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융자를 받을지 말지 고민한다. 다음의 간단한 예는 (세금이나 관리비 등을 전부 뺀) 왜 융자를 받는 게 유리한지 보여주는 케이스다. 나도 개인적으로 현금으로 산 부동산도 있지만 융자를 받기도 하면서 투자하고 있다.
아래 두 케이스 모두 1억이라는 개인 자본으로 시작하고, 5%의 수익이 나는 부동산에 투자한다고 가상 설정했다. 차이점은 첫 케이스는 융자가 없고 두 번째는 융자를 받은 케이스다.
無융자 vs 有융자
케이스 1. 無융자
원금: 1억
부동산 가격: 1억
부동산 수익률: 5%
수익금 = 1억의 5% = 연간 500만 원
자산 대비 연 수익률 = 수익 5백만 원 / 원금 1억 = 5%
케이스 2. 有융자
원금: 1억
부동산 가격: 5억
융자 액수: 4억
융자 이자율: 3%
부동산 수익률: 5%
수익금 = 5억의 5% = 연간 2천500만 원
융자 + 원금 = 연간 약 2천만 원 (30년 만기 기준 온라인 계산기로 계산했습니다)
자산 대비 연 수익률 = 수익 5백만 원 / 원금 1억 = 5%
일부러 수익률 대비 높은 이자로 설정했는데, 수익률은 같지만 가격이 오르지 않을 시 첫 번째 케이스는 30년 후에도 1억 원어치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겠지만 두 번째 케이스에는 30년 후 원금과 이자를 다 값으면 5억 집이 온전히 투자자의 것이 된다. 두 번째 케이스가 투자 수익 면에서는 더 좋다.
만약 가격이 오를 것이 확실하다면 더욱더 융자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 가격이 10% 오른다고 하면 1억에 융자를 끼지 않았을 때 매각 소득은 천만 원이지만, 융자를 끼고 5억 부동산을 산 경우는 매각 소득이 5천만 원이다. 융자는 5억 5천이 아닌 5억에 대해서만 내고 있지만 시세가 오르면 월세를 올려 받을 수 있어서 유리하다.
융자의 단점
이미 눈치 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자가 너무 높거나 수익률이 너무 낮으면 융자를 받는 것이 유리하지 않다. 또 다른 융자의 단점은 공실이 생겼을 때에도 융자는 꼬박꼬박 내야 하기 때문에, 테넌트에게 받는 렌트비로 융자를 갚는 경우라면 (거의 대부분의 경우들이 그렇다) 공실이 생겼을 때 투자자에게 큰 타격이 올 수도 있다.
그리고 덩치가 큰 부동산은 세금이나 보험비도 더 많이 나가고, 수리비나 관리에서 발생하는 자잘한 비용들도 액수가 클 수 있어서 자산에 비해 비용의 부담감도 꽤 커진다. 비용을 절감할수록 자신의 수익률이 높아지고, 비용이 커지면 적자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계속 계산을 하고 비용을 절감하려는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최대한 수리가 필요하지 않도록 좋은 세입자를 고르고 공실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적은 원금에 융자를 받아서 재산을 불리려고 하는 임대업자라면 앉아서 돈 버는 '불로소득'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진짜로 부동산 수익이 불로소득이려면?
부동산 투자에서 정말로 일하지 않고 돈을 벌려면 자신의 힘으로 산 부동산이 아니라 필히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부동산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이 이미 융자를 값으셨고 세입자가 안정된 상태라면 그 후에는 월세를 받기만 하면 돼서 관리하는 게 크게 어렵지는 않다. 관리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월세에서 해결할 수 있는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자산일지라도 자산을 더 키우고 싶은 경우라면 부동산을 팔거나 재융자를 받아서 그 돈으로 다른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곳에 투자할 수도 있고, 그 위에 융자를 얻어서 더 액수가 큰 부동산을 사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한국 부동산은 지난 50년여 동안 엄청난 경제성장과 함께 가격이 많이 올랐다. 예전에는 부동산을 가지고만 있어도 가격이 올라서 융자도 받지 않고 현금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예전 같지 않은 지금은 부동산을 융자도 받지 않고 그저 소유만 해도 가격이 계속 오르는 시대가 아니다. (물론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른 사람들도 있겠지만, 예전처럼 '모든' 부동산이 오르는 시대는 아니다.) 부동산 투기도 많아서 시기에 따라 많이 내리기도 한다. 그래서 건물주들도 더 이상 조물주 이상의 불로 소득을 누릴 수 없게 되고 머리를 쓰고 몸을 써야지만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