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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준희 Mar 29. 2020

코로나 시대 100% 활용하기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지만

모든 것이 일시 정지되어서 뉴욕은 활력이 넘치는 도시에서 답답하고 작은 감옥이 되어버렸고 모두의 생활이 바뀌었습니다. 저의 생활과 주머니 사정도 마찬가지로 바뀌었습니다. 다니는 직장에선 월급을 감봉했고 투자하고 있는 여러 종목들도 펀드매니저가 담당하는 주식을 제외하곤 전부 악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경미하지만 제게도 코로나 증상이 나타나고 있어서 감염 가능성도 생겼습니다. 미국은 중환자 아니면 병원에 오지 말라고 해서 자가격리 중입니다. 음 1~2주는 할 수 있는 건 없고 걱정은 되고, 발만 동동 구르면서 피폐한 마음으로 지냈었습니다. 그런데 발을 아무리 굴러도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기를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 보고 지인들에게도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연락하기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연락하기 참 좋은 시기입니다. 한국은 하락세이긴 하지만 부모님과 조부모님이 걱정되어서 멀리 한국에 사는 가족들에게 거의 하루 걸러 전화를 하고 있는데 재밌는 이야기 할 것도 없지만 자주 통화하는 것만으로도 부모님이 기뻐하셔요. 평소의 불효에 죄송한 마음이 들었어요. 


서로 사는 게 바빠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에게도 연락을 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한국에 사는 죽마고우가 1달 전에 득녀했다는 좋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친구가 첫 아이를 낳은 것도 모르고 살고 있었네요. 지금은 있던 약속도 다 취소되고 있지만 한달 전에 계획했던 모임도 역시 취소될 뻔 했는데 어제 인터넷으로 진행했는데 실제로 만나진 못했어도 각자 집에서 술을 마시고 안주도 먹으면서 함께 있는 것 같이 즐거웠습니다.


코로나가 끝나면 하고 싶은 일들 생각해 보기

못하는 것들이 많은 시기인 동시에 하고 싶은 일들을 생각해 두기에 참 좋은 시기입니다. 격리가 끝나고 모든 것이 정상화되었을 때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보니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싶고 여유롭게 앉아서 사람 구경도 하고 싶고, 센트럴 파크 같은 붐비는 공원에서 소풍도 하고 산책도 하고 싶습니다.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안 했는데 못하게 되니 그리운 것들이 참 많습니다. 적어두고 격리가 끝나면 꼭 하나씩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미뤄왔던 공부

평소에 배우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미뤄왔던 것들을 배우기에도 최적의 시기인 것 같습니다. 저는 몇 년 동안 배워야지 하면서도 미뤄왔던 회계 공부를 인터넷 강의를 통해 시작했습니다. 요즘은 무료 인터넷 강의도 있고 유튜브에도 자료가 많아서 하루에 얼마만큼 하겠다는 마음을 먹기만 하면 어떤 분야든 배울 수 있는 좋은 세상인 것 같습니다.


독서와 글쓰기

공부와 비슷한 맥락이지만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기에도 참 좋은 시기입니다. 집에 구비해둔 먼지 쌓인 책들도 하나 둘 꺼내놓았고, 없는 책들도 요즘엔 Ebook으로 아무 책이나 사서 읽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저도 스크린보다는 종이책을 선호하지만 꿩 대신 닭이라고 생각하고 참고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창한 글쓰기는 아니지만 생각이 떠오르면 끄적끄적 적어 보고도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좋은 글을 쓰려고 하기보다는 엉켜있는 생각들을 풀어내는 글을 쓰면서 마음도 편해지고 머리가 좀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덜어내기 - 집 정리, 옷장 정리, 가계부 정리

인생의 여러 부분을 정리하기에 좋은 시기인 것 같습니다. 이것저것 정리를 하면서 필요 없는 물건들과 옷들을 덜어내 보니 필요 없는 물건들이 참 많았습니다. 몇 주 동안 집에만 있으면서 쓰고 입는 물건들을 살펴보니 몇 개, 몇 벌 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사람이 사는데 정말 필요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카드 내역서도 천천히 훑어보니 자가격리를 하면서 장 본 것 외에는 거의 구매내역이 없는 걸 보고 평소에 하는 지출도 대부분 꼭 필요하다기 보단 보이고 생각나서 한 지출 같아 보였습니다. 격리가 끝나면 불가피하게 다시 지출이 늘겠지만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보고 싶었던 영화 몰아보기, 원없이 게임하기, 요리 레퍼토리 늘리기 등 생각해 놓았어요. 




너무 우울한 생각에 잠식당하는 시기입니다. 사람을 죽이는 질병이 도니 우리의 인생이 참 짧은걸 사뭇 느낍니다. 이전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살았던것 같은데 이렇게 모든 것이 정지되니 이제야 현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평소에 당연하게 생각하던 건강, 가족, 친구, 그리고 현재를 즐기는 일들이 사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인데 경시하고 살아왔던 것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이 시기 잘 이겨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평소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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