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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괴 파 Aug 17. 2022

훌륭한 어른

모든 것에 대한 이해 #2

 막내 동생이 있었을 때이고(막내 동생만 청주에서 태어남) 내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이니(성주에서 초등학교 입학) 아마도 만 5세 겨울, 청주에서의 기억이다. 사실 이 기억 이전에도 희미하게 기억나는 몇몇이 있긴 하지만 큰 의미가 있었던, 전후가 명확히 달라진, 상황과 감정이 떠오르는 기억은 이것이다.


 집에 돈이 많은 편이 아니라 부모님이 장난감을 잘 사주시지 않으셨다. 어렸을 때지만 나도 솔직히 장난감 사는 건 돈이 아깝다고 생각했고 별로 바라지도 않았다. 장난감 대신 동생들이랑(최상급 성능의 1 티어 인공지능 장난감) 잘 놀았다. 그런데 웬일,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신다는 게 아닌가? 부모님의 첫 선물! 맘이 없다가도 준다고 하면 기대하는 게 인지상정. 티는 내지 않았지만 내심 기대하며 크리스마스 날 트리 주위에 다 같이 앉아서 선물을 깠는데! 즐겨보던 만화의 자동차였다. 문제는...!


 문제는! 남동생에게는 만화 주인공인 경찰차가! 나에게는 주인공의 '친구(쩌리)' 포지션인 소방차가 왔다는 것... 확인한 즉시 울음이 터졌다. 어렸을 때부터 거의 울지 않았었는데(진짜임) 엄마가 나보다 동생에게 더 좋은 걸 줬다고 생각하니 서운했는지 펑펑 울어버렸다. 그러자 엄마는 나를 달래기 시작했다. 짜증 내지 않고 미안해하면서.


xxx


 그때에 어른들이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나는 소방관이라고 답했었다. 이유는 아마도 소방관은 단순히 불을 끄는 직업이라고 생각했고 불을 끄는 건 재미있어 보였기 때문이었을 거다. 푸쉬쉭 소리가 나면서 격한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거니까.


 여하튼 엄마는 너의 꿈이 소방관이라서 너에게 소방차를 준 거라고 나를 달랬다. 그 말을 듣자마자 부끄러워졌다. ‘어... 나 뭘 한 거지...? 엄마도 나름대로 많이 고민하며 선물을 고르고, 포장하고, 애들이 좋아할 것을 기대하고 줬을 텐데 그 앞에서 버릇없이 애마냥 떼쓰다니. 조금만 더 생각하고 천천히 반응할 걸. 엄마가 왜 이렇게 행동했는지 알 수 있었을 텐데. 엄마는 나를 보고 있었구나. 정확히 보지는 못해도 날 이해하려 했구나. 멍청한 쪽은 나였구나.’ 이런 유의 생각들이 들면서, 또 이전에 엄마를 의심하고 확인하려고 했던 무리한 요구들이(얌전한 편이었지만 종종 떼를 썼다) 떠오르면서 한없이 부끄러웠다.


 이날 이후로는 엄마가 날 위한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뭔가 하기 싫은 걸 시켜도 최대한 말을 들으려고 했다. 엄마뿐 아니라 다른 어른들의 말도 최대한 듣게 되었다. 바로 이해가 되지 않아도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고. 내가 못 보는 무언가를 어른들은 본다고 생각하고 그들이 시키는 것을 하며 그들의 시야를 가지려고 했다. 그들을 크게 봤다. 그들을 존경했다. 나도 훌륭한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xxx


그게 누구든지 사람을 알려고 하면 알 수 있다.

그게 누구든지 사람은 알면 알수록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람이 다른 사람을 싫어하는 이유는 상대를 잘못 알고 있기 때문에.

잘못 알고 있는 이유는 잘못 봤기 때문에.


그러니까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말고 그 사람이 좋아질 때까지 그 사람을 보기를 바란다.

그 사람은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무엇을 보고 그렇게 한 걸까.

그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그 감각에 닿아야 이해를 할 수 있다.

이게 내가 말하는 온전한 공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인간만의 감각 전이.

다른 사람의 감각을 상상해라.

마침내 그 감각에 닿을 때,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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