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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준희 Feb 14. 2020

미국에서 동업자를 만나 부동산에 공동투자하게 된 과정

장단점이 있지만 비즈니스 파트너와 함께 일한 지 2년째  

나는 한 명의 비즈니스 파트너와 함께 부동산 투자를 하고 있다. 부동산을 공동으로 구입하고 그 과정에서 무언의 역할분담을 하고 있다. 나의 역할은 투자를 하기 전에 분석하는 것이다. 투자를 하기 좋은 부동산인지 위치에 대한 리서치를 하고, 판매자에 대한 조사, 임대수익률 계산, 향후 전망 예측, 서류 정리 등을 도맡아 한다. 파트너는 투자가 시작되면 일꾼들을 고용해서 집을 고치고, 세입자를 유치하고 월세를 받아서 공동계좌에 입금한다. 우리 둘 중 한 명이 공동계좌의 잔고를 전부 인출해서 도망가도 전혀 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그런 동업관계 이면서 서로를 믿고 있다.


우린 누구보다 (어쩌면 애인보다) 가까운 사이지만 얼핏 보기에 전혀 접점이 없는 사람들이다. 직업군(나는 사무직, 그는 관리직), 나이(나는 20대, 그는 40대), 인종(나는 한국인, 그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교육 (나는 석사졸, 그는 고졸), 사회경험 (나는 사무직 경험이 전부이고, 그는 전쟁에 3번 참전한 해군 출신으로 자영업 경험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경험) 전부 다르지만 우리는 동업자가 되었다.


첫 만남과 동업의 시작


약 5년 전 레스토랑에서 카운터 옆자리에서 밥을 먹다가 만났다. 저녁을 먹으면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화가 잘 통했다는 접점으로 몇 번 더 만났다. 두 번째 만남부터 우리는 가치관이 (특히 투자에 대한 가치관이) 잘 맞는다는 걸 알았다. 나는 당시에 갓 대학원을 졸업한 사회초년생이었고 그는 이미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는 먼저 부동산 투자를 시작한 사람으로써 한두 번 본 나에게 부동산 중개인도 소개해 주고 정보를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친절을 베풀었다.


그러다 몇 년 연락이 끊어진 사이에 나도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다. 문득 생각이 나서 그에게 다시 연락했고, 그때부터 투자에 대해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통화하기 시작했다. 몇 달간 일주일에 몇 번씩 통화만 하다가 "그럼 우리 같이 한번 일 해볼까?" 하고 공동투자를 해보기로 결정하고 몇 년 만에 만나 부동산을 보러 다니면서 우리의 동업이 시작되었다!


우리의 첫 투자는 내가 발견한 조건이 아주 좋은 집이었는데, 고칠 곳이 없어서 혼자 투자해도 좋았겠지만 그와 함께 일해볼 겸 나누기로 결정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서 이제는 여러 채로 불어났다.


나는 왜 그를, 그는 왜 나를 선택했을까?


나는 그와 다시 연락하기 시작한 다음부터 그와 일하고 싶었다. 지금도 그와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걸 참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들은 다음과 같다.


1. 자나 깨나 투자생각뿐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내게 전화해서 이야기를 하곤 했다. 나도 마찬가지라 한 번에 한 시간씩 통화하며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나의 동업자가 일에 진심으로 관심이 있고 열정이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인 일이다. 서로 개인적인 선은 넘지 않으면서 투자 이야기로 몇 시간을 대화할 수 있는 상대이다.


2. 꿈이 크고 야망이 있지만 선함

    야망이 큰 사람들은 욕심도 많고 이기적이기 쉽다. 이런 사람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자기 이익을 취하려 동업자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같이 일하기 쉬운 상대는 아니다: 그런데 그는 그렇지 않다. 투자에 정말 관심이 많고 재산을 불리고 싶어 하지만, 심성이 착하다. 웬만하면 동업자인 나에게도 되도록이면 베풀려고 하고, 정의로워서 불의를 참지 않고, 책임감이 강해서 도움이 필요한 친지들도 보살피고 도와준다.  


3. 현장 경험이 많다

    처음 함께 일할 때 나에게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공사 경험이 많아서 어디서 일꾼들을 구해야 하고 어떤 사람들을 고용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나는 투자를 해봤어도 공사는 거의 안 해봐서 현장 경험이 없었고, 나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었다.


4. 정말 성실한 데다 행동파이다.  

