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 가벼운 주제가 무거운 주제로 변했다. 몇 달 전 내 애인과 만난 지 4주년을 맞았다. 이럴 수가, 벌써 4년이나 됐나? 처음 만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년이라니. 벌써 거의 만 서른이라니.
서른이라고 하면 젊디 젊은 나이 같지만, 매년 줄어가는 남은 수명을 생각하면 한없이 아쉽다. 80세까지 산다고 하면, 어림잡아 50년 정도가 남았다. 지금은 50년이지만, 앞으로는 40년, 30년, 20년, 10년이 남게 되겠지. 그러면 지금보다 조금 더 아쉬워지게 되겠지.
길게 잡아도 우리가 지금까지 함께해온 시간을 12번만 반복하면
우리의 수명이 끝나는 거야.
많이 남은 거 아닌가?
애인은 내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 중에는 가장 최근에 사귄 친구다. (애인이지만, 친구이기도 하니까.) 내 가장 오래된 친구들인 부모님과의 남은 시간은? 평균수명 80년이면 고작 20년 남짓 남았다. 함께해온 시간을 한 번조차 반복할 수 없다. 마음이 급해진다.
좋아하는 드라마를 시작할 때 아직 에피소드가 많이 남은 것 같지만,
어느새 마지막 편에 이르러 끝이 보이면 아쉬워지는 것처럼
그렇게 어느새 끝나 있다면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마지막 편에 서서 일시정지를 누르고 내 삶을 돌아볼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할까? 평소 삶에 끝이 있단 걸 망각하고 살아간다. 삶은 그저 흘러가는 걸로 여기고 남을 부러워하는 의미 없는 시간, 걱정하는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 순간들이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잊고 그 순간에도 내 수명은 줄어가고 있다는 걸 잊고 산다.
생각 없이 살기에 우리의 삶은 너무나 짧다.
생각에 빠져 살기에도 우리의 삶은 너무나 짧다.
고민하다 목표를 좀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난 60세까지만 살기로 했다. 삶이 60세에 끝난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남은 30년을 50년처럼 후회 없도록 최선을 다해 살고, 그 후의 삶은 덤으로 얻은 감사한 시간으로 여기고 살기로 했다. 이렇게 라도 마지막에 돌아보았을 때 조금이라도 후회가 덜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