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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준희 Apr 06. 2020

첫 내집이 투자용 집 거주지는 월세

미국, 뉴욕, 부동산 투자, 필라델피아, 부동산

대학원을 졸업하고 방을 구하면서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게 된 후로부터 2년 뒤 첫 집을 구입했다. 당시에 나는 수중에 한화 1억 정도의 돈이 있었다.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에 한국에서 1년 동안 미국 입시 과외를 해서 번 돈 3천만 원과 일하면서 모은 돈을 주식으로 불려서 만들어진 액수였다. 그 전에는 부동산 구경을 하면서도 막연하게 부동산을 사고 싶다는 마음뿐 실제로 살 수 있을지는 불확실했는데, 1억이 모이면서부터 진짜로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융자를 받으려면 2년 동안의 수입활동이 있어야 한다. 나는 2016년에 대학원을 졸업했기 때문에 어차피 융자를 받아서 살려면 2018년부터 살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첫 집을 구입한 도시는 뉴욕에서 2시간 떨어진 필라델피아다. 나는 학부 때부터 필라델피아에 있는 대학교 유펜에 적지 않은 친구들이 있어서 필라델피아에 몇 번 방문했었다. 그 때만 해도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아야 할 위험한 도시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몇 년 후 대학원 때 가보니 그때와 비교해서 확연히 좋아져 있었다. 문화도 있고, 역사도 있고, 산업들도 있고, 사람들도 붐비고, 대학도 몇 개나 있고, 대형 백화점이나 쇼핑몰도 있고, 대도시가 갖추어야 할 요소들을 전부 갖추고 있었다. 습관대로 집 가격이 어느 정도 하나 인터넷을 통해 알아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싸서 놀랐다. 뉴욕 맨하탄에서 방 2개에 거실이 있는 투베드룸이 10억대라면, 필라델피아 안에서도 가장 좋은 거리에 그 2배가 넘는 면적에 방 4개가 있는 집을 10억 이하에 살 수 있었다. 중심부가 아닌 곳들에선 멀쩡한 집을 2-3억이면 살 수 있었다. 거기다 뉴욕 집들은 Home Owner's Association이다 뭐다 관리비도 따로 나가고 집을 사는 절차도 까다로운데 반해 필라델피아 집들은 전혀 그런 게 없었다.


필라델피아에 매료되어서 그 뒤로 거의 한주 걸러서 필라델피아에 발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그냥 계획 없이 와서 새로운 거리를 돌아다니기도 하고, Open House (특정 시간 동안 집을 외부에 오픈해서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두 와서 보고 갈 수 있게 하는 이벤트) 들에 가서 집을 구경하고 중개인과 필라델피아 부동산에 대해 대화하기도 했다. 거리에 Open House 간판들도 많고, 새로 짓는 건물들도 많고, 부동산 중개인들과 이야기해 보아도 필라델피아 부동산 시장이 붐을 맞이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호황의 증거들을 보자 더 오르기 전에 빨리 사고 싶은 욕망이 꿈틀댔다. 주말에 필라델피아에 오지 않을 때도 주중에 항상 내 컴퓨터는 부동산에 관한 창이 켜져 있었다.


결과적으로 생각보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8개월쯤 후에 첫 집을 구입했다. 내가 산 집은 필라델피아의 아주 도심은 아니지만 그 바로 옆에 있는 동네의 방 4개가 있는 집이었다. 가격은 처음에 3억 5천쯤에 올라왔는데 사실은 3억 정도면 적당한 가격이라서 오랫동안 팔리지 않고 시장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막 흥하는 지역도 아니고 거기서 걸어서 5-10분 정도 떨어진 곳이라서 인기가 별로 없었지만 결정적으로 집을 1개 더 지을 수 있는 빈 땅을 차고로 쓰고 있었는데 그 빈 땅이 포함된 가격이었다. 나는 지금 추세로는 그 동네까지 흥할 거라고 예측했고 그 빈 땅에 언젠간 새로운 집을 지을 생각에 매료되어서 그 집을 사게 되었다. 가격은 흥정해서 3억에 약간 못 미치는 가격에 내 첫 집이 되었다.  


집주인은 싱글파더인 아빠와 초등학생 딸 둘이 살다가, 아빠가 직장을 옮겨서 이사 가야 하는 부녀였다. 나는 더 흥정하면 가격을 더 내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약혼남인 남자 친구가 그런 내게 혐오감을 내비치며 더 이상 흥정하지 말라고 쐐기를 박았다. 이사 가서 새 삶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너무 야박하게 굴지 말라는 것이 이유였다. 나는 이제 막 첫 집을 어떻게든 구입하려는 사회 초년생에 허슬 링 하고 있는 내가 이미 집을 가지고 있었고 샀을 때보다 많이 오른 가격에 파는 판매자에게 그런 자비로운 생각을 할 정도의 위치가 전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야박하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어서 흥정을 적당한 선에서 그만두었다. 나는 이기적이고 야박한 면이 꽤 있는 편인데 본성이 약간 못된 걸 알아서 주변에는 바른말을 하는 인성이 좋은 사람들을 두어서 바르게 살려고 노력한다.


이 글에 담지 못했지만 첫 집을 사기까지 꽤 고생을 해서 사고 난 다음 감회가 특별했다. 그 집을 산지 이제 2년째가 됐다. 융자를 내야 해서 다달이 그 집으로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다달이 융자로 160만 원 정도를 내고 집세는 180만 원 정도를 받는데, 처음에 이것저것 고치느라 2천만 원 정도가 들었고 이것저것 유지보수하는 가격도 추가로 든다) 필라델피아 부동산 호황이 계속되어서 그 동네까지 인기가 꽤 많아져서 집값이 올랐다. 집 옆에 빈 땅을 팔라는 전화도 여러 번 받았다. 처음 주식 투자를 했을 때는 실패했었는데 (부동산은 아직 팔지 않았으니 정해진 건 없지만) 이만하면 첫집치곤 꽤나 성공적인 투자였던 것 같다. 아직도 나는 뉴욕지역에서 월세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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