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준희 Jul 07. 2020

사이닝 보너스 3억을 제안한 이직을 마다하고 2년 후

이직, 경제적 자유, 투자, 부동산 투자, 실리콘 밸리

2년 전에 실리콘 밸리로 이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었다. 연봉은 기존 연봉보다 10~15% 정도 높은 정도였지만 사이닝 보너스 스톡옵션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4년 동안 나누어 받을 스톡옵션의 당시 가치가 3억 원이었는데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회사였고 상장 가능성도 높았기 때문에 향후 가치가 더 높아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아래의 장단점을 따져보고 이직하지 않고 대신 기존 직장에 남아 부동산 투자와 자산관리 지식을 쌓기로 결정했다. 



이직의 장점


1. 사이닝 보너스 


사이닝 보너스의 액수도 높았지만 사고 싶어도 쉽게 살 수 없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비상장 주라는 데에 더 큰 매력을 느꼈다. 


2. 10~15% 더 높은 연봉


3. 실리콘 밸리에 대해서 더 알게 되고 그곳 생리에 익숙해지는 것


이 부분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실리콘 밸리가 진보적이고 혁신적이고 세계의 훌륭한 인재들이 모여 있는 곳이지만 오히려 너무 앞서 있어서 세상의 단면밖에 보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황금 우물의 개구리가 될까 봐 두려웠다. 


실리콘 밸리 특성상 스타트업 투자라는 새로운 기회가 있긴 했지만 벤처 캐피털 투자는 보편적으로 최소 10억 정도의 목돈이 필요해서 나에게는 닫혀 있는 문이었다. 내가 실리콘 밸리에서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면 그 스타트업에서 직접 일해서 직원 스톡옵션을 받는 수밖엔 없었다. 


4. 좋은 회사에서 일한 경력으로 향후 이직할 때 더 좋은 조건으로 갈 수 있는 확률이 훨씬 높아짐 


이직한다면 이름이 잘 알려진 좋은 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앞으로의 커리어에 유리해졌을 테고 평생 벌게 될 총연봉이 훨씬 높아졌을 것이다. 회사생활을 오래 할 계획이었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이직했었겠지만 나는 조직생활에 잘 녹아들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최대한 회사생활을 짧게 하고 싶었다. 부동산 투자와 주식 투자도 회사생활에 자신이 없어서 시작했다. 그래서 이 부분은 나에게는 큰 장점이 아니었다.



이직하지 않았던 이유


1. 부동산 투자 흐름을 끊지 않기 위해서 


이직 기회가 온 시기는 첫 집을 산지 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막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을 때였다. 막 시작하는 단계에서 실리콘 밸리로 이사 가게 되면 흐름이 끊길 것 같았다. 첫 집을 사는데 다 써서 돈은 없었지만 앞으로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계속 확장할 계획이었는데 실리콘 밸리로 가게 되면 지금 투자하는 곳과 너무 멀어져서 실리콘 밸리 근처에 투자할 곳을 새로 알아봐야 했다. 그러나 그 근처 부동산 가격은 너무 높아서 나에게 맞는 기회를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였고 처음부터 조사를 다시 시작하고 부동산 관련 네트워크도 구축해야 했다. 또, 이직하게 되면 업무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해서 부동산 투자에 신경 쓸 수 없을 것 같기도 했다. 


2. 직장 근무환경


새로운 회사는 원래 회사보다 연봉, 복지, 전망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 더 좋은 회사였다. 하지만 '나'에게 좋은 회사라고 할 수는 없었다. 원래 직장은 새로운 직장에 비해 예산도 훨씬 적고 주목도 받지 못하는 회사여서 비교적 좋은 인재들이 많이 없었는데 그 부분이 오히려 내게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내 분야의 전문가가 나밖에 없어서 직장을 잃게 될 확률이 낮았고 회장님이 나를 아실 만큼 회사에서 연차에 비해 가시성이 있었고 승진도 빨랐다. 그러나 새로운 회사에선 같은 일을 하는 30명 중 하나가 될 예정이어서 그중 눈에 띌 자신도 없었고 회사에서의 영향력도 적어질 게 분명했다. 


또, 원래 직장은 일이 많이 없다는 대단한 장점이 있었다. 업무가 많이 없어서 주어진 업무를 끝낸 후에는 부동산을 공부하고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인 발전에 집중할 수 있었다. 



2년이 지난 후 돌아보며 지금 생각


아직까지는 이직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고 있다. 남기로 결심했지만 그래도 연봉협상은 다시 해야 할것 같아서 원래 직장에 연봉 인상을 요청했었는데 회사에서 경제적 사정 때문에 연봉 인상을 거절했다. 대신 만약 회사에 남고 싶다면 내가 원하는 만큼 재택근무를 허용하고, 이직하기로 결정한다고 해도 나를 대체할 사람을 채용하지 않고 내게 계속 외주로 업무를 맡기겠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내 시간을 자유롭게 쓰면서 회사에 한 발을 걸쳐 놓는 건 최적의 제안이었다. 


그 후로 직장에는 1주일에 한번 정도 출근하고 평소엔 집에서 근무하면서 부동산 포트폴리오 확장에 집중해서 동업자도 생기고 2년이 지난 지금은 집이 5채로 불어났다. 아직도 사실 그때의 사이닝 보너스가 뇌리에 아른거리고 이직한 것보다 재산이 더 불어났다고 확언하긴 힘들지만 자산관리 지식은 확실히 많이 쌓았다. 개인적으로 행복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자유로워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개인 시간이 많아야 한다고 믿는다. 이직하지 않은 건 다른 사람이 보면 바보 같은 결정일 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회사로부터 자유로운 시간이 많아서 현재 일상의 만족도가 높기도 하고 그동안 쌓은 투자 지식이 길게 보면 재산을 많이 불려 줄 거라고 확신해서 후회하지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100배 오를 주식을 난 왜 2배 올랐을 때 팔았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