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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준희 Feb 06. 2020

나는 '자기 계발' 대신 재산을 불린다

우리 둘 중에 걔가 더 유능하다. 왼손인 나는 거들뿐.

어른들 말씀대로 공부를 열심히 하면 나중에 커서 잘 먹고 잘 살 줄 알았다. 그런데 사회에 나와보니 난 분명히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잘 먹고 잘 살게 되지 않는 것이다. 내가 학교에서 열심히 배운 것들은 사회에선 별로 쓸모가 없는 것들이어서 사회는 내 노동력에 큰삯을 지불하기 싫어했다. 부풀어 있던 나의 자신감은 월급 통장을 볼 때마다 피슉피슉 빠져나갔다. (자세한 실패 스토리는 브런치 글 '회사생활 적응 실패 후 나는 비로소 열심히 살기로 했다'를 참고해 주세요.)


지금은 나보다 훨씬 더 유능한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서 불안감이 좀 줄었다. 내 동반자는 아직은 어려서 성장하기까지 나의 보살핌이 필요하다. 확실한 건 내 동반자가 성장하면 나보다 유능하고 열심히 일하고 지칠 줄 모를 것이란 거다. 그래서 나는 평생 내 동반자를 뒷바라지하고 나중에는 내 노후를 맡길 계획이다. 이 동반자는 짐작하셨다시피 바로 내 돈이다. 내 자본은 잠도 자지 않고 24시간 내내 세계 곳곳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며 열심히 일을 한다.




대한민국 평균인의 노동력 vs 자본력

대한민국 평균에 가까운 연 3000만 원을 버는 가상인물 A가 있다. A는 주식 투자를 통해 직장을 다니지 않아도 지금 생활을 유지하는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다.  미국 주식시장이 지금까지 성장해 온 걸 보면 인플레이션을 제외하고라도 연 약 7% 성장했다. A가 일하지 않고 주식 수익으로만 살려면 재산이 3000만 원/7% = 4억 3857만 원이 있으면 된다. 재산이 4억 3857만 원을 넘어가는 순간 A의 돈이 A보다 더 유능해지게 되는 것이다.


만약 A가 자신의 자본을 쓰지 않고 그대로 투자한 곳에 묶어두고 회사를 10년만 더 다니면 어떻게 될까? A가 10년 동안 번 월급 중에 한 푼도 모으지 않고, 10년 전에 모은 재산 4억 3857만 원을 미국 증시에 넣어놓고 가만히 내버려 둔다면 연 7% 올라 10년 후 A의 자본은 8억 6273만 원으로 불어나 있을 것이다. 이때 은퇴해서 연 7%의 주식 수익만 쓰고 산다면 연 6천만 원을 쓸 수 있다. 10년 동안 묵혀두니 일하지 않고 벌 수 있는 돈이 두배가 된 것이다. 10년 동안 A의 연봉을 2배로 올리려면 사내 정치, 야근, 회식 등 피나는 노력이 필요한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주식 시장에 묶어둔 것 만으로 A의 재산은 두배가 됐다. 실로 자본은 유능하다!


2018년 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상위 1%의 평균 근로소득은 2억 4천379만 원이라고 한다. 35억의 7%가 2억 4천만 원이다. 고로 35억 정도의 재산을 미국 증시에 투자하면 대한민국 상위 1%의 근로소득을 일하지도 않고 얻을 수 있다. 35억이라는 액수는 A가 은퇴하지 않고 자신의 8억을 20년 더 증시에 묵혀두면 A의 돈이 20년 후에 불어나 있을 액수이기도 하다.


자본의 이러한 성질을 알고 난 다음에 나는 나의 노동력을 계발하는 노력을 그만뒀다. 내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적이니 효율적으로 분배해야 하는데, 나보다 내 자본이 더 유능하니 내 분야를 열심히 공부해서 보다 나은 데이터 과학자가 되는 대신 나의 자본력을 더 계발하는데 전력을 쏟아부었다.




