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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준희 Aug 01. 2020

3. 이런 특징을 가진 데이트 상대들은 별로였다

스킨십, 스펙, 직업, 열정, 문자, 대화

<데이팅 프로젝트> 매거진은 건어물녀였던 제가 적극적으로 연애하기 위해 노력했던 3개월 동안 만난 사람들과 느낀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데이팅 프로젝트에서 만난 데이트 상대들 중 20% 정도가 마음에 들었고 80% 정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유형들은 다음과 같았다.


1. 섣부르게 스킨십을 시도한다.


예전에 드라마 Sex and the City를 보면서 남녀관계가 너무 빨리 진전되고 또 빨리 끝나는 걸 보면서 어떻게 연애를 저렇게 휙휙 할 수 있는지 의아했는데 뉴욕의 데이트 문화가 그랬다. 친구로 만나는 게 아니라 연애를 전제로 만나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이 첫 만남에서부터 (혹은 첫 몇 번의 만남) 허리에 손을 얹는다던지, 키스하려고 한다던지 하는 스킨십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세 번 데이트하면 잠자리를 가진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고 듣긴 했지만 건어물녀로 살던 나에겐 이런 경우가 정말 당황스러웠다. 키스하려고 오는 사람을 손으로 막기도 하고 어정쩡하게 몸을 아래로 숙여 피하기도 하는 등 민망한 상황들이 많았다. 그리고 스킨십을 거절한 거지 사람을 거절한 게 아닌데 상대방은 내가 자신을 완전히 거절했다고 여기고 연락을 끊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나에게 연애 상담을 자주 해주는 남사친에게 스킨십 고민을 말하니 용기 내서 스킨십을 시도한 쪽에서 거절당하면 정말 실망스럽고 민망해서 그럴 수도 있다며 거절할 때 '싫어'라고 하지 말고 '다음에'라고 말하라고 했다. 거절도 세련된 거절이 따로 있었던 거였다. 이후로 사람은 마음에 드는데 스킨십은 싫다면 '다음에' 혹은 '나중에' ("maybe later, maybe next time")라고 했더니 연락이 끊기지 않았다.


그리고 술을 마시면 스킨십을 시도하려는 경우가 많아서 술을 못 마신다고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더니 그런 일이 훨씬 줄었다.


 2. 문자를 자주 하고 만나자는 말은 하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는 만나서 판가름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너무 많은 문자를 주고받는 것이 지쳤다. 대화를 이어가고 싶은 좋은 의도에서 그런 거였겠지만 특히 형제관계가 어떻게 되냐는 등 무의미하고 상투적인 질문들은 받는 것도 답하는 것도 정말 지루했다. 이런 대화들은 서로를 알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15분 동안 커피를 마시면서 하는 대화가 1시간 문자보다 서로를 알아가는데 훨씬 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뉴욕타임스에서도 상투적인 대화보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대화가 서로 잘 맞는지 확인하는데 훨씬 효과적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마지막으로 울었을 때가 언제예요?" 같은 질문) 다시 한번 소개팅할 기회가 있다면 뉴욕타임스가 제시한 개인적인 질문 36개를 뽑아 가서 서로 대답하는 시간을 가질 것 같다.


https://www.nytimes.com/2015/01/11/style/36-questions-that-lead-to-love.html

https://www.nytimes.com/2015/01/11/style/modern-love-to-fall-in-love-with-anyone-do-this.html


3. 자신의 스펙을 너무 자랑스러워하는 반면 일에 대한 열정은 없다.


사실 이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어떤 남자는 금융을 전공하지 않아서 불리한 조건으로 어렵게 금융계에 취업했던 일에 대해 말하길 멈추지 않았고, 어떤 하버드 졸업생은 자신이 하버드 출신이란 걸 계속 이야기했다 (이미 프로필에서 보고 만났음에도.. 졸업한 지가 언젠데 하버드에 합격했을 때 부모님이 얼마나 좋아하셨는지에 대해서도 말했다). 어떤 의대 박사는 자신이 의대 박사여서 얼마나 어려운 공부를 했는지 말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내가 학벌과 직업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

나는 학벌이나 직업보다는 야망과 능력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학벌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이유는 1. 고등학생 때까지 공부를 잘했는지의 여부로 평생의 능력을 판단하는 게 우습다고 느끼고 2. 공부를 잘하는지의 여부는 집안 분위기에 따라 많이 좌우돼서 능력이나 지능과 연결시키기엔 부적합하다고 생각하고 3. 능력 있고 똑똑한 사람이라도 공부에 뜻이 없으면 좋은 학벌이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직업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직업은 필요나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직장 이름'이나 '직업, ' 혹은 그 일을 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니면 그 일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하지만 본인이 하는 일 자체에 대해서는 열정적이지 않아 보였다. 직장 이름이나 그런 것 말고 일은 어떠냐고 물어보면 "일이 다 일이죠 뭐" 혹은 "힘들어요" 같은 답이 돌아왔다. 그들이 열정적을 가진건 '자신이 의사라는 사실 혹은 금융인이라는 사실'이지 '의사가 하는 일 그 자체'가 아니었다. 난 그들이 즐기지 않는 직업에 대한 이야기보다 그들이 즐기는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레고라던지, 만화라던지, 패션이라던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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