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되기 콘텐츠에 거부감을 느낀다

by 세준희

본 글은 제 일기입니다. 좀 두서가 없더라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내가 투자에 관심이 많아서 알고리즘 때문일까? 어딜 가던 xx살까지 xx 벌기, 부자 되기 등등 어떻게 하면 돈을 버는지 알려준다는 글들, 광고, 콘텐츠가 난무하다. 나는 분명 부자가 되고 싶고, 돈에 관심이 정말 많고, 벌려는 노력도 많이 하고 있는데 이런 컨텐츠들을 보면 어딘지 모르게 불쾌함이 든다.


부자 되기 컨텐츠 vs 내가 되고 싶은 부자의 차이점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부자 되기 컨텐츠와 내가 되고 싶은 부자는 성격이 다른 것 같다. 부자 되기 컨텐츠의 부자는 돈 버는 비밀을 알아낸 사람 같다. 부자가 되는 몇 개 안 되는 비밀 중 하나를 알아낸, cracked the code 한 사람같이 비추어진다. 이 가상의 부자는 쳇바퀴 돌듯 열심히 일하며 하루하루 월급을 받는 사람들을 아래로 보며, “돈은 그렇게 버는 게 아닌데? 너희들은 모르지만 사실은 정말 쉬운 건데.. ㅉㅉ 내가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면 다시는 저렇게 안 살 텐데.”라고 말할 것만 같다.


그들이 말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스마트 스토어에서 판매하기, 동남아에서 수입제품 판매하기, 등인데 본질적으로 '수요가 높고 공급이 적은 일시적인 기회가 발생한 곳에 나를 끼워 넣어 시장의 비효율을 줄이는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으로 보면 타당한 주장이지만, 예를 들어 '동남아에서 다이슨 드라이기 팔아서 몇천만 원 벌었어요'는 그저 잠시 동안 수요와 공급의 갭이 있을 때에만 유효한 전략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배워서 실질적으로 롱텀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이 아니다.


쉽게 버는 돈이 있을까?

이런 부자상에 내가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는 나는 쉽게 버는 돈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부자 되는 비밀은 없다고 생각한다. 부자 되는 방법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똑똑하게 일하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 나뿐만이 아니라 주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배움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일로 타인에게 가치를 만들어 주거나, 세상을 분석하는 안목을 키워서 투자를 잘하면 된다.


흔히들 투자를 한번 잘해서 벼락부자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많은 자수성가한 부자들은 천천히 부자가 됐다. 돈은 벌기보다 지키기가 더 힘들고, 돈을 어쩌다 쉽게 벌 수는 있어도 돈을 쉽게 지키는 방법은 없다. 투자를 잘해서 부자로 사는 사람들은 투자를 잘하는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터득한 것이지 하나의 투자를 잘한 게 아니다. 근데 그걸 마치 유튜브 채널 하나만 보면, 혹은 책 한권만 읽으면 알 수 있는 것처럼, 마치 그 비밀을 알고도 내가 덜떨어진 모지리라 못하는 것처럼 말하는 콘텐츠가 불편하다.


나는 그다지 내세울 것 없는 여기까지 오는데도 꽤 많이 힘들었다.

나는 평범한 직장인에서 지금은 엔잡러가 됐다. 직장인이고, 투자자이고, 이제는 미흡하긴 하지만 컨텐츠 크리에이터고, 중고 물품도 팔고, 강아지도 돈을 받고 봐주고 등등등을 해서 돈을 번다. (물론 직장과 투자에서 대부분의 돈을 벌고 다른 것들은 취미로 하는 거지만.)


재산이 쌓일수록 나는 배워야 하는 것들이 더 많고 스트레스도 더 쌓인다. 법을 배워야 하고, 변호사와 일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사람을 고용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고, 믿을 만한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을 키워야 하고, 믿을 만한 사람을 내 옆에 앉혀두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계약서 쓰는 법, 파트너와 일 분배하는 법, 싸웠을 때 화해하는 법, 사기꾼을 내치는 법,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었다. 그리고 갈수록 더 어려워진다. 변호사, 회계사, 정부기관에서 매일매일 보내는 고지서를 보고 한숨이 나온다. 사람들이 다 제 몫을 하고 있는지 체크하고 수없는 이메일을 보낸다.


