대충 그런 흔한 핑계로 고3이 되어 진로를 바꾸었다. 국어를 잘했고 문학을 좋아해서. 그리고 주변의 남 부러울 것 없는 아이들이 교사를 희망해서. 그런 시답잖은 이유로 사범대에 입학했다.


참 별 거 없던 나의 열아홉, 서툴고 미숙했던 그 시절이 아이들의 답변을 들으며 스쳐 지나갔다. 내가 무심하게 여겼던 그리고 한참을 지쳐있던 요즈음의 나날을 아이들은 그 시절의 내가 의사를 동경했듯이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금방이라도 깨질 것처럼 위태롭지만 찬란하게 빛나는 아이들의 설렘과 포부가 공존하는 답변을 듣는 내내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날 나는 다시 처음의 마음을 떠올리게 되었다. 누군가의 인생 앞에서 함부로 단정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마음, 결과보다 과정을 더 오래 바라보겠다고 약속했던 초심이었다. 아이들의 합격과 불합격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지만, 그 갈림길 앞에서 스스로를 부정하지 않도록 곁에 서 주는 일만큼은 끝까지 해내고 싶어졌다. 너희의 열아홉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 선택들 역시 실패가 아니라고. 나는 오늘도 교실에서 그 말을 할 준비를 하며 아이들의 앞날을 조용히 응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응원의 말은 사실은 한때의 나에게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건네는 조용한 안부일지도 모른다.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대입 결과를 앞둔 학생들의 고민과 불안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교사의 역할을 다시 돌아봄. 결과보다 과정을 존중하는 태도로 학생들의 선택을 응원하며 차분히 곁을 지킴.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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