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준희 Nov 17. 2020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미니멀리즘의 가치

남편과 처음 데이트하기 시작했을 때 그에게 바지가 단 한벌뿐이란 걸 알게 됐다. 청바지 한벌, 정장 바지 한벌로 굳이 따지고 보면 두벌이었지만 정장 바지는 입을 일이 거의 없어서 청바지 한 벌을 매일 입었다. 바지뿐만 아니라 신발도 매일 신는 신발도 단 한 켤레뿐이었다. 1년 정도면 신발은 밑창을 본드로 붙여도 분해를 멈출 수 없게 되고 바지는 핸드폰과 지갑을 넣는 쪽에 처음엔 닳은 자국이 나다 결국 구멍이 생겨서 1년에 한 번 정도 새것으로 바꾼다고 했다. 상의는 몇 벌 있었지만 그마저 전부 오래돼서 겨드랑이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남편에게 물건이 별로 없긴 했지만 일부러 물건을 줄이려고 하는 미니멀리스트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돈을 아끼기 위한 미니멀리즘도 아니었다. 물론 검소한 편이었지만 필요하거나 원하는 걸 살 때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물건을 사야 할 일이 있으면 아주 오랜 시간 공을 들여서 가격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른다. (저거 하나를 사는데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직원을 고용할 때도 생각하고 있는 연봉으로 고용할 수 있는 사람 중 최고를 찾는 대신,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골라서 그 사람이 원하는 연봉을 준다. 평범한 사람 몇 명 보다 비범한 사람 한 명, 평범한 물건 여러 개 보다 가장 마음에 드는 물건 하나를 사는 식으로 타협하지 않고 항상 자신이 가장 원하는 선택을 한다. 


오래 지켜본 결과 이런 식으로 선택을 하니 자신의 선택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애초부터 최고의 선택을 한 덕분에 나중에 다시 신경 써야 할 일이 없어서 삶이 단순했다. 선택할 일이 많이 없으니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내 생각에는 이 부분이 미니멀리즘의 최고의 장점인 것 같다. 미니멀리즘은 물건을 줄이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물건이 줄어드는건 '삶 단순화'의 하나의 결과물이지 목적이 아니었던 것 같다. 


나는 선택을 하는 데 있어서 가성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남편을 따라 최고의 선택을 하고 나서 삶의 만족도가 올라갔고 새로 선택할 일도 훨씬 줄어들었다. (물건의 개수도 줄어들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싸구려 펜이 가득 들어있는 필통에서 '펜이 글자만 써지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아무 펜이나 골라서 썼는데 이제는 정말 마음에 드는 한 자루의 고급 펜을 어디에나 들고 다닌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다른 펜은 사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고 이 펜을 쓸 때마다 기분이 좋다. 삶이 단순화되면 정신도 더 맑아지고 삶의 질도 높은 데다 선택과 집중을 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쉬워지는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직장생활에 가장 도움 되는 원칙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