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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준희 May 06. 2021

비판에 대처하는 현명한 자세

*본 글은 CBT(Cognitive Behavioral Therapy) 심리학자 David Burns 박사의 Feeling Good 책에 근거하여 작성했습니다. 


비평은 왜 우리의 감정을 상하게 할까?


아무리 심리학자라 할지라도 비판에는 취약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비판에 대처하기란 생각보다 쉽습니다. 비판을 받고 감정이 상하는 현상을 잘게 쪼개서 보면, 먼저 비판을 받고, 그다음에 그 비판을 머릿속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따릅니다. 감정이 상하는 시기는 비판을 받았을 때가 아니라 비판을 머릿속으로 해석할 때 일어납니다. '이 비판은 내가 얼마나 형편없는 사람인지를 대변해' 혹은 '저 사람은 왜 나에 대해 틀린 말을 하는 거지?'와 같은 생각이 감정을 상하게 합니다. 예를 들어 타인이 '넌 정말 게을러'라고 한다면 '나는 내가 게으르게 행동할 때 스스로가 형편없다고 느끼는데 저 사람은 나를 형편없다고 생각하는구나'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믿는 경우)라고 생각해서 기분이 나쁠 수도 있고 혹은 '내가 그리 게으르지도 않은데 왜 틀린 말을 하는 거지?'라고 생각해서 기분이 나쁠 수도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반응은 모두 현명하지 못합니다. 


1. 자신을 향한 비판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는데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믿는 오류


타인이 반드시 사실만 말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잘못된 생각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이 잘못된 지적을 했다면, 그건 그 사람의 잘못이지 자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사실 누구나 실수를 하니 그 사람도 그다지 잘못했다고는 할 수 없기도 합니다.


2. 지적당한 부분이 고칠 수 없는 자신의 일부라고 단정 짓는 오류


비판이 사실이라고 해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고칠 가치가 있는 문제인지, 가치가 있다면 고칠 수 있는 문제인지 판단하고 고치면 끝나는 간단한 문제입니다. 사실이라고 해도 때로는 고치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고, 잘못된 걸 고치려고 모든 에너지를 낭비하면 정작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할 시간이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비평에 대처하기


1. 질문

비평을 받으면 정확히 어떤 부분을 비평하는 건지 여러 질문을 하면 좋습니다. 더 구체적인 문제에 다다르기 위해 계속 질문하고 나면 상대가 정확히 어떤 부분을 짚고 싶은 건지도 알 수 있고, 상대가 자신을 비난하게 둠으로써 상대의 화난 감정을 누그러트리기도 합니다.


환자: 번스 박사님, 당신은 정말 별로예요. 

번스: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 거죠?

환자: 박사님이 하는 말이랑 행동 전부 다요. 당신은 자기중심적이고 무능하고 둔감해요.

번스: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요? 제 어떤 행동이 자기중심이었나요? 제가 어떤 둔감한 말을 했나요? 

환자: 저번에 상담 시간을 바꾸려고 전화했을 때 짜증 난 목소리로 급히 말했죠. 마치 환자의 상태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요.

번즈: 아, 제가 짜증 나고 급하게 말했군요. 또 어떤 행동들이 문제였나요?

환자: 상담 끄트머리에 빨리 끝내고 싶다는 듯 항상 급해 보이죠. 당신은 내 돈만 원해요.

번즈: 제가 급히 마무리짓는 것 같아서 당신의 돈에만 관심 있는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군요. 또 제가 뭘 했나요? 다른 문제 행동들을 기억해 낼 수 있나요?


2. 공감

비판하는 상대를 무장해제시키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가 하는 말들 중 사실인 부분을 찾아 수긍하는 겁니다. 이전 대화를 예를 들면 공감하는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맞아요. 상담 시간을 바꾸려고 전화했을 때 급하게 처리했어요. 아마 당신에게 관심 없는 것처럼 보였을 것 같아요. 당신의 감정을 상하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어요. 그리고 상담이 끝나갈 때 다음 상담을 신경 쓰느라 급했던 것도 아마 맞을 거예요. 다음부터는 상담 시간을 30분이나 15분 정도 늘려보면 어떨까요?" 상대가 하는 비판이 완전히 틀렸어도 공감할 수 있는 작은 부분이라도 찾으면 됩니다. 단, 비꼬아서 이야기하지 않고, 방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또한 항상 사실만 말해야 합니다. 


환자: 당신은 정말 형편없어요.

번즈: 나도 그렇게 느낄 때가 많아요. 많은 실수를 하죠.

환자: 당신의 상담법 Cognitive Behavioral Therapy 이거 완전 효과 없어요.

