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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준희 Mar 11. 2021

미래와 바꾸는 젊은이의 투기

마진 트레이딩, 마진 거래, 클럽하우스

한달 전 쯤 클럽하우스라는 공통된 주제로 대화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알게 된 후, '주식' 주제의 방에 들어가서 처음엔 듣기만 하다가 대화까지 나누게 된 적이 있다. 그중 가장 '전문가'로써 방을 만들고 대화를 리드하고 패널에 선 방장은 주식 관련 채널을 몇 개월 동안 운영해 왔고, 투자는 작년에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금융이나 투자 지식은 깊지 않았다. 당연한 것이 누구나 처음엔 지식 없이 시작한다. 시작했다는 것 자체만 보면 아주 이로운 결정이지만 투자 방식이 염려스러웠다. 대화를 나눈 후 요즘 자신의 미래를 걸고 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걸 실감했고 그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느꼈다.




마진 트레이딩


방장은 위험도가 높은 미국 Tech 주식에 마진으로 투자하고 있었다. 마진 트레이딩(마진 거래)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서 투자하는 방식이다. 신용이 좋다는 가정 하에 증권사로부터 승인을 받으면, 예를 들어 천만 원의 원금에 9천만 원의 레버리지 (빌린 돈)을 얹어서 1억의 구매력을 가질 수 있다. 만약 주식이 10% 오르면 천만 원으로 레버리지 없이 투자했을 경우 백만 원을 벌지만, 레버리지로 높인 1억의 구매력으로 투자했을 경우 빌린 돈 9천만 원을 증권사에 값고 나서도 천만 원의 이익이 남는다. (빌린 돈에 대한 이자도 있지만 단순화를 위해 생략한다.) 전자의 경우 원금 대비 10%의 수익을 보고, 후자의 경우 원금 대비 100%의 수익을 본다.


문제는 잃었을 경우다. 주식이 10% 내린다면 마진이 아닌 경우 백만 원을 잃고 9백만 원이 남게 되지만, 마진으로 1억의 구매력을 가진 경우 천만 원을 잃는다. 빌린 돈 9천만 원을 값고 나면 원금이 완전히 증발한 상태가 된다. 그리고 만약 20%가 내리면 오히려 천만 원의 빚을 지게 된다. 만약 50% 내린다면? 갚을 엄두가 나지 않는 빚더미에 앉는다. 그래서 마진 트레이딩은 투자에 성공하면 성공의 크기를 키우고, 실패하면 실패의 크기를 키우는 고위험군 투자 방식이다.


방장은 전재산 천만 원을 가지고 마진 트레이딩으로 미국 tech 주식에 투자해서 1년 만에 자산이 4천만 원으로 불어났다고 한다. 방장은 29세 청년인데 주식으로 돈을 벌기 전에는 평범한 직장에서 200만 원의 월급을 받았다고 한다. 항상 200만 원이 너무 적은 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식을 시작한 후에는 직장을 그만두고 풀타임으로 투자를 하면서 간간히 단기 알바를 한다.


방장의 투자 방식에는 적어도 세 가지 문제가 있다.


1. 자신이 경험한 시장이 변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

그의 투자 방식은 자신이 1년 동안 경험한 시장이 앞으로 무기한 지속될 거라는 믿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미국 증시는 2010년도부터 11년 간의 호황을 이어왔고 특히 Tech 주들은 정말 많이 올랐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주식은 무조건 오른다’는 생각이 사회에 스며들었다. 주식이나 금융에 아무런 관심이 없이 살아온 회사원과 주부들은 물론이고 미성년자들까지도 너도 나도 전재산을 들고 주식시장에 (그리고 코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기업의 가치평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손익이나 재무제표에 상관없이 주식들을 시장 가격에 사들이고, 주식이 오르고 떨어지는 원인들을 알지 못한다.


성장이 무기한 지속될 수는 없다. 모든 버블이 그래 왔듯이 언젠간 거품은 꺼지고 오르기만 하던 상당수의 주식들이 수직 하락할 것이다. 몇 조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데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의 가치가 언제까지 무기한 성장할 수 있을까? 요즘 Tech 주식들 중에는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조 단위의 가치평가를 받는 회사들이 정말 많다. 무절제 성장 중인 이때를 틈타 많은 비상장기업들이 거품이 낀 가격으로 상장을 시도하고 있다. 이 비상장기업들에 투자한 사모펀드 투자자들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회사들을 상장을 통해 대중들의 손에 넘기고 자신들은 현금을 들고 퇴장한다.


그리고 거품이 꺼지더라도 몇몇 기업들은 생존해서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다. 거품이 꺼지는 시기를 예측하는 일과 살아남을 기업들을 솎아 내는 작업은 평생을 투자만을 연구해온 전문 투자자들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개미'들 중 몇 명은 주식 선별에 성공할지도 모르지만 자신이 그 수많은 사람들 중 특별한 한 명이라고 확신하고 미래의 종잣돈이 될 전재산에 빚까지 얹어서 베팅하는 건 큰 리스크다.


2. 종잣돈을 모을 수 없게 된다

나는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을 믿는다. 복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서 이기도 하고 직장 생활을 제외하고는 사업을 하던 투자를 하던 종잣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자신이 모은 천만 원이 큰돈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위험이 큰 투자로 쉽게 날려버린다면 (사실 이건 도박과 다름 없다) 종잣돈은 평생 모이지 않고 기회를 잡기가 힘들어진다. 더 위험한 건 고위험군 마진 트레이딩을 하면서 만약 주식이 내려간다면 아직 무언갈 시작해 보기도 전에 빚이 생겨서 일해서 번 돈으로 빚부터 값아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일확천금의 꿈을 자신의 미래와 바꾸는 것이다.


3. '적은' 액수를 우습게 보게 된다

방장은 자신을 야망이 큰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자신이   동안 열심히 일하고 전혀 소비하지 않아야지만 모을  있는 금액이   만에 손에 들어온 , 그는 자신이 평범하지 않고 평범한 직장에 다닐 인물이 아니라고 느끼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래서 평범하게 일을 하고 알뜰하게 아껴서 사이드로 투자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경제활동에 필요한 지식과 능력도 쌓고 재산도 늘려가는 대신 직장을 그만두고 빚을 내는 도박을 선택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만약 주식투자만으로 생활이 지속되지 않거나 투자 실패로 돈을 잃어서 다시 취직해야 한다면 아마도 평범한 직장생활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초라한 옷으로 느껴질 것이다. 경력이 단절됐던 기간 후 직급을 낮춰서 들어가는 등의 희생이 따르게 된다면 더더욱 그 생활에 불만족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 앞에 펼쳐지는 평범한 삶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계속 일확천금을 약속하는 유혹에 흔들리게 될 수도 있다. 평범한 삶이 불행하게 느껴지는 것만큼 위험한   있을까?


방장이 투자했다고 언급한 주식 중 기억에 남는 주식이 테슬라였는데, 얼마 전 급락해서 가치가 40% 하락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이와 같이 일확천금만을 노리고 평범함을 우습게 생각하게 될까 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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