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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준희 Mar 15. 2020

십 년 넘게 해도 하기 싫었던 운동을 즐거운 습관으로

저는 습관 만드는 걸 좋아해서 책 읽기, 재테크, 식습관 모두 습관으로 바꿨지만 운동은 오랫동안 해도 습관으로 만들기 항상 힘들어해서 꾸준히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새로운 전략으로 성공한 것 같습니다. 지난 2달간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했습니다. 앞으로도 하기 싫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이번에 제가 다르게 한 것은 1. 오픈 카톡에 들어갔고 2. 운동시간과 강도를 줄였습니다.


오픈 카톡

반복이 습관을 만들고, 반복하려면 자극이 필요합니다. 그 자극은 스스로일 수도 있고, 주변인일 수도 있고, 책일 수도 있고, 오픈 카톡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책을 1년에 한 권도 안 읽다가 2018년부터 매일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자극을 주기 위해서 책 읽기를 새해 다짐으로 정하고 벽에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아서 매일 보고 자극받았습니다. 이번 운동 습관을 만들어준 자극은 오픈 카톡이었습니다.


오픈 카톡의 존재를 알게 된 후 (오픈 카톡: 모르는 사람들끼리 같은 주제로 소통하는 단체 카톡 - 익명을 쓸 수도 있고 실명을 쓸 수도 있습니다) ‘매일 운동 인증 방’에 들어갔습니다. 매일 사진으로 운동을 인증하는 것 만으로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매일 ‘매일 운동 인증 방’이라는 방제로 카톡이 수백 개씩 왔습니다. 운동 인증도 있고 잡담도 있었지만 어쨌든 ‘매일 운동 인증 방’이라는 글자를 핸드폰에서 자주 보는 것만으로도 운동을 해야 한다는 자기 암시를 할 수 있었습니다.


긍정

또한, 오픈 카톡의 다른 멤버들 역시 매일 운동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중에는 저같이 ‘매일 운동을 하고 싶은 사람들’ 도 있는가 하면 ‘운동이 너무 좋아서 매일 운동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분들은 운동을 너무 좋아해서 운동을 대하는 태도가 정말 긍정 적었습니다. 운동에 대한 정말 긍정적인 기운을 받았습니다.


운동복

매일 사진으로 인증해야 했는데 이 사진들은 셀카일 수도 있고 운동기구일 수도 있었습니다. 몸이 달라지는 것도 기록할 겸 셀카도 가끔 찍었는데 셀카를 찍게 되니 평소에 운동할 때 입는 티셔츠에 운동복 바지 대신 제대로 된 운동복을 갖추어 입고 운동하게 되었습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이 운동복을 제대로 갖추고 운동하는 것을 보면서 뭔가 운동하는 사람이라는 자신감도 얻고 근육이 움직이는 것도 더 잘 보이니 자극을 더 잘 느끼면서 운동하게 되었습니다.


부담 없이

오픈 카톡 외에 이번에 새롭게 한 다른 점은 시간과 무게를 줄인 것입니다. 사실 저는 어릴 때와 사춘기 시절 과체중이었고, 운동과 식이조절로 정상체중이 되었기 때문에 운동과 체중감량의 정석을 따라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체온을 올려주는 웜업 5분, 편안한 것보단 약간 무거운 무게로 근력운동 30분, 유산소 30분이라는 공식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그 강박관념이었습니다. 이런 강박관념은 저로 하여금 운동을 부정적인 것으로 생각하게 했고, 제 체중이 정상 체중으로으로 굳어졌을 때, 더 이상 운동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게 한 것이었습니다. 


부담감에 운동을 싫어했던걸 알고 이번에는 무조건 체육관에 일단 가서 하기 싫으면 10분, 재밌으면 1시간, 자유롭게 운동하고 싶은 만큼 운동했습니다. 무게도 너무 무거운 무게로 하지 않고 딱 편안한 무게로 운동하니 자세도 더 잘 잡히고 자극도 더 잘 느껴져서 근력운동이 재밌었습니다. 횟수도 평소에는 동작별로 15회씩 3세트, 이렇게 정해놓고 했었는데 하다가 하기 싫으면 8개만 하고 그만두기도 하면서 부담 갖지 않고 했더니 싫은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저는 오랜 시간 동안 운동을 즐기지 못했습니다. 재미를 느끼면서도 결국은 몸을 만들기 위한 수단이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즐거운 것보다는 꼭 해야만 하는 것으로 여겼고, 정해진 틀에 스스로를 밀어 넣으니 거부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싫어하던 부분들 (오래 해야 한다는 생각, 무겁게 해야 한다는 생각, 횟수를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수정하니 운동이 훨씬 즐거워졌습니다.


생각해 보니 2018년 독서습관을 들이려고 할 때도 비슷한 수정을 했었습니다. 저는 한글로는 쉽게 독서를 할 수 있지만 선택적 난독증이 있는지 영문 책은 읽기 힘들었습니다. (미국에 처음 와서 영어를 너무 힘들게 배웠기 때문일까요?) 요새는 영어가 더 편할 때도 있고 한국말 보다 영어로 말할 때가 훨씬 많은데도 불구하고 영문을 읽는 것이 힘듭니다. 그래서 비싼 택배비를 감수하고 한국에서 종이책을 주문했고, 영문밖에 없는 책은 오디오북으로 들으면서 독서를 할 수 있었습니다. 운동습관 또한 꾸준하지 못했던 이유가 스스로 운동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분 때문이었단 걸 알고 나니 앞으로 다른 고치기 힘든 습관들도 이제는 깊이 생각해서 더 저한테 맞는 방법으로 수정해서 습관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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