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추천, 하지 말았어야 했다

오르면 자신이 현명했다고 할 것이고 떨어지면 나를 탓할 것이다

by 세준희

주식 조언은 하지 말아라. 오르면 자신이 현명했다고 할 것이고 떨어지면 너를 탓할 것이다. 투자를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어른들에게 주워들은 말이다. 그런데 정작 누군가 나에게 조언을 구했을 때는 별생각 없이 내가 생각하는 좋은 주식들을 추천하곤 했다. 도움이 되고 싶은 좋은 마음에서 우러나와하는 추천이고 나 또한 투자한 회사를 추천했으니 문제 있겠어? 싶었다. 내 조언으로 돈을 번 지인들도 있고 잃은 지인들도 있지만 주식 추천은 하지 말았어야 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경험을 통해 배운 이유들을 적어 보았다.


대부분의 주식은 망하는 주식

랜덤으로 상장 회사 중 한 회사에 올인으로 투자를 한다면 돈을 잃을 확률이 더 높다. 한국이나 미국의 주식 시장은 창립 이래로 계속 팽창해 왔기 때문에 요즘은 주식에 투자하면 웬만하면 번다는 생각이 있는데 이건 잘못된 생각이다. 주식들이 전부 오른 게 아니라 S&P 중 살아남은 회사들이 오른 것이다. 망한 회사들은 상장폐지로 빠지고 좋은 신예 회사들이 들어와서 적자생존처럼 강한 회사들만 살아남은걸 모아놓아서 강자들이 계속 오른 것이다. 사실은 무작위로 하나의 회사에만 투자한다면 돈을 잃을 확률이 더 높다. 마찬가지로 내가 추천하는 회사가 하락할 확률도 높다.


어느 회사에 투자하느냐보다 중요한 건 사고파는 시기


투자의 귀재 조지 소로스가 지금까지 투자한 회사들을 전부 모아놓으면 그 포트폴리오의 가치는 하락했다고 한다. 그러나 조지 소로스는 실패한 주식은 팔고 성공한 주식은 가지고 있어서 억만장자가 됐다. 조지 소로스가 투자한 회사들 중 대부분도 하락세였는데 내가 선택한 회사들은 아마도 더 열등할 것이다. 중요한 건 사고파는 시기인데 그렇다고 내가 사고팔 때마다 이제가지 조언한 사람들을 다 기억해 내서 나는 팔았다고 통보할 수도 없는 일지 말이다.


회사들의 상황은 계속 변한다


상장회사들과 주식들의 미래는 계속 바뀐다. 조언하는 시점인 지금은 좋지만 미래에는 나쁠 수도 있다. 극단적인 예로 베네수엘라에는 사우디 아라비아를 능가하는 엄청난 원유 매장량이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전 세계가 베네수엘라에 주목했었다. 만약 이 시기에 투자를 하고 있다면 당연히 베네수엘라가 사우디 아라비아를 넘는 경제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을 것이고 석유 관련 산업에 투자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1990년대에 정치, 외교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로 깊은 대혼란에 빠졌고 30년이 지난 지금도 경제 침체는 계속되고 있다. 매장된 석유가 사라진 것도 아닌데 손바닥 뒤집듯 나라가 몰락해 버렸다.


이처럼 당연히 잘될 것 같은 회사들도 세상이 바뀌어서든 경영진이 바뀌어서든 하루아침에 미래가 바뀔 수 있다. 회사 사장이 사기를 쳤다거나 성폭행을 했다거나 하는 정말 어이없고 예측이 불가능한 이유들로 주식이 움직일 때는 정말 난감하다. 간단하게 사장을 바꾸면 해결되는 경우들도 있지만 회복 불가능하게 회사 자체가 망가져 버리는 경우들도 있다. 이럴 땐 바로 어제 희망적으로 생각했던 회사라 해도 하루아침에 바로 팔아야 하는 회사가 될 수도 있다. 조언을 준 입장에선 참 난감한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충분한 공부를 하지 않는다


주식이 오르고 떨어지는 데는 수만 가지 이유가 있다. 분명한 이유로 오르고 떨어지기도 하지만 정말 아무 이유 없이 움직일 때도 많다. 주식 조언은 그 회사가 걸어온 현재까지의 과거 행적으로 하는 것이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조언을 받는 사람들 중에는 회사에 대한 조사를 포함한 충분한 공부를 하지 않고 전적으로 지인의 조언만 믿고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조언하기 전에는 정말 신중해야 하는 것 같다. 주식이 하락할 때마다 조언자에게 왜 떨어졌다고 묻고 결과를 조언자의 책임으로 돌리는걸 많이 봤다. 한 번의 조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그 주식에 대해 업데이트해 주어야 하는 참으로 부담스러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회사보다는 추천하는 사람을 보고 투자한 것이기 때문이다. 예측할 수 없었던 어떤 이유로 회사의 상황이 바뀌면 추천자를 원망할 수도 있다.


나는 항상 좋은 마음으로 추천한 거지만 결과는 항상 좋지만은 않았다. 혹시라도 조언을 하게 된다면 "나는 XX에 투자하고 있는데 모르지 뭐. 나중에 망하게 될 수도." 정도로 가볍게 조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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