번즈: 충분히 개선의 여지가 있을 수 있어요.

환자: 그리고 당신은 멍청해요.

번즈: 많은 사람들이 저보다 똑똑하죠. 제가 아주 똑똑한 편은 아니에요.

환자: 당신은 환자들한테 아무 감정이 없어요. 당신은 가식적이에요.

번즈: 의도한 건 아닌데 때때로 잘 공감하지 못하고 감정 없어 보이게 행동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환자: 당신은 심리학자도 뭣도 아니에요. 이건 전부 시간낭비고 당신은 사기꾼이에요.

번즈: 제가 무능해 보인다니 유감이군요. 아주 언짢으시겠어요. 함께 일하는 과정에 신뢰가 안 가시겠어요.


이런 식으로 대화하면 비판자는 감정이 가라앉기 마련입니다. 상대가 모든 공격에 어느 정도 수긍해버리면 공격할 수 있는 총알이 떨어지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이런 화법을 연습하기 위해 친구에게 비판자 역할을 맡아달라고 부탁하고 비판에 일부 수긍하는 연습을 해보면 좋습니다. 비판을 받아들이는 건 처음엔 누구에게나 힘들 수 있는 과정이지만 연습하면 좋아집니다. 보편적으로 비판을 받으면 방어적으로 응대하게 되는데 그러면 안 되는 이유는 공격이 먹히는 것 같아서 비판자의 비판 강도가 더 세질 수 있어서 대화가 더욱 격양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비판자에게 경청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면 더 이상 비판하기 힘들어집니다. 


3. 협상

협상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자신의 의견을 말하되 틀릴 수도 있다는 말을 덧붙이면 좋습니다. 상대에게 틀리다거나 나쁘다는 꼬리표를 붙이는 건 삼가야 합니다. 상대가 틀렸다고 해도 상대가 나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사람은 모두 완벽하지 않고 실수를 합니다. 상대도 그저 이 부분에서 한번 틀렸을 뿐입니다. 다음의 대화에서 번즈 박사의 화법은 상대가 틀리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틀릴 수도 있고, 또 자주 틀리다는 걸 강조함으로써 혹시 환자가 틀린 게 큰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화법입니다.


환자: 서류 작업 좀 똑바로 하세요. 이미 상담료를 냈는데 왜 상담료를 또 청구한 거예요?

번즈: (번스 박사는 환자에게 상담료를 받지 않은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다.) 제 서류 작업이 틀렸을 수도 있겠군요. 제가 잘못 기억하는 걸 수도 있지만 혹시 그날 집에 수표를 놓고 오시지 않으셨었나요? 제가 다른 날이랑 헷갈렸을 수도 있어요. 저는 가끔 이런 부분들을 틀리기도 하거든요. 제가 일처리를 잘 못할 때가 있단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런 일이 일어나도 크게 감정이 상하지 않게요. 한번 집에서 수표를 확인해 주시겠어요?" 



4. 취향 차이


만약 논쟁이 취향의 차이로 인한 논쟁이라면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상대의 취향을 존중하지만 자신의 취향을 따르겠다고 말하면 됩니다. 때때로 이런 대화는 무한 반복되는데 상대가 지칠 때까지 자신의 취향을 되풀이하면 됩니다. 


환자: 상담할 때 박사님이 항상 정장 차림으로 오는 거 너무 불편해요. 옷을 좀 더 편하게 입으세요. 

번즈: 제 정장 차림이 좀 딱딱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네요. 제가 옷을 좀 더 편하게 입으면 좀 더 편한 마음을 가지실 수도 있겠고요. 그런데 저는 대부분의 환자들과 대면하는 데 있어서 정장 차림이 가장 좋다고 판단해서 계속 이렇게 입을 생각입니다. 제 이런 차림이 환자분께 큰 불편함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5. 비판적인 청중을 대하는 법

간혹 청중 앞에서 연설이나 발표를 할 때 비판적인 청중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번즈 박사는 1. 비판하는 청중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2. 청중이 언급한 부분에 대해 더 연구가 필요한 것 같으니 계속 연구하고 조사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3. 발표가 끝나고 나서 더 대화를 나누자고 제안합니다. 번스 박사가 이렇게 대처한 후 많은 비판하던 청중이 발표 후에 찾아와 너무 좋은 발표였다고 감사를 표했다고 합니다. 




비판을 받았을 때 감정적으로 나오거나 방어적으로 응대하면 일시적으로는 기분이 좋을 수 있으나 상대와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심각한 건 상대와의 악화된 관계가 스스로의 마음을 괴롭게 할 수 있습니다. 비판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한번 연습해 두면 도움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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