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준희 May 02. 2021

무력감에서 벗어나는 구체적인 방법

다음은 책 Feeling Good에서 제안하는 무력감에서 벗어나는 방법입니다. 보통 무력하던 사람이 무어라도 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게 요리던 쇼핑이던 친구를 만나는 것이던 몸을 일으켜 무어라도 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사실 무력함을 느낄 때 가장 필요한 건 '생각'이 아니라 '행동'입니다. 무력한 상태에서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욱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지기 때문에 생각의 전원을 꺼버리고 몸을 움직이는 게 훨씬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몸을 움직이는 순간, 스스로의 무력함에 대해 단정 지었던 게 틀렸음도 동시에 입증됩니다. 


1. 하루 활동 스케줄

하루를 기상 시간부터 자기 전까지 한 시간 단위로 쪼개서 매시간에 뭘 할 건지 스케줄을 짭니다. 이 활동들은 전혀 대단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닦기'나 '옷 입기' 혹은 '점심 먹기' 같은 일들이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다음 줄에는 그 시간 동안 실제로 무얼 했는지 적습니다. 계획했던 것과 같은 활동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저 벽을 보고 앉아 있었다면 '벽 보고 앉아 있기'라고 적으면 됩니다. 그리고 만약 그 활동들이 이 닦기나 요리를 하는 '성취'에 관련된 활동이라면 옆에 '성취'라고 적고, 책을 읽었다거나 밥을 먹는 것과 같은 '즐거움'에 관련된 활동이라면 '즐거움'이라고 적습니다. 


이 스케줄을 짜는 이유는 많은 것을 해내기 위함이 아닙니다. 그저 '무언갈 하는' 행동이 얼마나 별거 아닌지와 자신이 자신의 시간에 얼마나 지배권을 가지고 있는지를 깨닫기 위한 활동입니다. 그저 스케줄을 짜고 무얼 했는지 적으면서 자신에 대해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활동이 되고, 짠 스케줄의 일부만 소화하더라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스케줄을 계속해서 기록하면서 점차적으로 균형 잡힌 스케줄을 끼워 넣어 보고, 기분에 따라 즐거움을 위한 활동들과 성취를 위한 활동들의 비중을 조금 늘려 보아도 좋습니다. 넣어보기 좋은 활동들은 헤어숍 가기, 쇼핑하기, 미술관 가기, 책 읽기, 공원 걷기 등이 있습니다. 


2. 미루기 방지 기록

무력감을 느낄 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라도 머릿속으로 어려울 거라고 부풀려서 생각하기 때문에 부담스럽습니다. 매일 '미루기 방지 기록'을 하면 부풀린 부담이 상당 부분 자신의 상상이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습니다. 매일 미루던 일중 하나 둘을 골라 써보고 얼마나 어려울 것 같은지 어려움의 점수를 예상해서 써 봅니다. 만약 정말 힘들 것 같은 일이라면 과제를 자잘하게 잘라서 15분 안에 할 수 있는 일로 쪼갭니다. 그리고 이 과제를 하고 나서 실제로 얼마나 어려웠는지 실제 어려움 점수를 쓰고, 만약 즐거움도 느꼈다면 얼마나 즐거웠는지도 기록합니다.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미루기 방지 과제로 삼으면 좋은 예로는 빨래 세탁기에 넣기, 건조된 빨래 중 10벌 개기, 어지러운 책상 중 30센티 크기의 네모난 영역 치우기,  화장실 세면대 닦기, 설거지 하기 등이 있습니다. 미루기 방지 기록을 해본 사람들은 미뤄왔던 과제들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오히려 즐겁기까지 하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한번 미루어 놓은 일을 하고 나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3. 부정적 생각 기록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에서 어떤 과제를 떠올리면 드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빠짐없이 적어봅니다. 무력감의 원인들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생각들을 적은 후에, 이 생각들에 대한 합리적인 답변을 적습니다. 예를 들어 '침대에서 일어날 기운이 없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나는 침대에서 일어날 만큼의 신체적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나는 당연히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다.'라고 씁니다. '나는 실패작이야'라는 생각에는 '내가 원하면 성공적인 일들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가끔 라면을 맛있게 끓인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나는 우울하고 따분하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패작이라고 꼬리표를 붙이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실패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적는다. 그리고 합리적인 답변을 쓴 후에 어떠한 행동을 취했다면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도 적어 봅니다.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습니다. 요점은 자신의 부정적인 생각들을 기록해서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겁니다. 부정적인 생각들을 기록해서 글자화 시켜서 보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을 떠다니며 정신을 오염시키는 이런 생각들을 객관화해서 얼마나 합리적이지 않은지 깨달을 수 있습니다. 


