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인 국가 수도 둘러보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구 키예프)에 도착했다.
동부권 국가에 겨울이라 그런지 매우 추웠다. 오는 길에 목도리를 잃어버려서 더 추웠다. 도시는 생각보다 차분했고, 일상적이었다. 반면 공습경보 텔레그램 채널은 바삐 공습경보와 무인기 출현을 계속 알려댔다.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점령 작전 계획이 실패로 좌절되면서, 키이우에 쏟아지던 미친듯한 폭격은 방향이 달라졌다. 이제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에 반전쟁 정서를 끌어내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 폭격과 공습만 종종 있다 보니 사람들이 수백 명씩 죽는 공습은 거의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수도인 키이우는 전선에 비해 비교적 조용했고, 평화로웠다.
물론 매일 공습은 온다. 그렇지만 든든한 우크라이나에 방공부대가 대부분에 무인기 공습부터 미사일 포격까지 요격하는 편이다. 운이 나빠 미처 요격되지 못한 포격 정도가 떨어지는 격이니 내가 정말 운이 나쁘지 않은 이상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길을 지나다 보면 이런 포격된 집이 종종 보인다. 물론, 핵심 도심지는 어제 포격을 받으면 오늘 복구공사가 완료될 정도로 매우 빠르게 복구된다. 시내 한복판에서는 이런 흔적이 많지는 않다.
키이우 수도 중심지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나라와 다를 바 없이 주말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 거리를 걸을 때만 해도 이게 전쟁 중인 나라라고?라는 의문이 지속적으로 들었다.
전쟁에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적어도 시내 중심지에서는.
숙소는 키이우에서 가장 중심지 독립 기념탑 근처로 잡았다. 대부분에 호텔이나 숙박업체가 영업이 종료되어 있거나 운영되지 않는 곳이 많아 애를 많이 먹었다. 대부분에 노출돼있는 숙박 업소는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에 기부 매개체 정도로 활용되는 듯싶었다. (숙박을 실제로 하진 않으나 대량 숙박을 결제하는 방식으로)
숙소를 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정말 내가 운이 없을 것을 고려해 폭격에 가장 안전한 곳과 쉘터(대피소)가 근처에 있는 곳이었다. 내가 예약한 숙소는 대형 대피소가 뛰어서 3분 거리에 있었다.
하루에 약 3만 원 정도 하는 숙소. 약 3평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조리에 필요한 대부분에 집기와 깨끗한 화장실과 욕실이 있는 예쁘고 아늑한 숙소였다. 약 30시간 넘는 이동을 마친 뒤라 매우 피곤했다. 그래도 체크인하고 바로 시내 구경을 하러 이내 곧 나왔다.
키이우에 대표적인 광장에 심벌 건축물.. 광장 크기가 웅장하고, 거대한 조각상 두 개가 마주 보고 있어 동부권 국가 특유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광장에서 3-5분 정도를 걷다 보면, 이런 장면이 종종 보인다. 자세히 보면 우크라이나 참전 후 돌아가신 분들에 사진과 생년이 표시돼있다. 큐알 코드로 그들에 삶이나 SNS 등 살아온 흔적을 볼 수도 있다. 정말 많은 분들에 흔적이 남겨져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다 멈춰 서서 둘러보곤 했다.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신 분들은 대게 20-30대가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가장이 될법한 나이였다. 이러한 풍경이 끝도 없이 한 섹션으로 펼쳐져있다.
10여분 정도 길을 따라 걸었을 때 키이우 세인트 미하일 대성당 앞이 보였다. 이 또한 키이우에 상징과도 같은 건축물이다. 다만, 그 앞 광장엔 어울리지 않게도 러시아제 장갑차와 탱크가 놓여있었다.
이 장갑차와 탱크, 미사일 등은 키이우 대 공습 때 가져온 것들이라고 한다. 전쟁 초기엔 가장 큰 격전 지였던 만큼 기갑장비들이 잔인하게 파괴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탱크는 대전차포를 옆에서 맞아 옆에 흔히 남아 있었다. 무수히 많은 총알 탄흔들 또한 그대로 남아있다.
해당 기갑장비는 운전석 사람 머리 위치에 대구경 탄환을 맞은 자국이 남아있었다. 방탄 처리된 유리로 보이는 운전석 유리창에 큰 구멍이 나있다. 아마 운전하던 러시아군을 저격한 것 같았다.
대전차 지뢰를 밟았는지 내부 차체 하부가 큰 구멍이 나 있었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부모님들이 사진을 찍어 주길래 나도 찍어달라고 했다. 언제 이런 사진을 남겨보겠나 싶었다.
평화와 사랑을 선전하는 성당 앞에 놓인 전차와 아이들.
긴 이동 시간에 슬슬 많이 피곤해져서 근처 문 연 식당을 찾았다. 에스토니아식 육포와 독일제 맥주. 이 두 개를 합쳐도 7천 원이 안 넘었다. 그 저렴하다는 폴란드 물가보다도 우크라이나는 더욱 저렴했다.
그렇게 키이우에서 첫날을 보냈다. 둘째 날부터는 전선과 조금 가까워진 북부로 이동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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