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 복리의 마법을 느꼈다면 2021년에는 돈의 덧없음을 느꼈다. 먼저 고백하자면 나는 암호화폐를 투기로 치부하고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눈과 귀를 닫은 채로 오래 외면해왔다. 그런데 2020년, 2021년을 걸쳐 이제는 암호화폐에 대한 지식 없이 뉴스를 읽으면 50%밖에 이해할 수 없었고 어느새 새로운 것에 대해 공부조차 하지 않는 내 마음가짐이 바로 언젠가 도태로 가는 지름길이란 걸 깨달았다. 그리고 세상이 변화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화 중에는 이해할 수 없지만 변하고 나서 골똘히 생각해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합리화시키게 되는데, 나는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였던 것 같다. 그 사이에 블록체인 기술은 더 발전해서 활용도도 높아졌다.
뒤늦게 2021년이 되어서야 암호화폐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아직은 도박장과 비슷한 NFT도 사고팔아 보면서 돈을 노동으로 벌려면 꾸준함이 필요하지만 굴리는 건 정말 막 굴릴 수 있단 걸 알았다. NFT를 사서 가격이 8~9배를 널뛰는 경험도 해 보면서 노동으로 계산하면 큰 가치가 있는 돈을 장난처럼 벌고 잃는 게 황당하기도 하고 매력적이기도 해서 우려과 희열을 동시에 느꼈다. 개인적으로 투기성이 높은 알트코인이나 NFT로 돈을 벌기가 주식으로 돈을 벌기보다 훨씬 쉽다고 생각한다. 주식 같은 경우 버블이 있다고 해도 기업의 손익과 보편적으로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기준이 있기에 버블이 한없이 커지는 게 불가능하지만, NFT의 경우 순전히 사람들의 마음으로 가치를 측정하기 때문에 나보다 더 많은 돈을 낼 의향이 있는 사람을 찾기만 하면 된다.
아직까지는 이런 식으로 자산을 불리는 게 신나기보다는 불편한 마음이 크다.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마음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그 시장은 투기 색이 짙다. 나는 일확천금보다는 노동을 기본으로 두고 그 위에 재테크를 장기 투자부터 쌓아 올리는 천천히 제대로 버는 투자 스타일을 선호한다 (이제 더 이상 제대로 버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부동산을 유지 보수하는데 드는 비용 같은 것도 꼼꼼하게 가격을 알아보고 비교해 가면서 100만 원이라도 절감하려 해왔었다. 그런데 가상화폐와 NFT를 사 보면서 마치 게임머니 쓰듯이 거래를 해 보고 돈을 장난처럼 다뤄보고 나니 돈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450만 원이라고 생각하면 'X시간 일한 노동의 가치' 혹은 '햄버거 900개' 이런 식의 연상이 되는데 450만 원과 같은 가치를 가진 '1 ETH'는 게임에서 '1 골드' 쓰듯이 아무 생각 없이 쉽게 클릭해 버리게 되었다. 이렇게 가상의 것에도 쉽게 자산을 묶어두는데 하물며 집의 수도시스템 같은 실용성 높은 현물에 투자할 때는 아끼려 하지 말고 오래가는 높은 질의 것에 과감하게 투자해야겠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아직도 보수적으로 전통적인 투자 방식으로 자산을 불리고 싶은 마음과, 세상이 바뀜에 따라 투자 방식도 진화해야 한다는 마음이 대립하고 있다. 확실한 건 '이 방법만이 옳은 방법이다'라는 고집스러운 마음이 한풀 꺾였다.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일수록 알아보고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더불어 내가 대학을 졸업했을 때만 해도 대부분의 또래들이 투자에 관심이 없었지만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은 지금은 그 나이대의 사람들 중 50% 이상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환경에서 그들이 투자에 대해 가지게 될 개념은 내가 가진 시각과는 많이 다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