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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준희 Dec 27. 2020

뭘 해야 할지 모를 때 생각나는 말

내게는 어릴 때부터 친구나 친형제같이 지내온 한 살 어린 사촌동생이 있다. 이 아이는 항상 의지에 불타오르고, 예를 들어 100점을 받기 위해 들어가는 노력이 10시간이라면 20시간 이상을 들여 노력해서 망하더라도 100점 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자신이 운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라주지 않으니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 사촌동생에게 수년 전 지금까지도 스스로를 다잡게 하는 조언을 받았었다. 


원하는 일을 찾지 못해서 방황할 때 받은 조언 


내가 대학생 때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을 때였다. 대학까지 가서 하고 싶은 공부나 일이 없다는 핑계로 그나마 잘 해오던 공부도 소홀히 하고 있을 때였다. 아마 그때 이미 대학에 다니면서 로스쿨 준비를 하고 있었던 사촌동생과 오랜만에 한국에서 만나서 커피를 마시면서 푸념을 늘어놓았다. 나는 원하는 일을 찾고 싶어서 대학에 갔는데, 기대와 달리 여러 가능성이 열리는 대신 모두들 한정적인 몇 가지 진로 중 선택하는 분위기라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은 나는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그때 사촌동생이 말했다.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하고 싶은 일이 없을 때는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게 차선책이라고. 예를 들어하고 싶은 일이 없는 나 같은 학생이라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지금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말로 들렸다. '하기도 싫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뭐해?'라고 생각하며 그야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으면서도 내 의도는 고고하다고 생각했던 게으르고 위선적인 내 모습에 찬물을 끼얹는 말이었다.  


결국은 뭐라도 행동하는 사람에게 기회는 찾아오더라


이 조언을 듣고 나서 지금까지도 당장 무얼 해야 할지 모를 때 자동적으로  "딱히 하고 싶은 일은 아니더라도 지금 내가 해야 하는 것/ 하면 도움되는 것/ 나중에 도움될 것은 뭘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이 질문은 행동하게 하는 질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행동은 마음가짐에서 나오니까 명확한 원인과 결과 관계인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많은 심리학 연구를 살펴보면 이와 반대로 행동에서부터 마음이 비롯되는 효과가 아주 크다. 예를 들어 기분이 좋으면 웃음이 나오는데, 기분이 좋지 않아도 웃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처럼 하고 싶은 마음이 없더라도 행동함으로써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바꿀 수 있다.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더라도 일단 행동하면 더 행복해진다. 


사촌동생의 조언은 두고두고 내게 도움이 되었다. 먼저 방학을 마치고 학교에 돌아가서 나는 놓았던 공부를 다시 잡아서 복수전공을 했으며 (이때 하나 더 하기로 한 전공이 지금의 데이터 과학자 직업으로 연결되었다) 세 명의 교수님들의 연구에 참여했고, 우수 졸업생이 돼서 취업과 대학원 진학에도 유리해졌다. 


잊지 않았던 조언의 첫 번째 부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하고 싶은 게 없을 때는 차선책으로 해야만 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지만 그러면서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게 최선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유익한 시간을 보내다가도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유익해 보이지 않은 방향이더라도 바로 방향을 틀었다. 하나의 예로 대학을 졸업하고 나전칠기에 관심이 생겨서 취업하지 않고 나전칠기 인간문화재 밑에서 약 1년간 도제 생활을 했다. 지금 나하 곤 아무 상관없는 일이고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해봤다는 것 만으로 큰 만족감을 느낀다. 만약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하지 않았다면 해야 하는 일만 하는 삶에는 언젠간 지리멸렬함을 느끼게 됐을 것 같다. 


코로나 시기의 차선책


1년간의 코로나의 폭풍이 아직 휘몰아치는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고 있다. 나도 혼란스럽다. 다니는 회사도 많이 힘들어져서 구조조정과 전 직원 23% 월급 삭감을 감행한 지 벌써 8개월이 지났고, 구조조정에서 해고된 다른 직원과 내 부하 직원의 일까지 맡게 되었고, 부동산 투자도 한 집은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고, 한 세입자는 일자리를 잃는 등 정체된 부분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는 게 맞는지 고민하고 있을 시기이다. 다시 지금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은 무엇인지, 지금 할 수 있는 건 무엇인지,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다가올 미래에 더 준비된 자신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지금이 적기인 하고 싶은 일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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