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주택 가격 말도 안돼

강남에선 살고 싶지만 주택 매입은...

by 세준희
강남, 판교 아파트 가격 20억대, 용인 아파트 가격 10억대.


아침에 받아보는 한국 뉴스에 온통 부동산 이야기다. 맨하탄도 20억이면 30평 정도 되는 집을 쉽게 사는데, 강남이 맨하탄보다 비싸다고? 이 얘길 듣고 너무 놀라서 찾아봤는데 2018년 기사 왈 강남과 뉴욕 맨하탄의 집값의 평당 가격이 비슷했고, 2019년에는 맨하탄보다 강남이 더 비쌌다.


이런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미국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의 투자자 Monish Pabrai가 어떤 한국 사람에게 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더니 "미쳤어요? 주식을 사게. 돈이 있으면 부동산을 사야죠."라고 했다고 한다. Monish Pabrai는 아마 고개를 갸우뚱했을 거다. Monish가 보기에는 다른 좋은 투자종목이 많은데 한국 사람들은 부동산 투자를 선호한단 사실에, 또 부동산 가격이 비정상 적으로 올랐단 살짝 놀랐다고 한다.


그럼 정말 강남 주택투자는 좋은 투자일까?


나는 전문가도 아니고 한국에 부동산 투자를 하지도 않고 강남에 집을 살만한 자금도 없지만 또 쓸데없이 깊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집을 사는 건 나의 자산을 집이라는 형태의 투자에 묶어놓는 것이다. 나의 자산을 강남에 있는 집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일일까?


과거의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률만 보면 대답은 그렇다 인 것 같다. 인터넷에서 찾은 역삼동 e 편한 세상이라는 아파트를 예로 들면, 18평이 2011년에 7억대였고 지금은 17억대로 거의 2.5배 올랐다. (출처: Hogangnono) 정말 엄청나다. 2011년에 전재산을 아파트 사는데 투자한 사람은 2.5배 부자가 됐을 테니 전재산을 아파트에 쏟아부을 만하고, Monish Pabrai 한테 "미쳤어요? 주식을 사게."라고 할 만하다.


지금도 그럴까? 어떤 투자종목의 가치가 올라갈 때는 정책적인 이유가 있거나, 수요가 늘어나거나, 공급이 줄어들거나 하는 이유가 있다. 딱히 그런 논리적인 이유가 없고 '오를 것 같아서' 오르는 상승을 버블이라고 한다. 앞으로도 가치가 계속 올라가려면 계속 정책적인 이유가 있거나, 수요가 계속 늘어나거나, 공급이 계속 줄어들어야 한다.


인터넷에서 찾은 역삼동 e 편한 세상 월세 가격을 보면, 월세 가격이 2011년 과 2017년에 비교해서 190만 원에서 195만 원으로 6년 동안 월 5만 원 올랐다. 아파트봉이라는 웹사이트에서 실거래가도 찾아봤지만 2011년에 비해 월세가 전혀 오르지 않은거나 다름 없다. 월세 가격은 오르지 않은 걸로 봐서 그렇게 강남에 살고픈 수요가 늘어난 것 같지는 않다. 매매가는 2011년에 7억대였고 2019년엔 17억대로 올랐는데, 연 임대수익은 3%(190만 원 *12달 / 7억) 정도에서 1%(195만 원 *12달 / 17억)대로 떨어졌다.

출처: 조선일보 "아파트 월세로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 2018.02.06
임대 수익률 하락을 보여주는 또 다른 자료


지금은 이런 집에 상당 부분의 자산을 묶어 두는건 좋은 투자라고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아파트 가격은 두배가 됐는데, 아파트를 투자로 본다면 별로 수익이 나오는 자산이 아니다. 아파트로 돈을 버는 방법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임대 수익인데 월세로 내는 임대 수익이 너무 적다. 7억이었던 2011년에 비해서 더 벌지를 못한다. 전세를 놓으면 목돈을 마련할 수 있지만 그건 갚아야 하는 대출 같은 돈이라 아파트의 가격이 떨어지면 큰일 난다. 이 집을 판다고 해도 근처로 이사할 수도 없다. 근처도 전부 올랐기 때문이다. 정말 시세차익을 확보하려면 팔고 집값이 더 싼 외곽으로 나가야 한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이 아파트로 돈을 벌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 아파트가 계속 올라 주기를 기도하는 수밖엔.


강남에 살고 싶은게 목적이면 월세로 사는 게 훨씬 이득이다. 아니나 다를까 전세로 사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월세로 사는 사람들은 늘어났다. 나도 매입할 수 없다면 월세로 살것 같다. 전세가 매매가의 60-70% 정도인데 17억짜리 집이면 전세금이 10억 이상이다. 연 매매가의 1%, 연 2-3천만 원만 내면 17억짜리 집에 살 수 있는데 전세가 10억 가량을 묶어두고 전세를 얻을 필요가 없다. 그 돈 10억을 미국 증시에 넣으면 연 7-8%가 나온다. (7-8천만 원. 앞으로 이것도 어떻게 될 지도 확언할 순 없지만...)


경제 악순환의 주범은 주택 2019.03.26


물론, 강남을 좋아해서 강남에 사는 게 중요하고 자산 중에 20-30억 정도가 집에 묶여 있어도 크게 상관없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자산 대부분을 강남 아파트에 투자하는 건 '앞으로 계속 올라갈 것 같아서'라는 바람 말곤 내 머리론 이해가 안 된다! 나 같으면 차라리 뉴욕에 아파트를 살 것 같다. 뉴욕은 강남과 부동산 가격이 비슷하고, 경제활동이 훨씬 더 활발한 도시이고, 심지어 임대 수익도 더 높다. (세계에서 억만장자들이 가장 많이 산다는 맨해튼도 임대 수익이 3% 정도는 된다.)


아래 차트는 몇 년을 모아야 세계의 도시들에서 평균 가격 주택을 살 수 있는지 보여준다. 서울보다 사는데 오래 걸리는 도시들은 경제가 완전히 망가져 버린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 중국의 엄청난 경제성장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중국과 대만, 유럽 금융의 중심 런던, 그리고 유럽 여가의 중심 파리뿐이다. (또, 파리는 작은 도시여서 주택 자체가 별로 없다. 파리 사이즈는 105 km2 밖에 안된다. 정사각형으로 치면 가로 세로 10km 밖에 안 되는 거리이다. 파리의 둘레를 발로 뛰어도 마라톤 1번 뛰는 거리밖에 안된다. 반면에 서울의 크기는 605 km2. 내가 사는 뉴욕의 크기도 서울보다 작다.) 차트에 따르면 서울에 주택 사기가 뉴욕이나 LA에 주택 사기보다 힘들다. 아시안들이 부동산 소유욕이 강하다는 말을 듣긴 했어도 이해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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