시간 활용에서부터 시작했다.

처음엔 주말을 효율적으로 쓰는데서 시작해서, 자투리 시간을 독서에 활용하기 시작했고, 그다음엔 매일 일찍 일어나서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많은 자유시간을 얻을 수 있는 선택을 하기 위해 이직도 마다했다. 그러다 보니 나한텐 생산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처음 주식 투자를 시작할 때엔 주말에도 쉬지 않고 뉴스를 읽고 독서를 했다. 처음 부동산 투자를 할 때 이주마다 한번, 어쩔 때는 일주일에 한 번 목베개를 하나 들고 장거리 버스를 타고 다른 도시로 이동했다. 자고 와야 할 때도 있었다. 한번 갔다 오면 파김치가 됐다. 주중엔 직장에서 일하고 주말엔 새벽 버스를 타야 해서 주말에 놀지도 못했다. 다른 친구들은 예쁜 옷을 사고 예쁜 곳에서 놀 때 나는 주식을 샀다. 놀면서 만난 친구들과는 자연히 멀어졌다.


내가 주위에서 가장 존경하는 또래 2인을 봐도 오랜 시간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했고 천천히 성공했다. 몇 년이 지나서 지금의 결과만을 보면 화려하지만, 그 화려한 결과물은 천천히 쌓아 올린 빙산의 뿌리 위에 살짝 얹혀서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는 정도다. 그들은 남들한테 바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했고, 부모에게 부끄러운 자식으로 살아야 했고, 몇 년 동안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보이지 않는 노력을 계속 한 끝에 지금의 성공을 얻었다. 그리고 그 둘은 성공했음에도 아직도 허튼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쓸데없는 낭비에 눈 돌리지 않고,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한다. 돈을 더 벌려고, 더 성공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발전하면서 사는 게 그들의 유일한 삶의 방식으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비결이 뭐냐고 물으면 그들에겐 딱히 비결이 없다. 남들이 모르는 걸 한건 없다. 그저 꾸준히 행동했을 뿐이다.


티끌 모아 티끌이란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무언갈 하려고 하면 주위에서 여러 말들이 들린다. 지독하다, 경제가 안 좋다, 불안하다, 곧 불황이 올 거다, 티끌 모아 티끌이다 등 다양하다. 몇 년 동안 노력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 남들보다 천만 원 더 모은 정도일 때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일억이 모이면 꽤 의미있지만 일억 있는 사람은 많으니까 대수롭지 않을 수 있다. 그렇게 티 나지 않는 발길질을 매일 매일 하면서 매일 티끌만큼만 발전하면 언젠가는 정말 눈에 띄게 발전해 있다. 어느 한계점이 지나면 그렇게 노력하지 않는 타인은 상상할 수 없는 발전을 해 있다.


돈보다는 시간 부자가 되고 싶다.

우리의 인생은 순간순간들이 모여서 만들어진다. 모든 순간을 의미 있게 쓰고 싶어서 항상 고민을 한다. 돈에 대해서도 고민하지만 돈은 시간을 의미 있게 쓰기 위해 꼭 필요한 도구로써 고민한다. 일단 어느 정도의 돈이 윤활유 역할을 해야 시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돈을 불리는데 시간이 필요하니 최대한 젊을 때의 시간을 돈에 대해 탐구하는데 많이 할애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효율적으로 보내는 순간들의 집합, 즉 효율적인 삶이 핵심이라면, 쌓이는 돈은 그저 효율의 부산물이나 하나의 증상이 아닐까. 내가 알기론 비밀은 없는데 xx살까지 xx 벌기 같은 컨텐츠들은 시간을 의미 있게 쓰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남용하고 자존감을 갉아먹는 것 같아서 보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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