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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준희 Mar 12. 2020

혹시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하시나요

노력만 하면 완벽할텐데 

'나는 노력하지 않아도 잘해'라는 생각을 언젠가 가졌었고,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봐온 결과 그 생각은 개인의 발전에 너무나 해로운 걸 넘어서 가장 해롭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를 갉아먹는 이 생각은 어린시절 집과 학교에서 시작됩니다. 우리 모두 학교에서 시험을 보기 시작하면서 '머리 좋음'에 대한 비교를 시작하게 되기 때문일까요? 머리 좋은 아이는 시험과 시험을 반복하면서 자신이 특별하단 걸 알게 될 거고 남들만큼 노력하지 않아도 좋은 결과가 있음에 기분이 좋을 거예요. 그리고 그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난 특별해'라는 생각이 조금씩 싹트게 될 거예요. '난 특별해'라는 생각 자체에는 문제가 없어요. 그러나 '난 특별해'라는 생각이 '나는 남들만큼 노력하지 않아도 남들보다 잘해'라는 자만심과 노력을 등한시 하는 생각으로 발전했을 때 문제가 시작됩니다. 


'머리가 좋은데 노력을 안 하는 아이'는 살면서 두 가지 나쁜 상황을 만나게 됩니다. 누구나 한 번은 뒤쳐지게 되기 마련입니다.  뒤쳐지지 않으려면 세계 최고가 되어야 하는데, 머리가 좋고 노력을 안하는 사람은 최고가 될 수 없습니다. 최고란 타인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 사람만이 될 수 있거든요. 머리좋은 아이들은 뒤쳐짐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합니다. 교육 시스템에 따라 뛰어난 학생들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면서 점차 더 뛰어난 '정예' 학생들로만 둘러 쌓이게 됩는데 이 시기는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혹시 중간에서 탈락한다면 한동안 낙담하겠지만 더 이상 '나는 남들만큼 노력하지 않아도 남들보다 잘해'라는 생각을 하기가 힘들어 지기 때문에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명문 대학교까지 가게 된다면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노력하지 않아도 남들보다 잘해'라는 생각이 깨지지 않고 자아에 뚜렷하게 각인된 상태로 결국 사회에 나가서 현실을 맏딱드리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출신 대학교를 마치 '참 잘했어요' 도장처럼 '이 사람은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참 잘했어요'라는 메시지로 사용합니다. 그러나 여기엔 문제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시험을 잘 봄으로써 측정하는 머리 좋음은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한 머리 좋음과는 다릅니다. 학교에선 지능만으로 성공적일 수 있지만 사회에서는 지혜로워야 하는데, 학교에선 지혜로움을 가르치거나 시험보지 않습니다. 대학을 졸업해서 아무리 좋은 회사에 취직한다고 해도 그 문턱을 뛰어넘은 모든 사람들 중에 가장 말단으로써 생각보다 하찮은 허드렛일이 주어지게 됩니다. 상사들의 태도 또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하는 하대일 것입니다. 자신보다 똑똑하게 보이지도 않는 상사들에게 헛드렛일을 받고 실력을 평가당하는 현실은 평범한 사람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만 머리가 좋은 사람들에겐 더욱더 힘듭니다.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을 가지면 보통 회사에서 일하는 것보단 훨씬 낫겠지만 개업하고 나서는 여느 사업과 같이 고객관리와 영업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지혜로움을 요하는 건 매한가지입니다.  


두 번째 나쁜 상황은 남을 인정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시험을 잘 보는 머리는 타인과 비교해서 측정되는 철저한 비교성 우월함입니다. 머리가 좋아서 타인과 비교해서 우월감을 자주 느껴온 아이는 노력을 부족한 사람들이나 하는 부정적인 것으로 여기게 될 수도 있습니다. 노력하지 않는 습관의 악영향은 어릴 때나 학생 때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시간이 갈수록 노력하는 사람과 그 차이가 점점 더 크게 벌어지게 됩니다. 담배처럼 처음엔 티가 나지 않지만 인생을 후반부에서부터 갉아먹는 해로운 습관입니다.


노력을 터부시 하게 되면 노력한 타인이 잘되는 걸 진심으로 축하해 주기가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지능이 평범한 친구가 노력으로 자신보다 더 좋은 대학교에 가거나 더 좋은 직장에 취직하거나 더 빨리 승진한다면 '정말 잘됐다!'라는 생각 옆에 슬그머니 '내가 노력했다면 충분히 가고도 남을 위치야. 진짜 중요한 건 지능이지.' 하는 부정적인 시기섞인 생각이 스스로를 갉아먹을지도 모릅니다. 항상 재능과 노력의 싸움에서 항상 마지막에 승리하는 것은 노력입니다. 머리가 좋아서 좋은 학교에 다녔다 하더라도 사회 초년생 까지는 출신 학교가 사람을 대변하는 큰 부분으로 여겨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학벌보다는 성취나 업적이 중요해집니다. 그때마다 사람들을 따라다니며 '나는 노력하지 않았지만 사실 머리가 좋아요'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나는 노력하지 않아도 잘해'라는 생각은 자신에게 가장 독이 되는 생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나 해롭습니다. 자신의 발전을 막고, 자신에게 가장 괴로운 무시를 가장한 시기심을 갖게 되고, 또 자신의 현실에 불만족한다면 가장 힘든 건 자신입니다. 자신이 괴로워진다면 머리가 좋은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반면 노력은 배신하지 않습니다. 아무런 업적이나 결과가 없어도 최선을 다했다면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자만심을 가진 사람이라도 언제든지 그 생각을 그만두고 열리고 겸손한 마음으로 배우고 노력한다면 누구나 만족스러운 변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죽는 날 만족스럽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머리가 좋고 우월하냐가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삶에 최선을 다했느냐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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