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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괴 파 Sep 05. 2022

효율

내가 선택한 문장들 #6

 '효율이 좋다'라는 것은 '투자 대비 결과'가 좋은 것을 말하지만, 내가 말하는 효율은 낭비의 반대로서의 효율이다. 게임의 호스트로서 '시간 대비 재미'를 극대화하려면, 낭비되는 시간을 막아야 했다. 낭비되는 시간이라고 함은 '인 게임' 시간이 아닌 모든 시간이다. 룰을 정하는 시간(게임, 규칙, 팀, 역할을 정하는 시간) 그리고 싸우는 시간. 내가 어느 것도 좋아하지 않고, 어느 것도 싫어하지 않게 된 이유 중 또 다른 하나가 이것이다. 룰을 정하는 과정에서, 나는 게임에 참가하는 모든 플레이어의 효율을, 세계의 효율을 생각했다.


xxx


 당신이 게임의 호스트(최고 권력자)가 되면 어떤 플레이어 한 명을 좋아할 수도 없고, 싫어할 수도 없다. 모두를 데려가려면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가 좋다고 그의 편의를 봐줄 수 없고, 싫다고 해서 그를 괴롭힐 수도 없다. 나를 포함한 플레이어들의 능력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균형에 맞게 배치해야 할 뿐이다. 균형이 맞아야 재밌으니까.


xxx


 어떤 일이 있다고 하자. 나는 싫어하는 것이 없으니, 그 일을 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소모 값이 0) 가정한다. 이 세계에 있는 다른 사람 A는 그 일이 힘들어서 2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다른 사람 B는 3만큼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일을 내가 하면, A는 2만큼 에너지를 아끼고 B는 3만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최소 2만큼 에너지를 아꼈으니, 그 에너지가 이 세계의 다른 부분에 쓰일 때, 세계는 최소 2만큼 더 가치 있어질 거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하면 1만큼 소모되는 일을 남에게 떠넘겨 효율을 망치고는, 자신의 효율을 높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곤 스스로가 매우 똑똑한 듯이 떠들고 다니는데, 내 눈엔 간단한 셈조차 하지 못하는 어린애로 보인다. 계속 그렇게 행동하면 결국 본인을 원하는 사회가 없을 텐데.


 여튼 그래서 나는, 싫어하는 것이 없어야 했다. 그래야 나를, 남을, 세계를 움직일 수 있었다.


xxx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자리에 들어가는 것. 이제 나에게는 딱히 불쾌한 일이 아니다. 어떤 감흥이 없다(너무 많이 하면 조금 피곤하긴 하다). 몸을 구겨서 그 자리에 들어간다. 나를 잘라서 그 자리에 들어간다. 무언가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나를 잊는다. 세계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나를 지우게 된다(무아). 나와 남의 구분이 사라진다.


  힘들다? 어떤 일을 할지 말지를 정할 때, 그 일이 얼마나 힘든지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일이면 해야 되고, 해야 할 필요가 없는 일은 하지 않으면 된다. 간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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