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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준희 Apr 09. 2020

첫 집을 사면서 힘들었던 점

저는 2017년 말부터 필라델피아 부동산에 매료되어서 2018년 늦여름에 첫 집을 구입할 때까지 9개월 정도 되는 기간동안 거의 한주 걸러 부동산을 공부하러 필라델피아에 갔었습니다. 2시간 떨어진 필라델피아를 자주 가면서 육체적으로도 힘든점도 있었지만 부동산 투자는 중간업자들이 너무 많아서 사람 스트레스가 가장 컸습니다. 고작 1년도 되지 않는 시간동안 흰머리가 많이도 났었습니다.


교통

제가 사는 뉴욕은 필라델피아와 차로 2시간 거리입니다. 저는 차가 없어서 대중교통을 타야 했는데, 버스를 타면 2시간, 기차를 타면 1시간이 거리입니다. 기차는 시간이 단축되지만 왕복 10만원 정도 해서 한번도 타보지 못했고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는 왕복 3만원이에요). 9시에 필라델피아에 도착해서 미팅들과 오픈하우스에 가려고 아침 6시 55분에 있는 첫차를 탔습니다. 필라델피아에 도착한 다음에는 이동할때 우버택시를 탔습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저녁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면 항상 파김치가 되었습니다.


무시

저 말고도 필라델피아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은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는 재력가도 있고, 대대로 부동산만 하는 사람들도 있고, 사회초년생 보다는 훨씬 부유하고 성공한 투자자들이 많았을 거에요. 그에비해 20대 여자이고 사회초년생이고 돈도 별로 없는 저는 비교적 초라한 투자자였고, 그래서인지 집을 보러가거나, 융자를 내거나, 집 공사할 사람을 만나거나 할때 홀대받았습니다. 특히 집을 보러 가면 저에게 친절히 대해 주는 중개인은 거의 없었습니다. 가끔씩 저를 따라온 남자친구와 함께 가면 남자친구만 고객으로 대하고, 남자친구의 전화번호와 이메일만 물어보고 저는 없는 사람 취급했습니다. 부동산을 사려고 하는 사람은 저인데요.  


계속 비딩에 떨어짐

저는 가성비가 좋은 집은 잘 알아봐서 고르는 집마다 인기가 많았습니다. 눈여겨 볼 만한 집은 매번 며칠 후에 팔려서 보고 싶은 집 리스트을 뽑아 가면 중개인도 어떻게 이런 집들을 잘 고르냐고 놀랄 정도였어요. 새로 나오는 매물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매일 새로운 매물들을 확인하고 시장에 나오자 마자 중개인에게 연락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을 고르면 항상 사겠다는 사람이 한번에 3~5명이나 있어서 특정 날짜까지 각 후보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가격을 쓰고, 판매자가 그중 누구에게 팔지 통보하는 식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그중 제가 매력적인 구매자가 되기 힘들었던 이유는 사람들은 자기 집이 단란한 가족에게 팔리길 바라는데 전 필라델피아 사람도 아닌데다가 미혼이고, 거주용이 아니라 투자자였고, 그걸 상쇄할 만큼 통큰 가격을 쓸 수 있는 형편도 못되어서 비딩할때마다 떨어져서 도합 10번은 떨어진것 같습니다. 집을 고르기도 힘들고, 고르면 비딩에서 떨어지고를 6개월 이상 반복하자 자신감이 떨어지고 앞으로 영영 집을 살 수 없을거라는 망연자실에 빠질 때도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삼주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중개인, 변호사, 융자 전문가 등 전문가 찾기

제가 똑똑한 전문가들은 찾기란 정말 힘들었습니다. 베테랑 중간업자들은 대부분 이익이 더 큰 더 큰 프로젝트를 맡기를 원했고, 큰 프로젝트도 아닌 주제에 제가 비용을 아끼려고 신중한 것을 탐탁치 않아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똑똑한 전문가들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제가 손 뻗을 수 있는 사람들은 저보다도 부동산 투자에 대해 모르는 소위 전문가들도 많았고, 초보인 제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는 중개인을 볼때면 정말 답답했습니다. 저는 잘하는 사람들과 일하기엔 너무 초보이고 규모가 너무 작았고, 못하는 사람과 일하기엔 너무 많이 알고 까다로웠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고 인터넷을 보고 공부를 계속 했지만 한계를 느끼긴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나마 저와 일할 의향이 있었던 사람들도 제가 중요한 고객이 아니어서인지 저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서 이메일이나 전화나 문자에 답을 받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연락하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과정이 지난 지금은 어느정도는 거절당하고 무시당하는데 익숙해진것 같습니다.


집 수리: 사기와 과장은 종이한장 차이

수리를 하려고 업자들을 만나면서 사기와 과장은 종이 한장 차이라는것을 배웠습니다. 집에 있는 하나의 기둥을 고치려고 해도, 어떤 사람은 2백만원이 든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2천만원이 든다고 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기둥을 수리해야 한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기둥을 뽑아내고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집 수리에 대해 문외한인 저는 도대체 누가 맞는 말을 하는건지 알 수 없어서 머리가 아팠습니다. 결국은 관리업체를 고용해서 그 관리업체가 아는 업자들에게 일을 맡기고 20%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법으로 수리했습니다. 20%면 큰 수수료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당할 사기에 비하면 치를만한 값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수리는 직접하려고 텅 빈 집에 칫솔과 침낭하나 들고 가서 이틀동안 묵으면서 공기구와 자재를 사다가 직접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다행히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같이 일하게 된 동업자가 집수리에는 거의 전문가 수준이라 그가 업자를 고용하고 공사를 전부 해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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