자본력을 계발하는 방법

복리의 방정식은 원금*(1+수익률)^n = n년후 나의 자산이다. (중학교 때 배웠는데 그땐 방정식은 외웠지만 원리를 전혀 이해 하지 못했었다.) 여기서 변수인 원금, 수익률, 연수를 최대화해야 n년후 나의 자산을 최대한으로 불릴 수 있다.


변수 1: 원금

먼저 원금을 불리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절약이다. 소비를 줄여서 버는 돈 중에 최대한 큰 액수를 절약해서 투자의 원금으로 쓴다. 나의 경우 월급이 통장으로 들어오기 전에 월급의 20%를 먼저 연금저축펀드로 돌려놓고, 평소 최대한 소비를 줄이기 위해 집에서 요리를 해서 외식을 줄이고, 최대한 택시를 타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미니멀리즘을 실천한다. (인스타그램을 지우는 것이 도움이 됐다.)


원금을 불리는 방법 중 둘째는 노동 수입 (월급)을 늘리는 것이다. 노동 수입을 늘리는 건 절약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내 노동의 질을 높여서 회사에서 월급을 더 많이 받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노동시간을 늘리기엔 나의 몸은 잠도 자야 하고, 밥도 먹어야 하고, 또 쉬고 운동도 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대신 부업을 조금 한다. 필요 없는 물건을 팔아서 돈을 벌고, 이웃이 여행 갈 때 강아지를 맡아주고 돈을 받는 등 자잘한 부업을 한다. 이렇게 버는 수입이 많지는 않지만 취미로 재밌게 하고 있다. 보통 취미들은 소비성이 많은데 생산성 취미를 즐기니 두배로 절약된다. 2년 전부터는 부동산에서 나오는 임대 수익료도 있다.


변수 2: 수익률

수익률을 불리는 방법은 내가 더 현명한 투자자가 되어서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를 찾아 투자하는 것이다. 전에 A의 케이스에서는 미국 증시의 평균 수익을 수익률의 예로 들었었다. 나의 목표는 미국 증시를 뛰어넘는 수익률을 내는 것이다. 처음에는 신문과 책을 열심히 읽어서 잘 될 회사를 찾았었는데 최근에는 유능한 전문투자자한테 투자를 맡기고 있다. 내가 아무리 용을 쓰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노력해 봐야 나보다 뛰어난 전문가만 못하다는 결론을 냈고, 믿을 수 있는 전문투자자를 선택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정말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내 투자자가 거의 매년 미국 증시를 뛰어넘는 수익률을 내주어서 폭이 큰 수익률로 빨리 내 자본을 성장시켜주고 있다.  


변수 3: n (연수)

n 은 '투자하는 시간'이다. n을 최대화하는 게 가장 간단하다.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게 n을 최대화하는 길이다. 투자기간을 늘리기 위해 한 살이라도 일찍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내 전문 투자자는 10살 때부터 투자를 시작했고, 세계 금융계를 꽉 잡고 있는 유태인들은 아이가 13살이 되면 잔치를 열어서 지인들을 초대하고, 초대된 지인들은 13살 아이에게 얼마의 돈을 선물로 준다. 그럼 부모는 그 아이가 생일 때 받은 돈을 종잣돈 삼아 투자를 시작할 수 있게 돕는다. 참 아름답고 현명한 금융 교육이다.


또 n을 최대화하기 위해선 최~대한 오래 살아야 한다. 가장 유명한 투자자 워렌 버핏도 50대 땐 그냥 부자였지만 80세가 넘을 때까지 꾸준히 투자하니 한때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는 등 어마어마한 부자가 됐다. (4억으로 시작했던 A도 30년을 기다리니 상위 1% 근로소득을 일하지 않고 번 것처럼.) 그래서 나는 노동을 열심히 하느라 건강을 망치는 일이 절대로 없도록 한다. 나의 수명은 소중하니까!  




투자를 하기 가장 적합한 시기는 태어났을 때부터라고 한다. 만약에 그 시기를 놓쳤다면 차선으로 적합한 시기는 지금이다. 금융생활에서 가장 큰 실수는 투자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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