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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괴 파 Sep 06. 2022

부딪히다

모든 것에 대한 이해 #6

성주에서의 일이니 초등학교 1~3학년 때의 일이다.

아마도 2학년 때의 일이다(2006).


xxx


 사람 없는 시골이었지만, 그렇기에 가깝게 지내던 애들이 있었다. 그중에 한 살 아래의, 아주 호전적인 친구가 있었다. 에너지가 넘치는 남자아이. 초롱초롱 한 눈을 가진 개구쟁이. 이 정도로 충분히 설명되는 그런 아이.


 어떤 주제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아마도 놀이에 대한 것), 그 친구가 나에게 와서 무언가에 대해서 한참을 따졌다. 나는 대화라고 생각했는데 멀리서 보면 말싸움의 형태였던 거 같다. 계속 말이 오가다가 점점 화가 났는지, 결국 그 친구가 참지 못하고 연필로 내 머리를 찍었다(사람들이 나랑 말을 하다 보면 꼭 이렇게 나를 때린다). 피가 철철 났다.


 피가 난다는 것을 깨닫고, 내가 제일 먼저 한 생각은, 드디어 끝이 났다는 것. 원하는 결말은 아니었지만.

 울지 않았고. 화를 내지도 않았고. 그를 때리려 하지도 않았다.


 피가 났으니, 으레 일이 진행되는 대로, 어른들이 와서 이 상황을 마무리할 것이므로, 이 귀찮은 상황이 끝났음에 안도했다. 그러고 난 다음에야 왜 이 상황이 일어났는지, 왜 상대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를 때렸는지, 다음에 이 상황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xxx


 3번째 글인 '게임과 승패'에서 여러 가지 것들을 설명했지만, 그것들 중에서 호스트로서 내가 제일 집중한 것은 싸움의 해결이다. 이유야 뭐가 됐든 우선 싸움이 난다면 게임이 '중지'되고 보통 어른이 와서 중재를 해야지 다시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건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게다가 어른이 오면 게임 분위기가 쉣이 된다. 게임을 재개해도 별로 재미가 없다.) 이 상황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 싸움이 커지기 전에, 어른이 오기 전에 이 문제를 내가 해결하려 했다.


  플레이어 간의 싸움은 나의 '문제'였다. '문제'라고 해서 막 그렇게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수학 문제'할 때 그런 느낌의 '문제'. 여러분에게는 수학 문제도 부정적일 수 있으나, 나에게 수학 문제는, 건조하게, 그냥 해야 할 일이고 조금은 재미있는 면이 있는 것이었다. 좋은 게임을 위해서 내가 가장 집중한 것은 이 '문제'의 해결. '어떻게 해결해야 이들이 갈라지지 않고 다시 모여서 게임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을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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