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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준희 Jan 30. 2020

인스타그램을 없애고 얻은 것들

6개월 후 변화

작년에 인스타그램을 없앴다. 그 이후에 작지만 많은 것들이 변했다. 지인들에게 인스타그램을 지우고 많은 것들이 좋은 방향으로 달라졌다고 이야기하면 놀란다. 나는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자주 올리지도 않았고 팔로워나 팔로잉도 별로 없었고 여러 사람들과 소통한 것도 아니었어서 그런 것 같다. 나도 내가 SNS에 큰 영향을 안 받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단 걸 지우고 나서 깨달았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을 유익하게만 사용하고 있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인스타그램을 삭제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겼었다.



지출이 줄었다.

몇 개월 동안 평균 카드 지출이 몇백 불이나 내려가 있는 걸 보고 골똘히 생각해 보아도 달라진 건 인스타그램을 삭제한 것 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니 은근히 인스타그램에 관련된 지출이 많았다. 지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이 올리는 사진들을 보고 거기서 갖고 싶어서 산 에어 팟 같은 물건들도 있었고,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찾아간 음식점도 있었던 것 같다. 그때는 다 필요해서 하는 지출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그런 지출을 하지 않는 걸 보면 견물생심이었다.


예를 들면 이랬다. 아무 생각이 없다가도 누군가 여행을 간 걸 보면 '그러고 보니 바다에 간 적이 꽤 오래됐네?'라는 생각이 들어서 몇 개월 후 바다에 가기도 하고, 누군가 스페인 음식을 먹는 걸 보면 '그러고 보니 스페인 음식 안 먹으지 오래됐네. 동네에 아주 괜찮은 곳이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트렌디한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보면 내 심플한 청바지에 폴로티 차림을 보고 '나는 추레한가? 옷을 좀 사야 하나?' 하기도 했다.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평화로워졌다.

요즘엔 쉴 때 아무 생각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런 시간들이 너무 평화롭게 느껴진다. 인스타그램 시절에는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평화롭기보다 불안할 때도 있었다. 쉬면서 무심코 인스타그램을 보면 사람들은 멋진 곳에서 멋진 모습으로 일을 하고, 근사한 곳에서 데이트를 하고, 재밌는 모임을 하고 있는데 나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일을 하고 싶지도 않고, 근사한 곳에 가고 싶지도 않고, 모임에 가고 싶지도 않아서 자의로 쉬고 있는 거였는 데도 불안했다.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쉬는 시간에 아무 생각하지 않고 온전히 쉬고 있다. 온전히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평소에 더 활기를 찾은 것 같다.




자극적인 게시물이나 익명의 댓글에 화가 나는 일이 없어졌다.

익명성은 때때로 남을 해한다. 익명의 커뮤니티들은 소통하는 공간을 넘어서 익명으로 누군가를 평가할 수도 있는 공간이 됐다. 인스타그램도 피해 가지 못했다. 어떤 공인들은 개인적인 이유로 못마땅하단 이유로 인스타 테러를 당하기도 했고 심지어 작년엔 댓글들의 미움을 받다 자살한 연예인도 있었다. 이제는 그 부정적인 기운들에 눈과 귀를 닫고 종이신문을 본다. 익명의 험악함을 마주하지 않으니 괜히 화가 나는 일들이 줄었다.




내가 나인 게 더 자연스러워졌다.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 자주 올리는 모습과 나의 모습을 비교하지 않으니 내가 나임이 자연스러워졌다. 스펙터클한 인스타 피드를 보면서 내 일상은 그에 비해 너무 단조로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일도 없어졌다. 예전엔 내가 아는 사람들이 모임을 갖는걸 인스타로 보면 내가 그 자리에 없었단 사실에 좀 슬퍼졌었다. 화려한 외모의 사람들을 보면서 내 외모도 개선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제는 비교를 덜 하고 (아예 안 하긴 힘들다.) 그냥 자연스럽게 나로 살고 단조롭고 잔잔한 내 삶을 즐긴다.


삭제하고 나서 불편한 것들은 별로 없다. 카톡으로 이야기하기엔 먼 사이고 DM으로 이야기하기에 딱 적당했던 인스타 지인들과는 연락을 잘하지 않게 됐지만 별로 상관없다. 아직 페이스북이 있고 LinkedIn도 있어서 충분히 연락이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을 만나는 빈도도 오히려 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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