    이 부분은 같이 일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주말도 없이 주중에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현장에 나가 공사를 도맡아 할 만큼 열심이다. 단 한 번도 게으름을 피운 적이 없다. 또 정말 행동파여서 내가 분석을 마치고도 걱정과 의심으로 결정을 망설이고 있을 때 앞뒤 생각하지 않고 일부터 저질러 버리곤 한다. (뒷수습이 문제이긴 하지만, 시작이 반이니까 괜찮다.)


5. 아무 하고나 말을 잘한다

    이 부분도 같이 일하면서 알게 된 부분인데, 내 동업자는 말이 정말 많다. 같이 있으면 말이 많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 피곤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정말 큰 장점으로도 작용하기도 하는데 왜냐하면 우리가 잘 모르는 동네에 부동산을 보러 가도 동네 사람을 아무나 붙잡고 대화하며 정보를 얻는다. 아무리 내가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으려 해도 동네 사람들한테 듣는 '현지인 표 고급 정보'와는 차이가 있다. 숫기가 없어서 나라면 전혀 불가능한 일들이다.



그는 왜 날??


 내 파트너에게 왜 나와 일하냐고 물어본 적은 없지만 (물어본다 해도 깊게 생각하고 답해줄 위인은 아니다), 타인에게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바탕으로 이유들을 추측해 보았다. 첫째로 나를 신뢰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절대 자기한테 사기 치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다고 했다. 물론 사기를 안칠 거긴 한데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진 나도 모르겠다. 둘째로 내 파트너는 내가 천재인 줄 안다. 물론 나는 천재가 아니다. 그래도 그렇게 착각해서 다행이다(?). 내가 동업자보다 12살 연하인 디지털(?) 세대이다 보니 인터넷에서 정보를 잘 찾아내고, 본업이 데이터 과학자이다 보니 손익 계산이나 향후 전망 예측 등 여러 가지 분석을 해서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또, 내 파트너는 주먹구구식이라고 할 정도로 행동파여서 앞뒤 재지 않고 법을 어기는지도 모르고 행동부터 할 때가 있다. 이런 성격 때문에 우리가 함께 손해를 보기도 했지만 (가이드라인에 안 맞는 부분들 때문에 공사를 갈아엎었다) 나는 이 부분이 단점이기도 하지만 장점이라고도 생각한다. 시작이 반인데 일단 행동부터 하고 보니 뒷수습을 하더라도 시작을 해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의심이 많고 꼼꼼한 편이라 뒷조사를 확실하게 하고 변호사와의 소통도 담당하면서 우리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그렇지만 의심이 많으니 시작하기가 힘들 때가 많은데 동업자로 인해서 (타의로) 시작하게 되니 다행이라고 할 수 있고, 동업자는 나와 일함으로 인해서 일을 올바른 절차대로 갈 수 있어서 문제 될 부분들이 줄어드니 서로의 단점을 상쇄하고 있다.




동업의 장단점

    동업자가 있어서 좋은 건, 첫째로 일을 나눠서 할 수 있으니 훨씬 수월하고, 비용도 반반씩 지불하니 부담이 덜 된다. 어찌 보면 분산투자(diversification)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또, 서로의 장점이 있으니 시너지 효과가 있다. 나는 분석을 잘하고, 그는 공사를 잘하는 것 같이 두 사람의 장점을 합쳐 놓으니 더 좋은 투자자가 되었다. 또한 일의 진행에 막힘이 없다. 내가 피곤하고 하기 싫다고 해도 동업자가 있으니 미안해서라도 일의 진행을 쉬어갈 수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진행이 빨리 된다.


    단점은, 의견의 차이가 있거나 서로 신뢰할 수 없는 경우인 것 같다. 사기당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도 의견의 차이가 있어서 같이 일하네 마네 크게 싸운 적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잘 헤쳐 나가고 있다. 같이 일하는 게 힘들 때마다 동업자가 있어줘서 얼마나 감사한지 스스로 상기시키면서 참는다. 내 동업자도 마찬가지로 나에게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이 있을 거다.


또 동업을 중단할 경우를 위해 반드시 변호사를 만나 계약서를 제대로 써 놓아야 한다. 계약서가 진행 중에 있다. 동업하면서 불편함도 있지만 장점이 더 크니 서로 조금 더 베푸는 쪽이 되려고 노력하면서 이해하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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