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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준희 Jul 03. 2020

100배 오를 주식을 난 왜 2배 올랐을 때 팔았을까?

투자, 현명한 투자자, 벤자민 그레이엄, 워렌 버핏, 벤자민 그래햄

주식 투자를 시작했던 초창기에는 주식을 샀다가 성장하는 중간에 (훨씬 더 오르기 전에) 팔아버린 적이 꽤 있었다. 몇 년이 지나고 몇 배가 오른 지금은 내 것이 아닌 주식을 보면서 '구글 같은 회사를 초창기에 사서 지금까지 팔지 않았다면 얼마나 재산이 많아져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곤 했다.  그런데 워렌 버펫의 스승인 벤자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 (1949)를 읽으면서 무려 70년 전에도 나와 같은 오류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많았단 것과 인간의 심리가 성장을 끝까지 기다리지 못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걸 배웠다.



벤자민 그레이엄이 인기가 많은 성장주에 투자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 이유


1. 보편적으로 성장하는 회사들은 미래에 대한 너무 긍정적인 기대 때문인지 수익이 성장하는 속도보다 주식 가격이 상승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 반드시 주식을 싼 가격에 사야 하며, 성장하는 회사의 주식을 샀다고 해도 싼 가격에 사지 않으면 투자에 성공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P/E Ratio (주가수익률) 이 20~25를 넘어가는 회사에는 투자하지 않기를 권장한다. (주가수익률이 높을수록 회사의 수익에 비해 주식 가격이 비싸다.)   


2. 성장주들은 주식 가격이 움직이는 폭이 크다. 호황에는 평균 상승세보다 더 많이 올라가고, 불황 때는 평균 하락세보다 더 많이 내려간다. 그러므로 타이밍을 잘 맞추면 큰돈을 벌 수 있겠지만, 마찬가지로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하면 회사 자체의 성장과 관계없이 주주는 큰돈을 잃을 수 있다. 타이밍을 잘 맞춘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도전하지 않는 쪽이 좋다.



그레이엄에게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


그레이엄의 말에 대부분 동의하지만 개인적으로 1번에 대해선 70년 동안 세상이 바뀌어서 조금 달라진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P/E Ratio (주가수익률)이 20~25를 넘어가는 회사들 중에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회사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일부 회사들이 성장하는 속도가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빨라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예전에 비해서 지금은 시장 평균 주가수익률이 훨씬 높아졌다. 주식의 가격이 현재 수익에 비해서는 고평가 되었을 지라도 향후 성장률이 저평가되어서 길게 보면 비교적 '싸다'라고 할 수 있는 회사들이 많아졌다. (아마존을 사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오늘자 아마존의 P/E Ratio는 138이다.)



회사의 성장을 끝까지 기다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레이엄도 성장할 회사를 초창기에 사서 기다리는 것이 가장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인간의 심리가 그렇게 오래 버티기 힘들게 설계되어 있어서 실제로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 회사의 직원이거나, 운영진의 가족이거나, 관계자들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고 한다. 아마도 그들이 주식을 팔지 않고 그렇게 오래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1. 경영진을 곁에서 지켜보았기 때문에 회사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큰 신뢰가 있거나 2. 관계자이기 때문에 팔 수 없는 사회적 압력이 있어서일 것이다. 그레이엄에 따르면 보통 사람들은 주가가 성장할수록 불안함을 느끼고, 더불어 자신의 총 자산 중 하나의 주식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불균형하게 높아지면서 투자를 분산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주식이 떨어질 때마다 더 떨어지기 전에 이미 번 돈을 빨리 현금화시켜야 한다는 압박감도 느낀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성장이 멈추기 전에 오른 주식을 팔게 되는 하나의 이유가 더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자신의 총 자산 1억을 투자해서 10배가 올라 몇 년 후 10억대 자산가가 됐다면, 몇 년 동안 자신의 자산이 10배나 오른 것을 머리로는 인지하고 있겠지만 주식으로 묶여 있는 한 그 돈을 전혀 쓰지 못할 것이다. 마음속으로는 10억대 자산가인데 1억대 자산가의 생활을 해야만 할 것이다. 이 사람이 1억대 자산가의 생활에서 10억대 자산가의 생활로 이동하는데 필요한 것은 그저 단 한 번의 매도 버튼 클릭이다. 10억 때는 참는다 하더라도 50억이 된다면, 100억이 된다면 매도 버튼이 더욱더 유혹적일 것이다.   


개인 투자자로서 더 성장할 회사를 조기에 팔지 않기 위해서는 1. 회사뿐만 아니라 회사의 운영진에 대해 깊게 공부하고, 현재 그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과 많이 이야기해 보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2. 추후에 자산이 많이 불어나더라도 소비습관은 계속 낮게 유지하며 행복할 수 있도록 해서 앞으로 다가올 매수 유혹에 단단해져야겠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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