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스무 살 청년이 경제적 처지를 비관한 나머지 끝내 자살했다는 너무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그 청년은 젊은이들이 많이 애용하는 ‘로빈후드’라는 주식거래 앱을 이용해서 주식투자를 하다가 고위험 거래에 속하는 옵션까지 손대면서 결국 7억 5천만 원 정도의 빚을 지게 되었다. (그는 2천만 원의 자금만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기사에서는 젊은이들에게, 특히 투자에 실패하면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재산도 없는 이들에게 기본적으로 위험이 큰 금융 거래 중에서도 특히 고위험도 거래인 옵션을 너무 쉽게 게임처럼 할 수 있게 암묵적으로 권장한 로빈후드에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했다.
예전에는 소수의 사람들만 주식을 했는데 요즘엔 그 인기가 매우 높아졌다. 전문 지식이 전혀 없이도 비교적 마음 편하게 투자할 수 있는 인덱스 펀드 투자의 매력이 널리 알려지기도 했고, 처음으로 거래 수수료를 없앴던 로빈후드를 선두로 정말 적은 액수로도 주식을 시작할 수 있는 acorn, 로보트가 대신 투자해 주는 betterment 등의 새로운 서비스들이 생겨났다. 이 회사들은 젊은이들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심리와 깊게 조사하고 싶어 하지 않는 성향에 맞춘 상품들을 내놓았고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힙한 디자인으로 치장하고 그들을 끌어모았다.
얼마 전까지는 그게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기득권이나 소수 야심 찬 개미들의 전유물로 생각했던 주식 투자에 젊은 피를 수혈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줘서 상용화하는 건 캐캐 묵은 금융계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지난 10년간 호황이었던 시장에서 평범한 사람들도 주식으로 돈을 벌었을 테니 좋은 현상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이런 앱들을 이용해서 하는 투자가 너무 편리하기 때문에 투자의 위험을 자각하지 못한 상태로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이제야 들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상황은 시장이 좋거나 운이 좋아서 주식을 시작하자마자 돈을 번 후 자신의 투자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것이다. 지난 10년같이 좋은 시장에서는 투자를 잘 못해도 시장 전체의 흐름을 타고 돈을 벌 수 있지만, 돈을 벌었다고 해서 투자를 잘하는 게 아니고 주식으로 돈 벌기 쉬운 건 더더욱 아니다. 주식투자는 상당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시장을 파악해야 함은 물론이고 경제, 정치, 문화, 외교 등 모든 세상 돌아가는 요소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끊임없이 기사와 책을 읽고 공부해야 한다. 그래서 전문 투자기관들은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하는 인재들을 고용해 하루 종일 세상의 모든 방면을 연구하게 한 다음 그 지식들을 통합해서 투자 결정을 내린다. 만약 주식 투자가 쉬웠으면 투자기관들에서 직원들에게 명당 최소 억대의 연봉을 지급하면서 연구를 맡길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투자의 문턱이 너무 낮아진 데다 시장까지 좋았어서 처음에 beginner’s luck (도박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가 처음에 돈을 딴다는 뜻) 같은 작은 성공을 맛본 후 스스로를 맹신한 나머지 무리게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생각해 보면 옵션 거래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 지나 주식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처음에는 몰랐다고 하더라도 예전 같았으면 은행에서 계좌를 열고 담당자에게 과정을 설명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 알게 될 정보였을 거다. 요즘은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면서 모든 금융기관들이 지점을 줄이고 지점에 상주하던 직원들을 해고하고 컴퓨터 시스템으로 고객 서비스를 대체하고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줄어들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할 엔지니어 숫자만 더 늘어났다. 프로그램들은 각 고객들을 사람으로 기억하지 않고 데이터로 기억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어쩔 수 없이 고객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었지만 낮아진 질을 충분히 감수할 만큼 상당한 비용을 절감했을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쩌다 질문을 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려고 전화라도 한번 하려고 하면 전화연결이 잘 안 되기 십상이고 전화 연결이 된다고 해도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은 다행히 서비스 정신이 대단해서 이런 불편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 전화로도 찾을 수 없는 정보를 채팅이나 인터넷에서 찾기는 더 힘들다.
결국 투자의 진입장벽은 낮아졌지만 많은 사람들이 무지한 채로 시장에 뛰어들어 재산을 내놓는 선택을 할 수도 있게 되었고, 위험을 알려주는 담당자는 없으며 책임은 오로지 개인의 몫이 됐다. 그리고 그렇게 시장에 유입된 돈들은 아마도 예전부터 그 일을 해오고 생리를 잘 아는 전문기관들에서 상당 부분 가져가게 될 수도 있다. 인터넷으로 인해 많은 것들이 편리해지고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은 많아졌지만 우리가 평균적으로 접하는 정보의 질은 나아졌다고 확언하기 어렵고, 불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섣부른 결정을 하기 또한 쉬워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