4. 즐거움 예측 기록

무력감에 빠지면 어떤 일을 해도 즐겁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생각을 시험할 수 있는 방법이 즐거움 예측 기록입니다. 즐겁거나 도움될 수도 있는 일들을 적어보고, 이 활동들이 얼마나 즐거울지 1에서 100까지 숫자 중 즐거움 예측 점수를 매겨 봅니다. 그리고 이 활동들을 실제로 해보고 나서 얼마나 즐거웠는지 실제 즐거움 점수를 씁니다. 친구들과 밥을 먹는 것 일 수도 있고, 미술관에 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방법은 특히 외로움에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입니다. 외로움에 고통받는 사람들은 종종 자신은 혼자이기 때문에 무엇을 해도 즐겁지 않을 거라고 예측합니다. 같은 밥 먹는 일이라도 타인과 먹는 게 훨씬 즐거울 거라고 예측하게 됩니다. 그러나 혼자서도 타인과 밥을 먹을 때처럼 예쁘게 식탁을 차리고 맛있는 요리를 정성스럽게 해서 먹으면 홀로 즐기는 식사도 즐겁습니다. 어떤 활동을 타인과 함께도 해 보고 혼자서도 해 보면서 즐거움 예측 점수와 실제 즐거움 점수가 얼마나 다른지 확인해 보면, 혼자 하는 활동이 생각보다 즐겁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5. 핑계 반박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핑계를 대는 자신을 발견하면 그걸 적고, 그 핑계에 대한 반박도 적습니다. 예를 들어 '쓰레기를 버려야 하지만 하기 싫어'라는 생각이 든다면 '일단 버리려고 봉투를 묶고 나면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닐 거야. 그리고 버리고 나면 훨씬 기분이 좋을 거야'라는 반박을 합니다. '그렇지만 너무 귀찮아'라는 생각이 든다면 '30초면 쓰레기를 들고 밖으로 나갈 수 있고 갔다 오면 전혀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거야'라고 반박합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핑계를 계속 반박합니다. 


6. 스스로를 감싸주기

무력감에 빠지면 무언갈 해도 소용없다거나, 자신의 성취는 아무것도 아니라거나 하는 생각이 들기 쉽습니다. 이럴 때 자신을 깎아내리는 생각들을 적어보고 그 생각들에서 스스로를 감싸주는 반박을 씁니다. 예를 들어 '내가 방금 한 설거지는 아무것도 아니야. 누구나 이런 설거지쯤은 할 수 있어'라는 생각에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힘을 내서 한건 잘한 거야'라고 감싸줍니다. 또, '어차피 또 더러워질 텐데 설거지를 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어'라는 생각이 든다면, '더러워진 게 아니고 사용한 거야. 씻어서 다시 사용하는 게 애초부터 목표였으니 목표 달성을 한 거야.'라고 반박합니다. 


7. 두려운 일을 잘 해내는 상상

하기 두려운 일을 잘 해내는 상상을 매일 합니다. 예를 들어 친구를 만나는 일이 두려웠다면,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밥을 먹고 있는 자신을 매일 상상합니다. 그러고 나서 실제로 친구를 만나봅니다. 두려운 발표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속 연습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연습만큼이나 매일 자기 전에 즐겁게 발표하는 상상을 하면 큰 도움이 됩니다. 


8. 쪼개기

쪼개기는 무력감에 아주 도움되는 도구입니다. 할 일이 많아서 두렵다면 그 할 일을 쪼개서 나온 조각 하나만 합니다. 혹은 시간을 쪼개서 정해진 시간에만 그 일을 합니다. 예를 들어, 집안일이 너무 많아서 부담스럽다면 하루에 30분만 집안일을 하고 남은 시간엔 더 즐거운 다른 일들을 합니다. 집안일이 완벽하지 않아도 30분이 지나면 손을 딱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생각이 너무 많아서 해야 할 일을 할 수 없다면, 시간을 쪼개서 3분 동안 해야 할 일을 하고, 1분 동안 생각을 하기를 반복합니다. 스스로에게 생각하고 상상할 시간은 주면서 해야 할 일도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9. 강제적 생각 바꾸기

'꼭 이 일을 해야만 해' '나는 학생이니까 공부를 해야 해'와 같은 강제적 생각에 대한 반발심이 들 때,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즉시 '해야만 해서 하는 게 아니라 하면 나한테 도움이 돼서 하기로 선택한 거야'라고 생각을 바꿉니다. 





