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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준희 Mar 09. 2020

자신과 친구가 되는 혼자 있는 시간

혼자 보내는 시간 동안 자아를 찾다 

우리는 사회에 섞여 살면서 사회의 일원으로써 활동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특히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면 혼자 있을 시간이 많이 없어서 자신과 독대할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합니다. 운이 좋게 저에게는 자신과 독대할 시간이 있었습니다. 대학생 때 아무 연고가 없는 도시에서 2달 동안 인턴생활을 했을 당시에 여러 심적으로 힘든 일들을 겪고 있어서 2달 동안 생각을 정리하고자 인턴 동기들과 호의적이되 가까이 지내지는 않고 철저히 혼자 행동하며 스스로를 직면했습니다. 



나 자신과 친구 되기

자주 카페에서 일기를 쓰거나 미술관을 거닐면서 걷기 명상을 했습니다. 예전엔 고민이 있으면 남에게 털어놓고 조언을 구했었는데 대신 스스로 일기를 쓰면서 탐구해 보니 저에게 더 맞는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스스로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면서 새로운 걸 배웠습니다. 저는 아무 곳에도 섞이지 않아도 즐거울 수 있었습니다. 꾸밈없는 자신으로 있으면서 편안했고 앞으로도 어떤 커뮤니티에 속하거나 동화될 필요가 없이도 행복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남들이 "뭘 그런데를 가, 뭘 그런 걸 해"라고 할지라도 앞으로는 한번 사는 인생, 타인의 시선은 상관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에 사람이 나 혼자라면? 그래도 나는 지금의 나일까? 

전혀 남을 배려할 필요 없이 내 마음대로 산다면 나는 어떤 사람일까 생각했습니다. 제가 어디에 가서 무얼 하던, 누구와 친구가 되고 누굴 사귀던 제가 아는 누구도 그 사실을 모른다면 저는 어떻게 살고 싶을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사람을 사귀는 패턴, 사람 간에 지키는 선, 만나는 사람, 가는 곳, 먹는 음식, 하는 생각, 태도, 이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재점검하면서 진정으로 나 다운 것으로 초기화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나의 안전지대는 정말 안전할까? 세상에 나 하나라면? 

2달 동안 다른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했습니다. 제가 하기 꺼려지는 일이라도 새로운 일이라면 해보지 않아서 두려운 걸 수도 있으니 일단 해봤습니다. 예전엔 밖에 혼자 있는걸 두려워했었는데 처음엔 혼자 식당에서 밥 먹기로 시작해서 혼자 클럽도 가고, 혼자 봉사활동도 가고, 근처에 있는 도시로 주말에 혼자 여행을 가기도 하고, 연인들끼리만 갈 법한 야경이 보이는 멋진 식당에서 혼자 식사하기도 했습니다. 


혼자 다니는 것뿐만 아니라 예전엔 지인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두려워했을 법한 심리적 안정 지대를 벗어나는 일들도 했습니다. 평생을 보수적인 이성애자로 살면서 클럽도 거의 가본 적이 없을 만큼 잘 놀지 못하고 내성적인 제가 LGBTQ (성소수자) 클럽에도 갔습니다. 거기서 성소수자들이 무대에서 마음껏 끼를 발산하면서 스스로를 표현하는 것을 보고 스스로를 내 보일 용기가 없는 스스로를 반성하며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외에도 평소엔 절대 하지 않았을 클럽에서 만난 친구들과 밤새 놀면서 그 친구들의 숙소에서 자고 오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과 대화 끝에 친구가 되고, 평소라면 입지 않을 특이한 옷들을 사서 입고 다니기도 하고, 가끔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기도 했습니다. 혼자 즐기고 있는 그 순간을 문득 사진으로 남기고 싶을 때는 모르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제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이럴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나 자신의 한계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느꼈습니다. 




'혼자 있을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라고 하면 참 이상한 문장이지만 그 시간 동안 전 스스로와 친구가 되었습니다. 불안했고, 우울했고, 스스로에게 고민하고, 조언하고, 격려하고, 고민을 해결하고 성숙하고 발전했습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수 있는 시간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긴 여행에서 깨달음을 얻고 오는 것도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일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젠 거의 10년 전이 되어 버렸지만 그 혼자 보낸 시간은 그 후의 10년 동안 제 인생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훨씬 자유로워졌고, 자존감이 높아졌고, 더 자신의 길을 갈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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