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속물

모든 곳에 퍼져 있는 돈의 영향 속에 행복할 수 있는 방법

by 세준희

만나는 거지, 연애는 아니야.

친구 A가 저와 저녁 약속을 잡으면서 누굴 데리고 와도 되냐고 물었습니다.


만나는 앤 데, 여자 친구는 아니야.

이런 관계는 친구들 사이에 종종 있는 경우여서 서로 가볍게 만나는 관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여자분을 뵙고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의아했습니다. 헐렁한 스트릿 룩을 입고 나타난 그녀는 털털한 태도와 상반되게 외모는 아주 여성스러운 우윳빛 피부의 미인이었습니다. 심지어 대학을 갓 졸업한 7살 연하였고 A가 자신에겐 "첫 남자 친구" 라며 얼굴을 붉혔습니다. 전 왜 친구가 썩 괜찮아 보이는 그녀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지 의문이었습니다. 며칠 후 그녀가 왜 '만나는 애' 일 수밖에 없는지를 알았습니다.


착하지? 그런데 진지하게 만나는 일은 없을 거야. 집에 돈이 없어.

난 돈을 많이 벌고 싶지는 않아. 그렇지만...

"착하지? 그런데 진지하게 만나는 일은 없을 거야"라고 하는 A의 얼굴도 밝아 보이진 않았습니다. '만나는 애' 뿐이라고 했었던 그녀를 1년이 넘게 만나는 걸 보면 A도 그녀에게 가벼운 마음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항상 "난 돈을 많이 버는 것엔 별로 관심이 없어. 즐기면서 살고 싶어"라고 했던 A였지만 그는 돈때문에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습니다.


주위의 많은 커플들도 돈때문에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습니다. 4년 사귄 돈 없는 남자 친구와 결혼하지도, 헤어지지도 못한 채 결혼할 만한 사람을 찾아 바람 피우는 B, 중산층 여자 친구와 사랑에 빠져서 5년을 만났지만 어쩔 수 없이 결혼은 집안에서 맺어준 사람과 한 상속자 D, 능력 있지만 못된 남자 친구와 결혼하기 위해 하대와 홀대를 받으며 비참함을 감내하는 C, 자신의 스펙으론 결혼하겠다는 여자가 없을 거라며 인조이 상대만을 찾는 E, 바쁘고 부유한 부모님을 원망하고 자본주의를 경멸하면서도 부모님과 비슷한 경제력을 가진 연애 상대자만을 찾느라 스트레스 받는 F....


하나같이 불행한 것 외에도 이 모든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모두 "난 돈을 많이 버는 것엔 크게 관심이 없어"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모두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겠지만 진실된 사랑을 하는 대신 스스로의 감정을 속일 만큼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돈을 좋아하고 돈 이야기를 하는 걸 천박하게 생각하는 인식이 있습니다. '돈돈하지 마' 혹은 '돈 많이 벌어서 뭐해'라는 말은 참 흔한 말입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돈, 하면 과시성 소비를 떠올리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돈을 과시성 소비에 국한해서 생각하는 것은 편협합니다. 모든 자유는 경제적인 자유를 기반으로 하고 돈은 자유와 진심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유는 사랑할 자유도 포함합니다.


사회, 가족, 학교 모두 '더불어 사는 세상이니 어쩔 수 없어' 란 허울로 개인을 제약합니다. 그런데 그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름다운 화합을 위해서 라기 보단 사회에 생존을 기대고 있기 때문에 제약에 따를 수밖에 없을 때가 많습니다. 사회에 생존을 기대도 되지 않을 만큼 자급자족할 개인의 능력과 재력을 키우면 '결혼해도 좋을' 사람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고, '비전 있는 분야' 대신 공부하고 싶은걸 마음껏 공부하고, 시키는 일 대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돈을 쫒는 것이 천박하다는 인식 때문에 결혼하기 전부터 재산을 모으고 불리는데 집중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고 결과적으로 자립심을 키우기 힘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을 할 때도 돈의 제약을 받게 됩니다. 또한 결혼하고 나서 필요에 의해 등떠밀리듯이 마지못해 돈을 벌기 때문에 돈 버는 것에 더욱 반발심을 느끼기 쉽습니다. 이렇게 돈에 대한 악감정이 무한 반복 됩니다. 돈을 등한시 하면서도 돈 때문에 진실성을 내려놓는 것보다는 오히려 돈을 꼭 필요한 중요한 가치로 인정하고 곁에 두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우리가 더 행복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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