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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준희 Aug 04. 2020

4. 마음에 드는 첫 남자에게 거절당하다

데이팅 프로젝트, 연애, 소개팅

<데이팅 프로젝트> 매거진은 건어물녀였던 제가 적극적으로 연애하기 위해 노력했던 3개월 동안 만난 사람들

과 느낀 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처음으로 마음에 든 남자에게 차이다


다섯 번째 정도 되는 데이트에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남자가 나왔다. 중국계 미국인 사업가였다. 일단 외모가 마음에 들었고 사업을 할 만큼 진취적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그가 선택한 장소는 맥주 가게였는데 캐주얼 한 분위기였지만 나름 고유의 느낌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데이트를 많이 하면서 데이트 장소 선택으로도 상대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어떤 남자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만나고 싶어 했고, 어떤 남자는 낮부터 허름한 선술집에 가고 싶어 했고, 어떤 남자는 버블티 가게에서 만나자고 했다. 다들 장소 선택에서 성격이 드러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남자에게 다시 만나자는 제안을 받지 못했다. 나는 그날따라 잘 꾸미고 나왔고 그 남자가 마음에 들었기에 필사적으로 여성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리액션에 집중하느라 말을 아끼고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서인지 대화가 내내 겉돌았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더 처절하게 여성스러움 연기에 전력을 다했다. (;;;) 사실 그 남자는 진취적인 여자가 좋다는 말을 했었는데 나는 스스로 '그럴 리가 없어. 분명 여성스러운 여자를 좋아할 거야'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 남자에게 애프터 신청을 받지 못했다. 사실 그때 나는 내 여성스러움 연기가 충분히 훌륭하지 못해서 이 남자 마음에 들지 못한 거라고 생각했다. 이다음에 만나는 남자한테는 더 잘 연기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실 지금 같으면 내가 연락해서 한번 더 만났다면 좋았을 텐데 그때는 데이팅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갑자기 많은 사람들과 만나면서 경황이 없어서 나에게 관심이 없는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갈 생각을 못했다. 



다음 남자에게도 차이다 


그다음으로 만난 남자는, 전 편에 마음에 안 드는 유형으로 꼽혔던 하버드 출신 남자였다. 역시 맥주 가게에서 만났는데 가게가 시끄러워서 대화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전에 갔던 맥주 가게와는 다르게 그냥 그 남자의 직장 근처에 있는 장소를 고른 듯했다. 금융계에서 일해서 일이 많이 바쁘다고 했다. 시끄러워서 대화가 안 되는 와중에 자신이 하버드에 가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에 대한 말을 한 기억이 난다. 나는 성실하게 말은 아끼고 리액션을 잘하려고 노력했었다. 


이 남자는 바빠서인지 정말로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한 1시간 남짓 이야기하고 일어나자고 제안했다. 나도 이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티는 내지 않았기에) 두 번 연속으로 애프터 신청을 받지 못하니 내가 뭔갈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력적인 여자는 어떤 여자일까?


그 무렵 나는 매력적인 여자는 여성스러운 여자라고 생각했다. 가족들은 내가 목소리가 크고 솔직하고 거침없는 부분들이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거란 말을 자주 했다. 항상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일을 벌이는 성격도 가족들은 조신하지 못하고 너무 번잡스럽다고 했다. 그래서 소개팅에 나가서는 내가 생각하는 '매력적인 여성'인 조용하고, 묻지 않으면 말을 아끼는 여성스러운 여성을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평소 내 성격이 아닌 성격으로 행동하려고 의식적으로 애쓰니 고작 두어 시간밖에 안 되는 만남으로도 지쳤다. 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니까 대화가 깊지 않고 재미없었고 상대방에 대해서도 많은 걸 알 수 없었다. 지칠 만큼 열심히 노력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은걸 보고 참 실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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