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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괴 파 Aug 17. 2022

사실 선택

내가 선택한 문장들 #1

 사람에게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다. '사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남자로 태어나도 스스로 여자라고 생각하면 트랜스젠더가 되는 게 사람이다. 사람을 이해하는 데에는 사실을 따질 필요가 없다. 사실을 따지려 해서도 안 된다. 사실을 봤다고 생각하면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상대를 무시하게 되고 그건 의미 없는 싸움으로 이어진다. 사람을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것은 오직 듣는 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이 세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 감각에 닿아야 한다.


xxx


 그래서 나는 팩트라는 말을 싫어한다. 언젠가부터 팩트 팩트 그러면서 뭐만 하면 지 말이 팩트라는 사람들이 있다.

 팩트, 우리말로 하면 사실. 사실이라는 개념은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반박을 할 수도 없다. 말 그대로 사실이기 때문에. 설명하고 설득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본인 말이 팩트라고 하면서 사람들을 강제로 움직이려 한다.

 비겁하게 팩트를 들고 오지 말고 정정당당히 맨몸으로 승부해라.


xxx


 다시 말한다. 사람에게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다. '사실을 어떻게 보는가'가 중요하다. 이걸 나는 ‘사실 선택’이라고 부른다. 사람은 스스로가 믿을 사실을 선택한다. 사실을 선택한다는 게 모순적인 말이라는 것은 나도 잘 안다. 하지만 선택이기에 우리는 설명해야 하고, 설명을 들어야 한다. 선택이라는 개념을 써서 나는 서로가 서로를 들을 수 있게 했고 끝내 서로를 이해하게 했다.


 내가 가진 가장 강한 개념 중 하나, 생각을 쌓기 시작한 20살에 찾아온 나의 귀한 문장. 내 모든 개념들이 '사실 선택' 위에 있다.


 내가 만든 개념은 모순됐다고 느낄만한 것들이 많다. 하지만 동시에 더없이 인간적인 개념이다. 앞으로 내 글을 읽을 때 유념하고, 잘 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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