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서 딱 상대방이 하는 만큼만 돌려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항상 더 많이 가져가려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조금씩 손해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항상 뭐라도 하나 챙겨주려고 하고, 주변인들이 잘되길 바라고, 바쁘더라도 지인에게 급한일이 있으면 시간을 내서 이야기를 들어준다던지, 동료의 밀린 업무를 함께 남아서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조금씩 손해 본다는 말을 다르게 하면 조금 더 베푼다는 말이다. Adam Grant의 책 <Give and Take>에서 저자는 더 많이 베푸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Giver (주는 사람)라고 칭한다. 더 많이 가져가려는 사람은 Taker (가져가는 사람), 그리고 받은 만큼 하는 사람은 Matcher (대등한 사람)이라고 칭한다. 그리고 이들의 삶이 어떤지를 관찰한다.
결과적으로 가장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 중 Giver들이 가장 많다고 한다. Giver들이 남의 성공을 돕는데 이용당하고 자신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건 논리적으로 충분히 말이 된다. 실제로 주위를 둘러보면 남을 이용하는 성향을 가진 Taker들이 흔쾌히 이용당해주는 Giver 들을 귀신같이 알아보고 들러붙어 착취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착한 사람만 골라서 애인으로 만들고 조종해서 자신에게 맞추게 하는 경우가 그렇고,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을 골라서 감정 쓰레기통으로 삼는 경우도 그렇고, 묵묵하고 성실한 부하직원을 착취해서 성과는 오롯이 자신의 몫으로 가져가는 경우도 역시 그렇다.
그래서, 조금씩 손해보고 조금 더 베푸는 게 나쁘기만 할까? 그건 아니다. 가장 성공한 사람들 중에서도 Giver들이 가장 많았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함께 일해보고 자주 부딪치는 사람들은 누가 Giver 인지, Taker 인지, Matcher 인지 언젠간 알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에게 손해를 입히는 사람이 망하길 바라고 자신에게 베푸는 사람들이 성공하길 원한다. Giver 들의 주변인들은 Giver들이 성공하길 원하고 도와주고 응원해주고 그게 그 Giver의 신뢰도 높은 명성이 된다. Taker 들은 일을 단면적으로 보면 성과가 더 높을지 몰라도 주변인들은 그들이 성공하길 바라기는커녕 고꾸라지길 바란다. 단, 성공한 Giver 들은 실패한 Giver 들과는 다르게 남들의 자잘한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자신의 일을 뒷전으로 두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었다. 하루에 여러 번 시간을 뺏기고 일의 흐름을 망치며 자잘하게 남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한번 도와줄 때 깊게 집중해서 크게 도와주었다. 이들은 길게 보면 더 성공할 뿐만 아니라 대인관계도 좋고 수명도 더 길다고 한다.
조금씩 손해 보는 사람은 또 상대의 성향을 빨리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먼저 돈을 내면 다음에는 반드시 자신이 사려고 하고 다른 방법으로 어떻게든 더 챙겨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배고플 때 ‘밥 잘 사주는 사람’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경우 돈을 잘 내는 사람은 Giver, Taker, Matcher를 금방 구분할 수 있다. 물론 구분은 할 수 있어도 솎아낼 수 있기까지는 주변의 Taker 들로 인해 홀로 고민하고 속끓이고 연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손해보는 성격, 더 베푸는 성격엔 문제가 없다. 다만 잘해주고 싶고, 잘해주면 기분이 좋은 사람들에게 중심적으로 잘하면 좋은 사람만 남게 되는 것 같다. 마음껏 잘해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잘하면 오히려 스스로 더 큰 만족과 행복을 느낄 수 있어서 삶의 만족도도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