개인적 생각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들은 모두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전부 머릿속에 가지고 있었던 생각을 실제로 맞는 생각인지 테스트해보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이성적이고 과학적으로 증명해 보는 것이다. (예측하고 실제로 테스트한 후 증명하는 방법.)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생각의 옳고 그름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힘든데, 그걸 할 수 있도록 많은 방법을 제시해 준다. 그래서 이성적인 사람일수록 이 책이 도움될 것 같다. 또한, 많은 우울한 사람들이 타인에게는 관대하면서 자신에겐 그렇지 못하다. 타인이 무력감에 시달리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이 무력감에 시달리면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야'라고 생각해 버리는 식이다. 그런 생각들을 기록해서 객관화하면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틀렸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물론 여러 '기록'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특히 무력감에 시달리는 사람이 기록을 시작하기까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럴 때는 기록하는 과정을 잘게 쪼개서, 오늘은 문방구에 가서 노트와 펜을 사는 것만 하고, 내일은 무엇을 기록할지 조사하고 생각해 보고, 생각할 거리가 남았으면 그다음 날에 구체적인 기록 계획을 세우고 (다음날 내용을 채울 표를 먼저 그려 놓는다거나), 그다음 날부터 기록한다는 식으로 잘게 쪼개서 하루에 하나씩 해치워도 좋을 것 같다. 


어떤 일을 잘게 쪼개는 건 내가 자주 쓰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나는 다음날 헬스장에 한번 방문해 보기로 마음먹었고 딱 그것만 했다. 운동은 그다음 날부터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떤 날은 운동하지 않고 다음날 할 운동 계획만 세우기도 했다. 


지금은 부지런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나도 무력감에 빠져 있을 때가 종종 있었다. 대학에 다닐 때는 새벽 6시까지 침대에서 노트북을 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다음 날 오후 서너 시에 일어나서 배달음식을 시키고 또 노트북 보기를 반복하며 10킬로씩 살이 쪘고 수업도 가지 않고 공부도 하지 않으니 당연히 성적도 형편없었다. 지금은 무력하게 있는 날이 거의 없는데 이렇게 되기까지 여러 도구를 동원했지만 그 모든 도구들의 본질은 모두 '일단 행동하고 보기'라고 간추릴 수 있다. 관성의 법칙은 엄청나서 멈추어 있으면 계속 멈추어 있고 싶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싶어 진다. 핵심은 무언갈 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몸부터 움직여 보는 것이다.


지금은 굵직한 목표를 정해서 그에 맞는 루틴을 짠다. 요즘 매일 신경 써서 되도록이면 하려고 하는 것들은 운동, 자세 교정, 중국어, 감사하기, 글쓰기, 뉴스 보기 등이 있다. 이렇게 나열하면 대단해 보이지만 운동은 스쾃 단 1개 만을 해도 운동으로 치고, 뉴스는 한 줄만 읽어도 읽었다고 친다. (그런데 보통 시작하면 더 하고 싶어 져서 더 한다.) 이 것들을 표로 만들어서 매일 했는지 안 했는지 기록한다. 물론 하지 않는 날들도 있다. 하지 않아서 안 했다고 기록하면서도 '운동은 내가 꾸준히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에 박이게 된다. 생각이나 행동을 기록화해서 돌아보면 자신의 시간에 통제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기록하기'가 모든 루틴들 중 어머니 루틴 격의 최고의 습관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어릴 때는 앉아서 만화책 보는 것만 좋아하고 화장실 가는 것도 귀찮아할 정도로 게을렀고 나 자신을 '게으른 사람'으로 여겼었지만 세상에 '게으른 순간들'은 있어도 '게으른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뭐든지 하면 된다. 앞으로 무력감을 느낄 때가 찾아온다면 이 글을 다시 읽고 무력감을 떨칠 계획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력감의 원인에 대한 오해와 진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